정부의 철도탄압이 묻는 질문
패기와 기개로 정면 돌파할 것인가? 노예가 될 것인가?
무법천지 철도현장
철도노조의 2차 파업이 끝난 이후 정부와 철도공사가 제출하고 있거나 실행에 돌입한 인력감축계획과 현장탄압은 실로 무지막지하다. 정부가 지난 22일 제출한 인력감축안에 따르면 차량관리원만 해도 외주회사로 넘어가야만 하는 인력이 4,300명에 달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철저히 지킨 파업조차도 불법이라며 철도노조에 87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노조를 옥죄고 있다. 그리고 철도공사 간부와 사무직을 중심으로 2,000명과 외부에서 1,000명 등 총 3,000명을 교육하여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기관사 대체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공사 측의 파업에 대한 탄압도 유례가 없다. 이미 14일부터 28일까지 위원장으로부터 현장간부까지 총 86명의 조합원들에 대해 대부분 파면과 해임으로 징계결정을 내렸고, 하루에도 두 차례씩 징계위를 열어 연말까지 총 195명을 징계할 예정이다.
현장에 대한 탄압도 가관이다. 용산차량에서는 파업불참 조합원을 왕따시켰다며 10명의 조합원을 강제로 전출 통보했다. 청량리전기에서는 파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수장에 대해 지부와의 협의도 없이 전출을 통보해왔고, 작년 겨울 투쟁으로 비정규직 외주화를 막고 직고용에 합의했던 서울과 대전의 전기장비관리원들에 대해서 연고지도 없는 순천으로 발령을 냈다. 철도현장은 실로 단협도 노동법도 존재하지 않는 무법천지로 변해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
정부와 공사는 구조조정과 해고자복직은 단협 대상이 아니라며,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단협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섭에서도 타협의 여지는 거의 없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신들의 일방적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맘대로 해보라며 협박하고 있다. 결국 그들은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그 동안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쟁취한 권리들을 모두 무로 돌리고자 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철도노조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막아낼 투쟁의 선봉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철도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정책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기에 그들은 온갖 방식으로 철도노조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2차 파업이 정부와 사측에 어느 정도 압박이 되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철도조합원들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이대로 당하지는 않겠다는 현장노동자들의 의지가 제한적인 필공전술일지라도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2차 파업 이후 현장탄압에 대한 철도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저항이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제천전기 조합원들이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고, 용산차량, 서울역, 대구전기, 목포역에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1인 시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투쟁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2차 파업 이상의 위력적인 3차 파업을 준비해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원들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뛰어넘지 못하고 남아있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이명박 정부와의 한판 싸움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많은 활동가들은 피할 길을 찾고 싶어하며, 노동자들이 가진 힘을 최대치로 밀어가는 것을 주저한다.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싸움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사 패배하더라도 힘을 다해 싸운 후의 패배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패배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전자는 최소한 투쟁의 의지를 남길 수 있는 반면에 후자는 완전한 무력감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을 전진시켜온 것은 바로 승리가 불투명할지라도 현장노동자들을 믿고 노동자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시키기 위한 노력을 주저하지 않는 투쟁정신이었다. 지금은 바로 그러한 패기와 기개가 필요하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