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후퇴를 강제한 변속기 3부 비정규직 투쟁)
보라, 여기 당당히 고용보장을 쟁취한 동지들이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변속기3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두 달 넘게 끈질기게 투쟁해 고용보장을 쟁취했다. 이것은 여러 현장들에서 비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정규직마저도 무수히 짤리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무척 값진 성과다. 이것은 또한 현대차 자본의 변속기 외주화 전략에 맞서 2007년부터 시작된 울산공장 변속기3부 노동자들의 외주화 반대, 총고용 보장 투쟁을 일단락 짓는 것이었다.
교활한 외주화 전략
현대차 자본은 2001년 3월 아산에 100% 비정규직, 무노조 공장인 ‘현대파워텍’을 설립하고 변속기 외주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처음엔 기아차에 장착할 자동변속기만 생산하겠다고 했으나 2001년 8월부터 울산공장만으로는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현대차에 탑재할 자동변속기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생산량은 나날이 증가해 2006년도에 와서는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변속기가 85만대고, 현대파워텍에서 생산한 변속기가 130만대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외주화 전략은 울산공장 변속기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한 상태로 내몰게 되었으며, 2007년에 이르러서는 신세대 자동변속기 대체기종인 6속 변속기 공장 신설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
변속기3부 노동자들의 외주화 반대, 고용보장 투쟁, 그리고 합의서 쟁취
자본의 외주화 전략이 명백히 드러나자 변속기3부 노동자들은 외주화 반대,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2007년 투쟁에 돌입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의 고용 보장”을 분명하게 요구한 것은 ‘노동자는 하나다’는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그런 만큼 자본과는 첨예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천막농성, 잔업과 특근 거부, 물량 저지 등 변속기3부 노동자들의 강고한 투쟁은 자본의 외주화 전략, 비정규직화에 제동을 걸었다.
변속기3부 노동자들은 2007년 7월 24일, 현대차 자본으로부터 울산에 6속 공장을 신설하고, 비정규직을 포함해 노동자 전체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합의를 받아낸다. 정규직은 유급 휴가를 가지만, 비정규직은 ‘지원, 파견 등으로 고용을 유지한다’는 합의 문구는 한계가 있긴 했지만, 외주화 저지, 총고용 보장을 쟁취한 것은 커다란 성과였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안고 끝까지 투쟁한 것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
무급휴가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불붙은 고용보장 투쟁
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신세대 자동변속기가 단종되고 2008년 9월부터 6속 공장 신설을 위한 휴가에 들어간다. 이 틈을 노려 현대차 자본은 변속기3부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작을 편다. 고용보장이 약속된 5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33명을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정리해고시킨다. 그리고 지원(파견) 등으로 생계를 보장하기로 한 남아 있는 2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경제위기를 빌미로 파견공정을 제공하지 않고 무급휴가 상태로 내몬다.
2007년 7월 합의서 체결이 총고용보장 투쟁의 제1라운드였다면, 2009년 경제위기 국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제2라운드였다. 2008년 11월 이후 수개월 째 무급휴가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현대차 자본의 속셈을 간파하고 다시 모여들기 시작해 ‘합의서 이행! 양산 시 일괄복귀’를 내걸고 2009년 4월 8일부터 투쟁을 시작했다.
자본은 6월 양산 시점이 다가올수록 ‘6속 생산량이 적다’며 10월 복귀설을 흘렸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매일 출근투쟁, 중식 피켓팅, 현장 순회 등을 전개하면서 투쟁강도를 높였다.
결국 사측이 두 손 들다
정규직노동자들이 포문을 연 제1라운드의 승리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받아안고, 제2라운드 승리를 이끌어냈다. 당사자들이 갈수록 결의를 높이면서 끈질기게 투쟁하는 가운데, 변속기 정규직 노동자들도 적극 지지, 지원하며,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울산 공투본도 연대에 나서는 상황이 오자, 사측은 투쟁 확대를 우려해 결국 물러섰다.
변속기3부 정규직 대의원회는 현대차 자본으로부터 6월 25일 6속 양산 시점에 2명의 희망퇴직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25명의 현장복귀를 받아낸다. 또한 희망퇴직자 31명도 8월 10일 복귀시킨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총고용 보장 합의서를 체결한 다음, 이 합의서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이 스스로의 투쟁으로 고용 보장을 쟁취한 것이다. 이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다.
모두 복귀할 때까지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남은 과제가 있다. 자본의 감언이설에 속아 희망퇴직당한 33명을 현장에 확실히 복귀시키는 문제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3명의 비정규직 현장 동료를 복귀시키기 위해 제3라운드를 벌여야 한다. 그럴 때 합의서를 둘러싼 고용보장 투쟁은 완전한 승리로 끝날 것이며, 단결투쟁의 빛나는 사례로 노동자들 사이에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