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민영화와 복지축소를 총파업으로 저지하고 있는 그리스 노동자들
[2008년 4월 30일자 기사]
한국 언론의 거짓말과는 반대로 지금 유럽 각국의 노동자들은 각국 자본가정부의 민영화를 통한 일자리, 임금, 사회보장에 대한 공격에 맞서 연일 파업을 벌이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에서는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도 체신, 철도, 버스, 공공기관, 교직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과 함께 그리스에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를 마비시키고 정치체제를 뒤흔들 정도로 격렬해지고 있다.
정부를 궁지에 몬 총파업
카라만리스 그리스총리는 2004년에 집권하자마자 이명박과 마찬가지로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총공격을 개시했다. 언론과 법, 경찰을 총동원하여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누르자, 처음에 노동자들은 움찔하고 물러섰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물러 설 곳 없는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섰다. 연금개혁에 맞선 은행원과 교사 파업, 민영화를 통한 정리해고-임금삭감에 맞선 항만노동자, 통신노동자, 공공기관노동자, 운수노동자의 파업이 연이어 벌어졌고, 높은 실업률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학생들이 가세했다. 2006년 12월에는 급기야 카라만리스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2백만 명이 참여한 총파업으로 나아갔다. 비록 자본가국회가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가결시킴으로서 되살아날 수 있었지만, 자본가정부는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타협적인 노조관료를 넘어 완전한 승리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본가정치체제를 뒤흔드는 상황으로 나아가자, 이를 두려워한 사회당과 노동조합관료들은 민영화와 복지축소 일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자들에게 투쟁중단을 요구했다. 그들은 자본가정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대신에,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총파업이 중단되자, 국회는 개악법안을 통과시켜버린다.
그렇지만 투쟁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찬물을 끼얹는 관료들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전투적인 노동자들은 파업을 이어가거나 재파업을 조직했다. 2007년 12월과 올해 3월에는 더 큰 규모의 총파업이 조직되었다. 완전한 승리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몇 주 동안 전기가 끊겼고, 주요도시들에서 버스와 기차, 선박이 운행되지 않았다. 신문조차 발간되지 않았으며, 학교에서는 수업이 중단되었다.
자본가정부는 민영화와 복지축소 시도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인해 4년간 그것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타협적인 지도부를 넘어설 수 있을 만큼 보다 단호하게 전진할 수만 있다면, 그리스노동자들의 완전한 승리는 너무도 분명하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