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랄 만큼 대담한 투쟁을 벌이는 유럽 노동자들. “한국처럼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삼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라고 자본가들은 울부짖지만, 그야말로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다.(사진=노컷뉴스)]
유럽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에 떨쳐나선다
지금 유럽 자본가정부들은 끝없이 터져 나오는 경제위기를 때려 막기 위해 ‘두더지 때려 막기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는 곳곳에 구멍이 나 조만간 무너져 내릴 듯한 경제의 둑을 정신없이 막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에서 터진 재정적자 사태가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로 옮아가려 하자, 유로존과 IMF는 약 1,000조원을 쏟아 부으며 간신히 땜질했다.
미친 듯이 공격 퍼붓는 유럽 자본가정부들
하지만 곧바로 동유럽의 대표국가 헝가리에서 또 사태가 터졌다. 신임 총리 대변인실이 6월 4일 “헝가리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디폴트(지급불능선언) 가능성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라고 밝히자, 세계증시가 쇼크를 먹고 크게 출렁였다. 유럽은 지금 그야말로 어느 나라에서 언제 어떻게 경제위기가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고, 어느 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고, 어느 나라에도 확실한 ‘출구’가 없는 비상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의 모든 자본가정부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이라도 하듯, 공무원 임금삭감, 연금삭감, 정년연장(연금을 늦게 주려는 술책), 사회복지축소 등 노동자 죽이기를 강도 높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유럽에서 거의 모든 나라 노동자들이 그런 노동자 죽이기에 맞서 투쟁의 주먹을 불끈 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 70만, 스페인 260만 공무원 총파업
5월 31일 루마니아에서 약 70만 명의 공무원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루마니아 정부가 IMF 등으로부터 2년에 걸쳐 모두 2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공무원 임금 25% 삭감, 연금 15% 삭감, 실업수당 15% 삭감, 양육비 15% 삭감 등 긴축안을 최근 확정하자 그에 반발하면서 싸운 것이다.
6월 8일 스페인에서는 260만 공무원이 속한 민주노총과 노총 등 양대 노동단체가 하루총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이 파업으로 공립학교와 공공병원이 상당수 문을 닫았고, 고속열차 운행도 꽤 마비됐으며,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 노동계는 이날 시위에 노조원 75%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파업과 시위는 2004년 사회당 정부가 출범한 이래 6년 만에 처음 벌어진 것이다. 이날 파업과 시위는 스페인 정부가 지난 달 공무원 임금 5% 삭감, 연금지급액 동결, 신생아 1명당 2,500유로를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정책 폐지 등을 골자로 2013년까지 총 650억 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확정한 것에 대한 반발로 일어났는데, 시위대는 총리 사임까지 요구했다.
파업과 시위가 없는 나라가 없다
8일 덴마크에서는 8만 명의 노동자들이 수도 코펜하겐에 모여 정부의 사회보장 축소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독일에서도 정부가 800억 유로에 이르는 대규모 긴축정책을 내놓자, 25,000명의 노동자들이 12일 베를린,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위를 벌였다.
포르투갈에서도 5월 29일, 세금인상, 임금동결 같은 정부의 긴축조치에 반대하며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에서도 공공노조가 또 다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프랑스도 정부지출을 동결키로 한 3년 동안 시위에 직면할 수 있으며, 영국 아일랜드 등에서도 아우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자본가언론은 올 2~3월에 이어 다시 “유럽은 지금 항의시위로 몸살”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유럽 자본가들과 그 정부는 더 많은 “몸살”을 앓아야 한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피를 뽑히고 살이 뭉텅뭉텅 잘려나갈 판인데, 유럽 노동자들이 파업과 시위에 나서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유럽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한국 자본가언론한테는 두려움이겠지만, 한국 노동자들에게는 희망이다. 우리도 유럽 노동자들처럼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투쟁하자!
[김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