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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운동 전면화를 위한 석방자들의 호소
법원은 사노련이 자본가 체제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시켰고, 그에 따라 우리 석방자들은 풀려났다. 우리는 석방의 기쁨도 잠시, 밀려오는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실질적 위협이 되지 못하는 사회주의 세력! 법원의 판결은 수치스럽게도 우리 사회주의 세력들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사노련을 비롯한 이 땅의 사회주의자들이 자본가 체제에 ‘실질적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 사노련 사건이 터지자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레디앙 같은 소부르주아 민주주의 언론들은 “소규모 단체가 얼마나 국가 변란을 꾀할 수 있을지 의문”, “촛불집회에 깃발 들고 참가하여 유인물 몇 장 뿌리는 것 외에 한 일이 별로 없는 신생 단체”, “한국사회 전체는커녕 진보진영 안에서도 경쟁력이 거의 없는 소수의 추종자만 있을 뿐”, “몇 명의 사회주의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인쇄물을 나눠주는 것이 고작” 등등으로 사회주의자들의 ‘실력 없음’을 조롱했다.
우리는 이들의 조롱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겠다. 다만, 사회주의자들로서 자본가 체제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세력이 되지 못하고, 이몀박 정부에 반대하는 대중들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세력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오직 반성하겠다.
우리는 사노련 사건이 사회주의자들에게 던지는 단 하나의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사회주의운동 전면화를 위한 투쟁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것, 오직 그것만이 사회주의자라는 이름에 값하는 현 시기 실천방향이라고 본다.
사회주의자들이 전투적 민중주의 운동으로부터 분화되기 시작한 것이 벌써 십 몇 년이 지났지만, 사회주의세력들은 아직 공공연한 사회주의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펼쳐내지 못하고 있다.
협소한 써클의 자족적 울타리에 갇혀 지내거나 대중조직과 노동조합운동 뒤에 자신을 숨기고서 활동해 왔다.
그에 따라 독자적인 사회주의운동을 만들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소부르주아 헤게모니가 작동하는 ‘진보진영’의 한 부분으로 묻혀버리기까지 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대담하게 사회주의 강령을 내걸고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공공연하게 사회주의의 기치 아래 운동을 펼쳐나갈 책임감과 자신감을 결여해서다.
사회주의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선진노동자들이 노조운동을 넘어서는 전망을 갖지 못한 채 조합주의에 갇히기를 강요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니 바로 사회주의운동을 전면화 시켜내지 못한 사회주의 세력들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촛불투쟁에서도 사회주의 세력들은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경찰은 사노련을 촛불과 엮어서 촛불투쟁의 배후에 사회주의 세력들이 있었다는 식으로 몰아감으로써 촛불을 완전히 잠재우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는 부끄럽게도 촛불투쟁에서 사회주의 세력들이 한 것은 ‘거의 없다’고 고통스럽게 말해야만 한다. 소부르주아 민주주의 언론들이나 개량주의자들이 사회주의 세력들의 실력 없음을 조롱하는 것과 관계없이 말이다.
사회주의자들의 ‘실력’과 무관하게, 사노련 사건을 계기로 사회주의가 공론화되었고, 사회주의운동이 대중적 담론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사회주의자들은 발언해야 한다. 사회주의 세력들은 지금 만들어진 이 국면에서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한 차례의 공안탄압 해프닝이 아니라 사회주의운동 전면화를 위한 투쟁의 시발점이라고. 더 이상 애매한 ‘진보진영’과 ‘운동권’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이제 사회주의라는 자기 이름으로 당당하게 대중들 앞에 나서야 할 때다. 사회주의 세력들은 사회주의 강령으로 노동자대중들 앞에 책임 있게 스스로를 제시해야 할 때다.
이명박 정부의 공격에 맞서 저항하고 끝까지 투쟁하고자 하는 대중들한테 사회주의운동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지금 말해야 할 때다. 오직 사회주의운동만이 이명박 반대투쟁 전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 모든 사회주의 세력들은 사회주의운동 전면화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사회주의운동 전면화는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 동안 사회주의 세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당 건설’을 외쳐 왔다.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졌어도 사회주의 세력들은 어느 누구도 민노당이 사회주의 정당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갈라져 나온 진보신당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주의운동을 전면화하기에는 너무도 뿌리깊이 의회주의와 개량주의로 체질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 규모가 사노련 보다 월등히 커도 이 당들이 자본가 체제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된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혁명적 사회주의운동 전면화에 동의하는 사회주의 세력들은 모두 사회주의 노동자 당으로 결집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투쟁하는 대중들의 명령이다.
이는 단지 사회주의 정치조직만의 임무가 아니다. 사회주의에 동의하면서 현장의 선진노동자라는 이름 뒤로 숨어 주저했던 현장사회주의자들의 전면적 임무여야 한다.
이미 현장은 자본이 제출하는 신자유주의, 노조관료들이 제출하는 사민주의 노선/정책을 넘어서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는 투쟁들로 넘쳐나고 있다.
더 이상 전투적 현장활동가들의 “현장권력 쟁취/계급적 연대투쟁” 지향이 사회주의운동의 전면화, 사회주의 노동자 당 건설 임무와 동떨어져 진행 될 수 없다.
이명박과 맞짱 뜰 당, 이명박 자본가 정부의 공격과 탄압에 맞선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당, 자본가 체제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당을 대중들은 절실하게 원한다. 이러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위해 모든 사회주의 세력들은 당 강령 초안을 제출하는 것으로부터 공동의 당 건설 작업을 시작하자. 우선, 사회주의운동 전면화 과제와 함께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 방안들을 주제로 하여 빠르게 전국토론회를 개최하자.
2008년 9월 2일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석방자 일동
(오세철, 양효식, 최영익, 정원현, 남궁원, 박준선, 오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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