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삭감 없는 8시간 노동으로 일자리를 늘리자!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단축·일자리창출 투쟁
2월 19일, 울산 시청 앞에 덤프트럭·굴삭기 기사들 500명이 모였다. 건설현장에 ‘8시간 노동제’를 정착시켜 일자리를 늘리자며 이날 하루 총파업을 결행하고 나온 것이다. 꼭두새벽에 현장으로 나가 해진 후에야 정해진 일당을 받는 건설기계 노동자들, 이들에게는 ‘임금’에 해당하는 ‘임대료’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해법 vs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의 해법
공황의 여파로 건설경기가 침체되며 곳곳에서 일자리 축소로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400만 실업시대가 무서웠는지 이명박 정권은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신설해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아 일자리 문제를 논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대책이란 공공부문 단시간 노동 확산 등 임시직·비정규직 일자리들이거나 ‘4대강 살리기’같은 환경파괴 사업들일 뿐이다.
그러나 울산지역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선택은 달랐다. 하루 10시간 노동을 관행처럼 여기는 자본가들에 맞서 ‘임대료 삭감없는 8시간 노동제’로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임금을 유지한 채 8시간 노동제를 관철시키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투쟁요구로 만든 것이다.
투쟁을 통해 조직화가 확대되다!
이들이 노동시간 단축투쟁과 2월 19일 하루총파업을 천명하고 현장투쟁에 돌입하자, 적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요구와 슬로건을 노조가 대변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2월 19일 파업의 날이 밝아올 때까지 “과연 얼마나 모일까”를 걱정했지만,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들은 예상치의 2배 가까운 500명에 달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작년부터 덤프·굴삭기 차주협회와 현장에서 지속적인 선전·선동과 개별 조직화·설득을 통해 “우리도 8시간 노동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심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다. 여기에 울산에서는 최초의 시도라 할 건설기계 노동자의 하루 총파업을 결단했다. 대중의 가슴 속에 절실한 요구를 내걸고 과감한 투쟁을 집행하는 것! 말은 쉬워 보이지만 바로 이러한 방식이 공황기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2007년, 건설노조 투쟁의 성과로 건설기계관리법이 개정되어 표준임대차계약서가 만들어진 바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건설기계의 가동시간, 즉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1일 8시간, 월 200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야간?초과작업시 임금 산정의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덤프트럭, 굴삭기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이것을 계기로 해서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유류비를 건설업체가 부담하도록 현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가들이 못하겠다면 우리 스스로 8시간만 일하겠다!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하루 총파업과 거리행진을 마친 노동자들은 즉석에서 “향후 투쟁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놓고 분임토론을 벌였다. 덤프기사들과 굴삭기 기사들이 직종별로 모여 스스로 투쟁의 방향을 놓고 열띠게 토론을 전개했다. 그래서 3월 1일부터는 실제로 오후 5시에는 무조건 퇴근하여 자신들이 정한 차량 집결지에 차를 모아놓고 대기하는 현장투쟁을 결의했다. 자본가들이 못하겠다면 우리 스스로 8시간만 일하겠다! 기존 일당은 그대로 지급하라! 이제 노동자들 스스로 투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간연속 2교대제’를 몇 년 전에 합의한 자동차산업에서는 불가능한가? 임금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자!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보이듯이, 미조직 노동자들도 화답하고 있지 않은가!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