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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비리사건의 교훈 -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망을 건설할 때에만 민주노총을 혁신할 수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적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민주노총의 수석 부위원장 강승규의 비리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수호 집행부가 사퇴했다. 비리가 드러나자 가장 분노한 사람들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었고, 반면에 가장 기뻐했던 자들은 자본가들이었다. 자본가 언론은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총의 도덕적 타락을 ‘꾸짖고’, 도덕성을 회복할 것을 ‘충고’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역겨운 주둥아리를 놀려댔다. 물론 이들은 절대로, 이수호 집행부의 도덕적 타락을 질책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고 떳떳한 자들이 아니다. 이들이 썩은 내 진동하는 자본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뱉어낸 수많은 말과 역겨운 행동들을 상기해 보라. 이들은 온갖 비리를 저질러 사회를 파탄 낸 재벌들을 옹호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경제를 망치는 행위로 매도하고, 권력과 자본가들에 유착하여 온갖 이권을 챙기면서 자본가들의 충견 노릇을 해왔던 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타락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철면피들이다. 이렇게 진정으로 청산되어야 할 자들에 의해서 민주노총은 질책당하고, 충고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민주노총을 자신의 조직이라고 생각하며 투쟁해 온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역겨운 소리는 온갖 어려움을 뚫고 전진해 온 노동자운동을 조롱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고난의 길을 묵묵히 감내해 온 노동자 투사들에게 적들의 조롱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만큼 분한 것이 없다. 특히 이번처럼 자본가들의 더러운 습성과 행동이 자신의 대열 안에서 나타난 비리 때문에 조롱거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은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선진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정당한 일이다. 관료들의 비리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자부심과 명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으며, 노동대중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는 점에서 ‘더러운 범죄행위’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이는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악성 종양’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관료들의 범죄에 대한 선진투사들의 정당한 분노는 관료집단의 타락을 척결하고, 민주노총을 혁신하는 대중적인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번 비리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었으며, 관료들의 범죄에 대한 특별한 항의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또한 이수호 집행부의 사퇴 이후에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 역시 이수호 집행부에 비해 단 한 치도 낫다고 평가할 수 없는 관료집단일 뿐이다. 잘 알다시피 이 좌파관료들이 참여한 ‘비대위’가 처음 내뱉은 소리는 노동자대회를 폐기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수호 집행부의 사퇴를 투쟁의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것은 현재 한국 노조운동의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정규직 노동조합운동은 오랜 기간 단사주의와 노사 협조주의의 병폐에 시달려 왔으며, 계급적 투쟁정신은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그 결과 대중은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수동화되어 있으며, 민주노총은 관료제가 고착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가들이 비정규직법안 개악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도발해 올 수 있었던 것도 민주노총에 노동조합관료제가 뿌리 내리고, 그 결과 민주노총이 최소한의 투쟁력조차 동원할 수 없는 껍데기 조직으로 추락해가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들은 관료들에 대한 공격이 투쟁적인 지도부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마지막 남은 대중의 투쟁 열기까지 소멸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이런 조건들은 우리가 민주노총을 혁신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데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으로, 민주노총의 혁신이 단지 관료 몇 사람을 제거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민주노총에 그럴싸해 보이는 제도를 형식적으로 보완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이수호 집행부에 대한 일부 활동가들의 사퇴요구 흐름은 좌파관료들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이 흐름은 좌파관료들이 권력을 넘겨받자마자 소멸되었다. 좌파관료들은 이수호 집행부의 사퇴를 발판삼아 어떻게든 다음 선거에서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수호 집행부로 표현되는 우파관료들 역시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엄밀히 말하자면 결코 영향력을 상실하지 않았다. 이수호 집행부는 오히려 새로운 영향력을 창출하기 위한 계산에서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사퇴 과정이다. 이수호는 사퇴의 변에서 뻔뻔하게도 자신을 포함한 임원진들은 ‘신자유주의 지배 아래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아픔과 함께 하면서 내부의 혁신을 통해 노동운동을 거듭나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사퇴가 (반드시 할 필요는 없었지만) 조직의 분열과 혼란을 막고, 민주노총의 진정한 혁신과 단결을 위한 선택이었던 것처럼 포장하였다. 일부 세력의 피켓 때문에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는 그들의 오만방자함이 보여주는 바는 무엇인가? 이런 점들은 결코 그들이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의해 타도된 것이 아님을 반증한다. 그러는 한, 관료들의 기반은 일시적으로 흔들릴 뿐, 결코 제거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듭되는 비리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에 어떠한 본질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조합원들은 아래로부터의 통제의지를 더욱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은 곧 관료체제의 강화와 직결된다. 바로 이것이 관료집단과 적들이 노리는 바이다.
직선제와 소환제로 민주노총을 혁신할 수 있는가?
