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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련 재판투쟁] 양준석 동지의 최초진술
 사노련  | 2010·06·04 16:35 | HIT : 4,345
[양준석 동지의 최초진술]

사노련에 대한 집요한 탄압은

사회주의야말로 노동자민중의 진정한 대안임을 말해줍니다 !

지난 2008년 8월 촛불항쟁이 끝나갈 무렵, 검찰은 사노련 회원 7명을 전격 체포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기각되었습니다. 검찰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유물을 끄집어내서 사회주의자들을 탄압하려 했습니다. 검찰의 시도는 사회적으로 큰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후인 2008년 11월, 검찰은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번에도 기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파업이 끝난 직후 검찰은 사노련 회원 8명을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사노련 사건을 다루는 이 재판정에서, 14년 만에 다시 국가보안법 사건의 피고자가 되어 첫 진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 재판의 증거자료로 그 목록만 1천 개가 넘는 엄청난 양을 제출했습니다. 여기에는 사노련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 이메일이나 노동운동과 진보운동 관련 자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사노련 동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찰한 결과들도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이렇게 집요하게 사노련을 탄압하려는 것입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사노련이 주창해 온 사회주의 운동이 노동자민중 속에 파고드는 것을 나아가 뿌리내리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노동자민중이 참된 희망을 움켜쥐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입니다. 노동자민중이 절망에 사로잡힌 채 끝없는 생존경쟁으로 허덕이고 있어야만, 자본가들과 지배자들이 노동자민중을 손쉽게 계속 착취하고 억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는 사상의 자유조차 인정하지 않는 야만적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사회주의를 생각하고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야만적 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한마디로 사상의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발전해 왔습니다. 불과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땅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는 왕이고 누구는 양반이며 누구는 상민이고 누구는 노비라는 엄격한 신분적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요되었습니다. 그러한 신분적 차이를 넘어서려는 도전은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행위로 간주되었고, 그 어떤 것보다 더 악랄한 대역죄로 취급되었습니다.

그 시대에 왕도 양반도 상민도 노비도 다 같은 인간이라는 사상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니 일가친척이 몽땅 몰살당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신분의 철폐를 위해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신분의 굴레 때문에 고통당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 시대에 국가는 신분제 철폐를 주장하는 자들을 악랄하게 탄압했습니다. 그것은 국가를 수단으로 봉건 지배계급이 저지른 무지막지하고 더없이 야만적인 폭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검찰은 사회주의를 생각하고 말한다는 이유로 저희 사노련 동지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만일 검찰이 바라는 대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국가를 수단으로 이 시대의 지배계급이 저지른 또 하나의 무지막지하고 더없이 야만적인 폭력이었다고 훗날의 역사는 단호하게 규정할 것입니다.

사회주의 종주국이라던 소련이 망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사회주의 타령이냐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사회주의를 통해서만 참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노동자민중들조차 다수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노련 사건은 검찰이 국가보안법이라는 구시대 유물을 다시 꺼내 쓰려 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사실들을 우리 사회에 알려 주었습니다. 아직도 또는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의연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한줌도 채 되지 않는 그 사회주의자들이 노동자민중과 결합할 가능성을 검찰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련의 몰락, 그리고 중국과 북한의 실망스런 현실을 보면서 이 땅의 노동자민중은 사회주의가 과연 대안일 수 있는지 깊은 회의감을 가슴에 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두려움은 사회주의가 여전히 살아있는 희망임을 역설적으로 말해줍니다.

사회주의가 여전히 희망인 것은 몰락한 옛 소련도, 지금의 중국과 북한도 사회주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옛 소련, 그리고 중국과 북한은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참칭하였을 뿐, 특권 관료집단이 노동자민중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또 하나의 자본주의 체제일 뿐입니다.

사회주의란 무엇보다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입니다. 평범한 모든 노동자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우뚝 일어서서 가장 철저한 민주주의를 통해 스스로 기업과 국가를 통치해 나가는 것이 바로 사회주의입니다. 그래서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와 행복을 위해서 생산하고 분배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회의 모든 것을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인간의 필요와 행복을 위해서 재편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특권 관료집단, 즉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또 다른 지배자들은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이 자본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세상, 즉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사회주의는 착취와 억압에 허덕이는 모든 노동자민중들에게 영원히 희망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함으로써 모든 인류를 해방해야 할 역사적 운명을 안고 태어난 노동자계급에게 사회주의는 바로 그 자기해방을 실현할 유일한 방도입니다.

1917년 10월 혁명을 비롯해서 세계 역사 속에서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를 향해 전진하는 빛나는 투쟁들을 수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러시아 노동자혁명은 결국 스탈린주의 반혁명에 무너지고 말았지만, 러시아 노동자혁명이 보여준 노동자계급의 위대한 투혼은 세계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사회주의를 향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사회주의는 여전히 꿈틀꿈틀 살아 숨 쉬는 희망입니다.

