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과 교섭의 병행? 전선을 흐트러뜨릴 교섭이라면 필요없다. 현장을 중심으로 투쟁을 조직해가자! (사진=노동과 세계)
근심만 안겨줄 민주노총 근심위 참여! 투쟁기조로 나가야만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와 자본가들이 개악한 노동법 중 전임자 활동시간을 규정하는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심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자본가의 아가리에 목을 집어넣다.
아무리 화려한 투쟁일정을 잡아놓아도 기조가 잘못되면 그건 투쟁계획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근면위’에 참여하는 순간, 현장 조합원들은 교섭의 진행상황을 바라보며 헛된 기대를 하게 마련이다. 개악된 노동법을 전제로 해서, 다만 그것의 구체적 적용을 논의하는 근심위 참여는 민주노총이 말하는 개악 노동법 철폐 투쟁을 망치는 길이다.
현장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현장의 투쟁확대를 중심으로 상황에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연스레 상층 중심의 교섭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연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전략적 과제로 제기하는, 기업별 노조의 지역 및 산업별 노조로의 통합, 노조활동의 인적-물적 자산의 통합과 집중, 조합비 인상 등 재정확보 방안 마련은 현장에서 점점 멀어지는 상층으로의 집중으로 우려된다.
젊은 위원장을 뽑았다고 민주노총이 패기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현장 투쟁을 발전시키고 이것을 총파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다부지게 덤벼들어야 패기 있는 민주노총이 될 수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발레오 만도의 구조조정에 맞선 금속 경주지부의 파업, 비정규직 18명 해고에 맞선 현자 전주공장 전체 노동자의 잔업거부투쟁, 울산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하루파업 등은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투쟁들은 교섭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자들의 열망과 투쟁과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실로 필요한 상반기 대응기조
철도노동자들이 4월 투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건설노동자들도 울산에서만이 아니라 건설노동자 전체의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4월 9일에 열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심야노동을 철폐하기 위해서 잔업과 특근이 없는 8시간 노동을 요구안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현자와 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업종 노동자 투쟁의 핵심축이다.
이처럼 현장은 공공부문 선진화 및 구조조정 반대, 정리해고반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를 걸고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을 반격의 출발점으로 삼아 정세반전의 계기로 포착해야 한다.
4월과 5월, 구조조정과 해고, 장시간 노동에 맞선 철도, 건설, 화물노동자들의 파업물결, 6월 금속노동자들의 파업물결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올 상반기 투쟁기조여야 한다. 이 투쟁과정에서만 민주노조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유일하게 만들 수 있다. ‘근심위’는 노동자들에게 근심만 안겨줄 위원회다. 자본가들과 테이블에 앉아서 노닥거리는 것에 현장의 조합원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자본가들은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않는다. ‘근심위’가 아니라 ‘투쟁위’를 노동자들은 적극 바라고 있다.
박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