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특검이 뿌리까지 파헤칠 수 있을까?
[2008년 1월 17일]
지난 14일, 조준웅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 집무실을 비롯해 삼성그룹 핵심임원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관들이 과감하게 첫발을 내딛은 듯하지만, 노동자들은 한편으로 이런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재벌비리가 터지고 그때마다 특검이 임명되었지만, 시원스레 밝혀진 것은 없었다. 일부 처벌된 재벌총수들 역시 얼마 안 가 면죄부를 받지 않았던가? 삼성특검이라고 뭐 특별히 다를까?”
그렇다. 불과 넉 달 전에도 1,000억 원을 비자금으로 빼돌린 파렴치범 정몽구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만든 과정과 출처는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다.
이번 특검도 삼성 측이 컴퓨터를 바꾸고, 자료를 온통 감춘 뒤에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특검의 공격적 수사는 “할 만큼 했다”고 과시하기 위한 쇼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특검의 수사 및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각종 정보들은 특검과 지배자들이 독점한다. 아무리 깨끗한 인물이 특검이 되더라도, 특검은 노동자들로부터 분리되어 있고, 노동자들을 속여서 계속 억압하기 위한 자본가국가의 일부일 따름이다. 따라서 특검 아니라 특특검이 와도 그들은 삼성비자금 장부와 비리 정보들을 절대 노동자들에게 공개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비자금의 근본뿌리는 회계조작이 아니라 20만 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노동자들, 아울러 삼성의 하청계열사들에서 일하는 수백만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한 데 있다. 회계장부와 과세내역, 차명계좌의 소수점 하나까지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한다면 이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자본가들이 온힘을 모아 숨기려는 비밀이다.
이 비밀이 만천하에 폭로된다면, 삼성비자금 사태는 단순한 비리사건 처리가 아니라 자본가의 착취에 맞선 노동자들의 분노에 찬 투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지배자들은 대충 수사하는 시늉만 내면서 특검을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내고 말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비자금의 뿌리를 완전히 파헤치고, 회계장부를 전면 공개하는 것은 특검의 몫이 아니라 단결투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세상을 바꿀 노동자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