이수호 집행부의 사퇴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된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민주노총 대의원의 직접 선출 및 소환제’ 등을 요구하며 민주노총을 혁신하자는 등의 주장 역시 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을 분명히 해야만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관료들의 타락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결코 임원을 직선으로 선출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그들을 소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노총처럼 완전히 어용노조가 아닌 한, 세계의 대부분의 노조들에서는 어느 정도의 소환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에서 관료들의 비리가 만연한 것은 이들이 직선제로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위원장은 물론이고, 대의원들까지도 수많은 비리를 저질러 왔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직선제로 선출된 간부들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의 노동자들은 단사 노조에서 그리고 지역본부와 산별연맹의 관료들이 자본과 결탁하여 더러운 뒷거래를 하고, 노동자투쟁을 파탄시킨 대가로 이권과 향응을 제공받거나, 관료로서의 지위를 보장받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아왔다. 강승규 비리사건은 단사에서부터 상급 조직에 이르기까지, 직선이냐 간선이냐를 가리지 않고 수없이 반복되어 온 비리사건의 하나에 불과하며, 나아가 단사에서 상급 조직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반복되어 온 관료들의 배신행위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이상욱 집행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대한 배신은 강승규의 금품수수 사건에 못지않은 노동자운동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점에서, 그 본질에서 결코 강승규 비리사건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건이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뭔가 충격적이며 놀랄만한 사건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승규 비리사건에 대한 분노를 토하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거의 한 통도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단적인 표현이다. 이것이 자신의 단결투쟁조직으로서의, 자신이 생존권을 그나마 보호할 수 있는 일상적 시기의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민주노조에 대한 조합원대중의 갈망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을 절대 아니다. 진실은 조합원 대중이 이 갈망을 채워나갈 그릇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무력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대중은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비리를 목격하고, 관료들로부터 배신당해 왔다. 그렇게 때문에 노동대중은 비록 수동화되어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한두 놈의 관료가 교체되는 것이나 민주노총에 이러저러한 형식적 제도를 덧붙임으로써 지금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환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운동에서 그동안 관료들이 제거되지 못했던 것은 소환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80년대 후반 이래 민주노조운동이 전진하던 시절에는 소환제도가 없었지만, 노동대중에 대한 배신은 결코 용납되지 않았다. 배신자들은 대중이 아래로부터 내뻗는 분노의 주먹에 의해 가차 없이 타도되었다. 이것은 지금도 활력 있게 투쟁하는 사업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중 하나이다. 노동대중의 자발성과 투쟁성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는 심지어 소환제도와 같은 형식이 없더라도 관료들의 배신은 결코 용납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번 강승규 비리건도 마찬가지다. 아래로부터의 조합원들의 능동성만 발휘되었다면, 민주노조운동은 이수호가 그렇게 더러운 농간을 부리며, 큰소리치며 물러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능동성이 가장 잘 발휘되는 공간은 바로 투쟁과 연대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아래로부터의 투쟁 동력만 있었다면, 이수호 체제에 대한 선진노동자들의 분노는 결코 좌파관료들의 더러운 정치적 술수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을 혁신하는 데서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대중의 능동성과 의지, 자신감, 날카로운 통제능력의 고양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소환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관료제에 물든 현재 민주노총에 직선제와 소환제와 같은 형식적 장치를 덧붙인다고 민주노총이 관료제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작업이 아래로부터 대중의 투쟁과 자주적 진출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노동조합관료제를 거의 위협할 수 없으며, 단지 관료집단의 이러저러한 분파들 사이의 거래와 놀음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작지만 진지한 실천만이 우리의 대안이다
오랫동안 관료들의 비리를 목격하고 그들의 배신 때문에 거듭 패배해 온 대중에게 직선제나 소환제 같은 형식적 혁신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결코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없다. 특히 비리, 부패의 당사자일 수 있는 사람들이 민주노총 관료의 비리를 비판하고 혁신을 주장할 때 그것은 조합원 대중의 환멸을 조장할 뿐이다. 자신들의 문제 및 자기 현장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대중에게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운동은 그 요란한 몸짓에도 불구하고 어떤 진지한 운동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 활동가들의 아래로부터의 혁신운동은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가? 진지한 투사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새롭게 혁신하는 운동은 노동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통제력,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자주성이 살아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 오직 자기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대중과 함께 투쟁해 나가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고하며, 그들이 노동조합의 모든 활동들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하고 실질적인 주도권과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 활동하는 투사들을 통해서만 대중의 굳게 닫힌 입은 열리게 될 것이며, 그들의 주먹은 관료들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나갈 것이다.
