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권의 2중대, 동반심판 받은 민노당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은 민노당“! 노무현정권과 함께 민주노동당도 대중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대중들에게 민노당은 노무현정권/ 열린우리당의 2중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반대당이 아닌 2중대
빈부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급증, 상시적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의 만연 등 대중들을 생존의 위기로 몰아넣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과연 민노당은 그 반대세력으로 대중들에게 한 번이라도 비쳐졌던가? 민노당이 관성적으로 내걸고 있는 “반신자유주의” 구호로만 본다면 노무현 정권에 대한 가장 반대세력으로 비쳐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민노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명박에게서만 노무현정권에 대한 반대세력을 볼 뿐이었다. 실제로는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신자유주의를 승계 받아 그것을 더 공세적으로 밀어붙일 한나라당과 이명박정부인 데도 말이다. 이와는 달리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민노당의 모습은 열우당과 반한나라당 공조를 하고, “수구세력”에 맞서 노무현정권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2중대의 그것이지, 노무현정권에 맞서 싸우는 반대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좌든 우든 모두 계급협조주의
이것이 동반 심판을 받은 이유이다. 민노당이 현재 “참패 원인을 찾고 대책 마련에 골몰”해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러한 진실을 직시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직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열우당 2중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참패의 원인임을 인정하는 것은 곧 당의 현 지도부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존재 이유 그 자체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내부 혁신” 같은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민노당이 더 이상 존재해야 할 명분 자체가 없게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선 참패를 계기로 이른바 당 내 ‘좌파’가 주류세력에 대해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좌파조차도 민노당이 그 동안 노무현정권 2중대 노릇을 해 왔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 민노당이 열우당 2중대로 전락하게 된 데에는 당 내 주류뿐만 아니라 좌파 자신도 명백히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주류인 이른바 ‘자주파’가 계급협조적인 민족주의를 가지고서 민노당을 2중대로 몰아갔다면, 전진 등 좌파는 개량주의/사민주의를 가지고 민노당이 2중대가 되는 데 일조한 것이다. 2004년 노무현 탄핵 국면에서 자주파와 좌파 모두가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낸 이래 현재까지 내내 민노당은 열우당 좌파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민족주의 대신 사민주의?
현재 좌파는 대선 참패의 원인을 권영길 후보와 자주파의 민족주의 노선과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민노당을 좀더 서구식 사민주의 정당으로 안착시키려는 강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심상정은 선거 패배에 대한 대책으로 민노당이 “노동자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기 때문에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870만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명실상부한 노동자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명실상부한 노동자 정당”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민족주의를 탈각하고 좀더 분명하게 서구식 사민주의로 가자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현재 민노당에서 민족주의와 사민주의는 외견상 대립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계급투쟁을 억누르고 계급협조주의를 조장, 강화시키는 데에서는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진 등 좌파가 민노당의 주류가 되었더라도 노무현정권 2중대로서 민노당의 구실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 대신 사회적 합의 하에 비정규직을 인정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만드는 사회연대전략을 적극 찬동한 전진이 비정규직 투쟁을 정권과 자본에 맞서는 비타협적 투쟁으로 이끌고 가는 데 찬동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가짜 노동자당
당내 다수파의 ‘코리아연방 공화국’이나 전진의 사회연대전략이나 민노당을 계급협조주의 정당으로, 자본과 정권의 2중대로 전락시켜 온 데서는 똑 같다. 사회연대전략 같은 계급협조주의/ 노사정 사회적 합의주의 정책을 견지한 채 “명실상부한 노동자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은 헛소리가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아예 서구식 사민당/노동당 등 자본주의적 노동자 정당으로 확실하게 변신하자는 이야기 이외에 다른 것일 수가 없다. 노동자들을 대중적 기반으로 삼지만 노선과 정책에서는 계급투쟁을 억제하고 계급협조를 추구하는 개량주의 정당으로 확고히 안착하는 것이 좌파가 당 내 투쟁에서 우위를 쥐는 데는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자본과 정권의 2중대로서 당의 본질적 성격에는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민노당은 당 내 어느 세력이 주도하든 그 본질적 성격에서 자본주의적 노동자당, 즉 가짜 노동자당임을 숨길 수가 없다.
민노당 밖에서 노동계급 당을 만드는 것은 오류라고?
“반자본주의”를 자임하는 민노당 내 다함께 그룹은 한국노총에 대한 사과 등 가짜 노동자당으로서 민노당의 가면이 벗겨지려고 하자 서둘러 나서서 이를 수습하려고 변호론을 늘어놓고 있다. 다함께는 민노당의 주류를 공격하는 당 안팎의 노골적인 사민주의자들의 주장과 논리의 기회주의성을 옳게 폭로, 반박한다. 그러나 민노당의 계급협조주의와 노골적인 부르주아 의회주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민노당을 “노동계급 대중정당”이라고 방어한다. 이 주장은 민노당 밖에서 진정한 노동계급 대중정당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만들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을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통해 다함께는 민노당의 계급협조주의적 본질을 덮어 가리고 그 모순이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막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혁명적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에 나설 때!
남한의 정치 지형에서 ‘혁명적’ 노동자 정당만이 자본과 정권의 2중대가 아닌,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진정한 노동자 정당일 수 있다. 그 이외의 모든 노동자 정당은 아무리 노동자의 외관을 뒤집어써도 모두 가짜 노동자당, 자본과 정권의 2중대일 수밖에 없다.
민노당은 이제 노동계급운동의 전진에 최대 걸림돌이 되어 있다. 현 시기 남한에서 노동계급운동의 전진은 근본적으로 혁명적 사회주의노동자 당의 건설을 통해서만 담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더 분명해 지고 있다. 자본과 정권의 반노동자적 공격에 맞서 계급투쟁을 확대 강화하고 대중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오직 혁명적 사회주의노동자 당 뿐이다. 민노당의 “혁신”, “내부 혁명”, “재창당” 따위의 논리에 현혹될 노동자 투사들은 더 이상 없다. 이제 혁명적 노동계급 정당 건설에 나서야 할 때다.
양효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