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1>
왜 많은 노동자들이 잔업, 특근을 바라는가?
- 강화되는 착취의 올가미, 실업 문제
뼈 빠지는 노동을 연장하기를 희망하는 노동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남는 시간을 취미생활과 여가에 사용하기를,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에 할애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소한 고된 노동으로 망가진 몸을 추스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주40시간 노동제가 있지만,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잔업, 특근 거리, 즉 장시간 노동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시간 당 20분 수명을 단축한다고 알려지고 있는 야간노동까지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얼마만큼 노동자들에게 살인적인 체제인가를 보여준다.
뼈 빠지는 노동의 연장을 강요받는 가난한 노동자들
모두가 알다시피 원인은 간단하다. 우선 저임금이다. 잔업, 특근 등이 없다면, 기본급으로 즉 주40시간 노동으로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노동자들은 거의 없다. 만약 최소한의 생활임금이 월 300만원인데, 기본급으로 받는 임금이 250만원이라면 노동자들은 나머지 50만원을 연장노동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눈앞에 뻔히 보이는 가족의 고통, 가령 아이들의 교육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아파트를 사느라 은행에서 빌린 돈은 어떻게 갚을 것인가? 노동자들은 잔업, 특근을 갈구하지 않을 수 없다. 야간수당이 가산되는 야간노동도 마찬가지다. 당장 몸이 망가지고 아무 여유가 없어 황폐해지더라도, 반장의 잔업특근 제안, 야간노동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아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밑바닥 노동자들, 가령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 비극적이다. 만약 이들이 잔업, 특근을 다 해도 받는 돈이 250도 채 안 된다면, 이들은 어찌할 것인가? 이들은 야간에 졸린 눈을 부비면서 대리운전에라도 나서야 한다. 아침에 신문배달, 우유배달이라도 나서야 한다. 이런 노동자들이 지금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이런 상황(저임금)을 피할 수가 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 즉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이란 자본가들의 논리는 노동자의 임금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묶어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구조적’으로 확대 강화된다.
실업의 공포에 떠는 노동자들
혹자는 질문할 것이다. 기본 생활임금 정도는 받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저임금’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이 좀 더 낫기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기본급만으로는 안정적 생활이 불가능하다. 전체 임금에서 기본급 비율은 6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 중요하게 봐야 할 지점은 ‘실업의 공포’다. IMF 시절 대량해고의 광풍을 맞았고, 그 뒤로도 계속되는 구조조정에 희생양이 되어온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의 고용이 지속된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희망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의 방식으로 현장을 떠난 동료들의 운명은 어떤 것이었나? 이들이 손에 쥔 목돈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장사 실패’나 ‘실업’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들의 대부분은 지금 여기저기서 비정규직으로 비참하게 일하고 있다. 심지어 정규직으로 일했던 바로 그 현장에서 비정규직으로 마주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기업 정규직일지라도,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놓자! 미래는 기약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잔업, 특근을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 대규모 노동조합을 갖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더 나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가 이렇다면, 다수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상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내일을 전혀 기약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잔업, 특근, 야간노동, 그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장시간 노동은 이들에게는 ‘그나마 나은 상황’으로 간주된다. 얼마나 비극적인가?
현실은 더욱 악화된다 - 실업노동자의 증대가 취업노동자를 압박한다!
자본가들의 착취욕은 끝이 없다.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인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과거와 큰 차이 없는 생산물량이라면, 그리고 똑같은 노동시간이라면, 반면 노동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대했다면, 사장들의 눈에는 노동자들이 ‘과잉’이다. 100명 쓰던 노동자들이 이제 50명이면 충분하다. 노동자들이 더 많은 것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면 낼수록, 즉 사회적으로 노동자들이 더 쓸모 있고 가치가 있으면 있을수록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제는 쓸모없다”는 폐기판정을 받는다.
실업자들이 늘어난다. 게다가 자본가들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싸게 부려먹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내일 당장 생산물량이 줄어들면 바로 해고시켜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비율을 대폭 늘리고 있다.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 실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작업장 바깥 혹은 안에 길게 줄 서 있다. 이 현실이 취업노동자들, 정규직 노동자들을 간접적으로 압박한다. 사장들은 “지금 받는 임금에 만족하라! 그리고 생산성 향상에 협조하라. 노동강도 증가를 받아들여라! 저기 줄 서 있는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느냐?”고 윽박지른다.
여기에 자본주의 경쟁의 압력이 가세한다. 자본가들 사이의 피 터지는 경쟁은 그들에게 ‘저비용, 생산효율성 증가’를 강요한다.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않을수록, 경제위기가 확대되면 될수록, 더 값싸게 생산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만약 자본가의 이윤을 위한 경쟁체제, 즉 자본주의 경쟁체제를 단단히 손보지 않는다면, 사장들 사이의 경쟁은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으로 둔갑한다. 엄혹한 경쟁을 내세워 사장들은 노동자들에게 ‘허리띠 조르기’ 경쟁을 강요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회사가 위태로우면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이 불가피하다. 협조하지 않으면, 회사는 망하고 그러면 당신들의 고용도 날아간다!”
악순환의 고리,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이 비참한 처지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불가피하다. 자본주의가 뭔가 잘못 작동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본성 자체가 그런 비참한 처지로 노동자들을 내몬다.
자본주의 체제가 자체 모순에 의해 위기에 빨려드는 불황과 공황기에 노동자들은 잔업과 특근 등 장시간 노동마저도 고맙게 받아들인다. 이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은 망가지고 수명은 단축되지만, 이 모든 희생은 고스란히 자본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 자본가의 회생을 돕는다. 그러나 취업노동자들이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할수록, 해고자들은 늘어난다. 실업노동자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취업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더 죽어라 일해야 한다. 그것의 결과는 “이제 필요 없으니 나가라”는 해고통보서다.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로부터 잠시 비껴나 있는 호황기에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많은 잔업 특근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모든 성과는 고스란히 자본가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자본가들은 투자를 확대해, 노동생산성을 높인다. 그 결과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통보이고, 과잉투자와 경쟁 확대를 통해 새로운 불황과 공황을 준비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의 족쇄, 아니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껴야만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사회주의는 말한다. “사장들의 이윤을 위한 경쟁체제를 노동자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공동체적 생산으로 바꿔내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가 더 효율적으로 생산한 결과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자의 풍요로 연결될 수 있다.
하나만 넘어서면 된다. “사장들의 이윤을 침해하기를 겁내지 말자! 생산의 결과물이 자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가 생산수단의 소유자이자 그 결과를 분배하는 당사자인 사회를 만들어내면 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동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껏 놀고먹는 착취의 하얀 손들이지 너무나 충분하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아니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