우리들의 이런 주장은 종종 전국적으로 형성된 투쟁의 조건을 포기하거나 중요한 계기를 방치하는 견해로 왜곡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은 현장의 대중으로부터 동떨어진 사람들의 오판이라고 믿는다. 이수호 집행부의 사퇴 이후 형성되고 있는 좌우 관료들의 시끄러운 정치놀음은 결코 전국적인 투쟁의 조건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없다. 현장에서 진지한 투사들이 대중 속에서 수행하는 대중적 실천 활동을 통해서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단결이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대중의 칼날 같은 의식과 주도성, 민주노조에 대한 생명과도 같은 애정이 자라나도록 만들 때만 비로소 관료체제에 맞선 저항과 대안이 자라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87년 직후의 민주노조운동의 증명했던 것 그대로,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모든 것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그것이 해결되는 극적 계기는 상층 관료들의 비리가 적들에 의해 폭로됨으로써 촉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일부 관료층의 몰락이 민주노조운동의 해체와 새로운 관료층의 등장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주도력과 통제력이 만개하고 그 과정에서 진실한 투사들이 지도부로 우뚝 서는 계기일 것임이 적들에게 너무나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들은 ‘폭로자’로서가 아니라 ‘비밀의 보호자’로서의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는 극적 계기는 80년대 말에 보편적으로 나타났던 바로 그 모습으로, 즉 대중의 폭발적인 투쟁 과정에서 관료층이 적들의 2중대이자 배신자로 폭로되고 투쟁의 현장 바로 거기에서 축출당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루에도 2~3번씩 위원장을 갈아치웠던 현중 파업투쟁의 경험처럼,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주먹은 모든 것을 명쾌하게 처리해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좌파관료층이나 이들에 영합하는 호들갑스런 사람들과는 달리, 진정 대중 앞에서 관료층의 본질이 낱낱이 폭로되면서 관료제의 척결을 향한 대중의 위대한 전진이 시작되는 결정적인 계기들은 현자 비정규직 투쟁에서, 기아 비정규직 투쟁에서, 현대하이스코 투쟁에서 투쟁했던 대중과 그들의 선두에 섰던 활동가들에 의해 조직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강승규 비리 건에 맞선 운동의 진정한 전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현장들이다. 이 현장들에 박혀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이다. 이 현장에서 당장에는 깨지면서도 승리를 향한 힘을 벼려내고 있는 투쟁하고 있는 대중이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 그리고 오직 여기에만 주목한다.
선진적인 투사들은 관료들이 위로부터 허물어뜨리고 있는 민주노조의 성을 복구하는 데서, 대중의 요구와 투쟁과의 긴밀한 결합을 제외하고는 관료제에 맞선 어떤 중요한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빠진 혁신 시도는 관료제를 파산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인 대중운동과는 괴리된 관료들 사이의 시끄러운 잡음에 파묻힐 뿐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면 이 점은 아주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작지만 의미 있는 투쟁들에 결합하여 진지하게 활동하고, 자신이 속한 현장의 투쟁들을 진지하게 조직해 나가면서 진정으로 전국적인 투쟁들을 만들어가는 길이 관료제에 맞선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이것만이 타락한 관료들의 비리를 터뜨리면서 적들이 노리는 바를 저지하고 반격할 수 있는 길이다.
적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종들인 타락한 관료층을 종종 비리 건을 터뜨려 날려버리는 것은 이 손실을 몇 배 이상 만회할 수 있는 거대한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현장 조합원 대중의 기대와 희망, 민주노조를 향한 의지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적들은 상층에 관료들을 만들어놓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10분의 1도 해결하지 못한 것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성은 바로 현장대중에 의해 지탱되고 있으며, 이 현장대중의 마음을 유린하면서 민주노조운동과 완전히 분리시켜버리는 것이 최종적이고도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다줄 것임을 꿰뚫어보고 있다. 모든 경우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적들의 의중을 거꾸로 뒤집어놓으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가장 명확하게 보이게 된다. 이 경우가 정확히 그 경우에 해당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노리는 바로 그 지점에 저항과 반격의 진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 지점은 바로 현장의 조합원 대중의 한복판이며, 관료들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크건 작건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대중의 희망과 갈망, 의지, 분노를 되살려내는 것이다.
예컨대, 현장에서 크고 작은 계기를 포착해 대중의 단결과 투쟁을 확장하고, 현장 활동가들과 대중 사이의 끈끈한 애정과 신뢰를 매일 매일의 구체적 현장 활동을 통해 되살려내는 것이며, 현대와 기아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나 덤프연대나 산비노조의 투쟁이 고립되지 않도록 연대하고, 이 투쟁을 전국적인 투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실제로 분투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사업장에서 이런 투쟁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며 분투하지도 못한 채, 강승규의 비리를 비판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대중은 결코 희망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강승규의 비리에 대한 단순한 비판은 단지 ‘민주노조운동은 끝났다’는 적들의 선무방송에 힘을 실어줄 뿐일 것이다.
더 이상 조롱당하지 않기 위한 준비를 충실하게 해 나가자
이수호 집행부의 비리사건 등으로 상징되는 민주노총의 타락은 노동해방이라는 근본적인 정치 전망을 상실한 노동조합주의 운동이 도달하게 되는 필연적인 경로이다. 이 점에서 노동조합을 혁신하는 것은 단지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의 혁신은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망을 건설하고, 노동조합운동을 노동해방의 정신에 입각하여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선진적인 투사들을 육성하여, 이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시켜 나가는 것을 통해서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조급하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주노총의 혁신을 바라보고, 현장투쟁을 제대로 조직하고 계급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 말고 획기적인 대안이란 있을 수 없다. 대중은 지금 침묵하고 있지만 죽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진실한 지도세력의 출현이다. 이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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