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철도노동자 - 정면 대결 회피하지 말자!
지난 24일, 발전과 가스에 이어 철도공사 사측도 ‘단협해지 통고’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죽이기 공기업선진화’를 밀어붙이며 공기업 관료들을 닦달하고 있는 판에 허준영사장이 결국 ‘경영쇄신노력’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사측이 내놓은 단협개악안은 핵폭탄급이다. 임금동결은 물론이고, 현 월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을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리며, 비연고지 전보금지조항 삭제, 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 휴가일 대대적 축소, 인력감축 관련 노사협의조항 삭제, 노동조건변경 관련 노조의 개입권 축소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특히 노조활동을 보장해온 조항들의 폐지, 전임자 20명 축소와 법 개정시 전임자 무급화 등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들이다.
이와 더불어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탄압도 가히 역대 최고수준이다. 5, 6일 양일간 순환 필공파업이 끝나자마자 공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150명이 넘는 지부장과 간부를 업무방해로 고소고발 했다. 허준영 사장 취임 후 지금까지 5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고소고발 당했다. 그뿐이 아니다. 명퇴 압력 속에 조합원을 짓밟고 살아남고자 충성하는 관리자들은 단협이 보장한 최소한의 노조활동도, 인사발령 제한도 무시하며 현장을 유린하고 있다. 부당 인사발령에 항의하다 관리자 책상유리 한 장 깼다고 곧바로 해고가 통지되는 살벌한 상황이다.
철도노동자들의 반격
이런 공격에 대해 철도노동자들의 반격도 일정에 올랐다. 5, 6일 양일간의 순환 필공파업에는 역대 최대 인원이 참여했고, 특히 서울지방본부 소속조합원들은 필수업무유지인원을 제외한다면 100%가 파업과 집회에 참여했다. 그리고 26일부터는 전국 전직종이 참여하는 무기한 필공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현장투쟁도 등장하고 있다. 일방적 인사발령에 항의하며 수원역지부 조합원들은 천막농성과 안전운행투쟁을 벌여 인사발령을 철회시켰다. 순천지방본부에서는 부당한 징계와 고소고발에 항의하며 항의방문과 집회를 진행했다. 철해투 동지들은 32일간 본사 앞 천막농성을 진행한 후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사측이 파업을 무력화시키고자 만들어 놓은 족쇄인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넘어서는 전면총파업을 제기하는 목소리들도 확대되고 있다. 현장노동자들은 필공파업만으로는 승리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이것을 반영하여 서울지역 지부장 회의에서는 치열한 논란 끝에 전면총파업은 아니더라도 전면파업의 배수진을 치기로 결의했다.
미래를 결정할 기로에 선 철도노동자
그러나 여전히 현재의 투쟁은 필공파업전술에 맞춰져 있다. 그것은 노조간부들, 활동가들이 여전히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살아있는 잠재력을 신뢰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싸우기도 전에 두려움에 움츠러들어 이명박정부의 공격이 전면적 공세가 아니기를 가망없이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철도현장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장노동자들은 투쟁에 열심히 참여하면서도 파업의 효과가 거의 발휘되지 않는 필공파업만으로 과연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보내며, 전면총파업의 필요성을 느껴가고 있다. 자발적 투쟁에 나설 정도로 현장조합원들은 충분히 훌륭하다. 다만 그것을 모아낼 지도력에 대한 신뢰, 승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뿐이다. 활동가들, 투사들이 단호한 투쟁결의와 희생할 각오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승리의 자신감이 만들어질 다른 길은 없다. 지금 철도노동자들은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투쟁에 맞닥뜨리고 있다. 활동가들은 자신이 활동가인지를 단호한 결단으로 조합원들 앞에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조합원들은 전면적 투쟁을 이끌 지도력을 절실하게 갈구하고 있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