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전 산업 구조조정의 전초전이었다!
살인진압으로 이미 홀딱 벗은 몸, 돌격 앞으로!
쌍용차 정리해고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이 제조업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 했던 사례다. 정권과 자본 입장에서 쌍용차 문제는 전반적인 구조조정 강행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였고, 따라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동안은 다른 완성차를 비롯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조차 자제했다. 자칫 노동자투쟁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한 때문이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쌍용차투쟁은 전체 노동자를 상대로 한 구조조정 공격의 우산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쌍용차투쟁의 혜택을 받고 있던 다른 금속사업장의 연대투쟁 조직화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정권은 헬기와 최루액, 고무총·테이저건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며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강행하게 된다. 살인진압이라는 여론 부담도 만만치 않았지만, 금속노조 연대파업을 비롯한 노동계급의 연대투쟁이 힘 있게 조직되지 않게 되자 밀어붙인 것이다. 공권력 투입을 계기로, 구조조정에서 자본가들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직접 전면에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 다음은 어디인가?
그렇다면 향후 방향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정권과 자본은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이제 다른 완성차를 비롯한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하려 할 것이다. 쌍용차투쟁에 대한 계급적 연대에 소홀했던 다른 사업장이 사냥감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완성차 사업장들 역시 엄청난 내부 구조조정 쟁점들을 안고 있다. 현대차 울산과 아산에서는 비정규직 해고 문제와 물량나누기, 전환배치, 혼류생산 및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문제가 걸려 있었고, 여름휴가 직전 전주공장에서는 버스부 전환배치냐 비정규직 집단해고냐를 던지는 사측의 공세가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GM대우는 쌍용차와 동일한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이다. GM 본사는 GM대우에 돈을 투입할 의사가 전혀 없다. 산업은행이 지원하지 않는 한 조만간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뉴 GM’에 편입되었다는 얘기는 사탕발림일 뿐이다. 최근 GM의 유럽 법인 오펠의 사실상 파산에 따른 매각 사례에서 보듯, 한국 정부가 자금 투입을 해주지 않으면 GM 본사는 GM대우의 파산에 대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GM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올해 맺은 단체협약에서, 미국에 소형차 및 경차 전용 생산공장을 짓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는 사실상 GM대우에서 생산될 소형차 일부가 미국 본토공장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이미 해당 차종이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라세티 프리미어라는 구체적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이 아니다. 6월까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으로 유지해온 국내 완성차 내수가 7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쏘나타와 그랜저, 제네시스 등의 판매는 7월 20일 기준으로 전월 대비 40% 가까이 하락했다.
가장 잘 나간다는 현대기아차의 내수판매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것은, 이제 쌍용차의 다음 차례로 GM대우만이 아니라 현대기아차도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벌써부터 울산5공장에서는 투싼 후속 신차생산에 노동강도를 높이고 비정규직을 집단적으로 해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측이 얘기하는 인원축소 숫자는 이미 비정규직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정규직 인원 감축도 불가피하다.
더욱 노골적으로 역할을 담당할 이명박 정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함께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가 다시 살아난 이명박 정부의 중고차 교체시 세금감면 정책에는 '파업 감소 등 노사관계 안정'이라는 옵션이 붙어있기도 하다. 말이 좋아 노사관계 안정이지 사실상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주문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다만 이 분야에서도 쌍용차 전사들은 전체 노동자계급을 위해 남긴 것이 있다.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노동자들의 저항이 워낙 완강하게 진행됨으로써 쌍용차 정리해고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던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몇몇 사업장에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방식이 당장 사용되기보다, 노동자계급의 저항력을 최대한 약화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명박 정권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파견업종 확대 등 노동법 개악을 하반기에 밀어붙이게 될 것이다. 공안정국을 조성하여 노동자 투사들에 대한 사냥을 개시할 것이다. 공권력의 살인진압으로 이제, 이명박 정권은 명실공히 총자본의 대리인으로서 구조조정과 노동자 공격의 총대를 매게 된 것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