또한 사회주의가 여전히 희망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체제가 노동자민중을 그리고 전 인류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으로 점점 더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하반기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에는 유럽 발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윤을 최우선 목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는 더 이상 인류에게 진보를 가져다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습니다. 파멸로 치달아가는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자신의 수명 연장을 위해 점점 더 많은 노동자민중의 피땀을, 그리고 인류의 목숨 자체를 대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노동자민중은 견디기 힘들 만큼 끝없는 생존경쟁에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자본주의 체제는 더욱 극심한 생존경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강화되는 생존경쟁에 노동자민중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민중은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생존경쟁에 점점 더 가혹하게 내몰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아니 알 시간조차 없습니다. 만일 그 비밀이 바로 자본주의에 있다는 것을 노동자민중이 알게 된다면, 노동자민중은 결코 자본주의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평범한 노동자민중 모두가 들고 일어나 거대한 폭풍처럼 자본주의 체제를 휩쓸어 버리려고 할 때, 과연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그 때문에 검찰은 사회주의 사상과 노동자민중의 결합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사상은 노동자민중이 착취당하고 억압받으며 나아가 끝없는 생존경쟁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원인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는 결정적 비밀을 가차 없이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사회주의 사상은 노동자민중이 서로를 이해하고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획득함으로써 강력한 단결을 이루어낼 수만 있다면 그 억센 팔뚝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전쟁을 향해 치달을 수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침몰 직전 교신기록’ 같은 너무나 기본적인 정보들도 공개하지 않은 채,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수많은 의문점들을 무시한 채, 결국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단정 지었습니다. 그리고선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군사적 긴장을 끝없이 높이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언젠가는, 아니 머지않아, 만천하에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이 말해 주는 가장 근본적인 진실은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전쟁 또는 전쟁위기가 끝없이 우리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본주의는 한 나라를 지배하는 자본가들이, 착취와 억압이라는 자신의 특권을 강요하기 위해 노동자민중을 상대로 그리고 경쟁하는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거대한 무력을 행사하는, 또는 그것을 위해 늘 준비하고 있는 체제입니다. 자본주의는 지배자들의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서 또는 자본가들에게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늘 전쟁으로 치닫는 경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늘 전쟁 또는 전쟁위기와 함께 존속해 왔습니다.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점점 더 극심한 위기로 빠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위기가 깊어질수록 자본가들은 전쟁이라는 대량 파괴와 학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유혹에 점점 더 강하게 빠져들 것입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1930년대 대공황을 벗어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제국주의 국가 사이에 세계 패권을 둘러싼 정치군사적 대립이 점점 더 첨예해져 갈수록,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점점 더 끝없는 전쟁위기로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은 그처럼 거대한 정치군사적 긴장이 한반도를 휘감는 국면을 향한 작은 예고편일 뿐입니다.

사회주의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너무나 절실한 희망입니다. 남한과 북한의 지배자들, 나아가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지배자들 사이에서 장차 점증하게 될 경쟁과 대립은 한반도를 끝내 전쟁의 불길 속으로 밀어 넣고야 말 것입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사회주의를 향한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 즉 노동자 국제주의밖에 없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노동자들을 비롯해서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노동자들이 모두 노동자 국제주의에 입각해 자기 나라 지배자들에게 현혹당하지 않고 전쟁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에 맞서 단결된 힘으로 투쟁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만일 자본주의 체제가 충분히 정당한 것이라면, 노동자민중에게도 공평한 기회들을 충분히 줄 수 있고 끝없는 생존경쟁과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누릴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사회주의 사상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고 따라서 두려워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 도태될 것이기에 굳이 탄압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노동자민중에게 사회주의 사상이 너무나 절실한 것이라면, 사회주의 운동을 탄압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라는 견지에서 볼 때 매우 어리석고 부당한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재판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유물을 박물관으로 확실하게 처박는 재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제가 인생을 걸고 간직해 온 사회주의라는 신념이 한낱 어리석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인지 아닌지 현실이 입증하도록, 다시 말해 노동자민중이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사회주의 사상을 생각하고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야만적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계속되지 않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그러나 만일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야만적 탄압이 다시 활개 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이 땅의 노동자민중에게 사회주의야말로 진정한 희망임을 말해주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입니다.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야만적 폭력은 노동자민중 속에 일시적으로 사회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강요하겠지만, 그러나 길게 보자면 사회주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더 없이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만일 그 길이 강요된다면, 저는 그것이 비록 고난의 길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걸어 갈 것입니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저는 최대한 진지한 자세로 재판에 임할 것입니다. 재판부의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진 올바른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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