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창원공장 도급화 - 계급적 활동가들의 결집, 시급하다!
지난 4월 2일 GM대우 창원공장 지회 집행부는 조립 1과 트림 1,2,3직(의장부) 도급화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청노동자로만 운영되는 동희오토를 제외하고 자동차공장에서 핵심 라인을 통째로 도급화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년간 한시적 운영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유례없는 일이었다.
유례없는 핵심 라인의 도급화 합의
노조에서는 ‘도급범위’를 ‘최소화’시켰고, ‘127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따냈다고 주장하지만 핵심라인을 도급화 했다는 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도급화와 맞바꿨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도급화를 한 번 받아들이면 확대되는 건 순식간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결사적으로 반대해왔다. 2007년 7월 16일 임투 출정식에서 지회장이 직권조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조합원들이 격렬히 항의를 했고, 100여명은 노조 사무실을 항의방문하여 지회장으로부터 “조합원 총회를 통한 최종결정”을 약속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8월 13일 5대 집행부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서브라인의 도급화, 외주화를 특별단체교섭에서 직권조인으로 합의하였다. “최종 결정은 조합원 총회로 하겠다”는 약속 역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2007년 서브라인 도급화, 2008년 메인라인 도급화
노동자의 의지를 집행부가 꺾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경험한 조합원들은 지난 해 12월 6대집행부 선거에서 현민노 후보를 선택했다. 현민노가 5대 집행부의 도급화 합의에 대해 날을 세워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덤벼드는 자본의 공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힘있게 노동자의 의지를 대변할 집행부를 원했다. 그러나 5대 집행부와 다르다고 얘기하던 6대 현민노 집행부는 몇 개월 만에 똑같은 배신을 저질렀다. 메인라인의 도급화에 합의한 것이다. 5대 대창노 집행부와 6대 현민노 집행부는 서브라인부터 메인라인까지 사이좋게 회사한테 넘겨주었다.
악순환 - 수세적인 활동가들, 위축된 조합원들
조합원들의 의지와는 반대로 돌아가는 상황에 제동을 걸어야했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상층에서 진행되는 교섭의 문제를 알리고, 자본의 도급화 시도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여 아래로부터의 힘으로 집행부의 배신적 합의를 견제하고 막아내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장에 소문은 무성했지만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가도, 방향을 제시해주는 활동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러 현장 조직들은 도급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자기 입장조차 제대로 표명하지 못했다.
2005-6년의 비정규직 투쟁을 거친 후 창원공장의 활동가들은 굉장히 위축되었다.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에 동참하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했고,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서 비정규직 문제는 외면할 것을 요구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자본의 주문이 먹혀들었다. 침체되고 계급적 의식이 약화된 현장은 활동가들을 위축시켰다. 역으로 활동가들의 수세적인 활동은 다시 조합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 틈을 타고 회사는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관리자의 현장통제력을 강화해왔다. 활동가들을 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면서 현장의 작은 투쟁에도 징계를 때리고 노사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깨면서 노동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단결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이 들자 사측은 메인라인 도급화라는 비장의 카드를 들이댔고, 자본의 뜻대로 큰 어려움 없이 도급화는 합의되었다.
활동가 공동투쟁으로 싸움을 준비하자.
현장 상황이 어렵지만, 그 상황에서도 노동자 의식을 놓치지 않고 실천하려는 현장 활동가들이 있다. 문제는 이런 활동가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장 활동가들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 현장조직을 넘어서서, 부서를 넘어서서, 정규직·비정규직을 넘어서서 하나가 되어 맞서 싸울 때 현장의 노동자들도 활동가들을 믿고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도급화 합의 이후 현장은 너무나 조용하다. 회사는 큰 산을 하나 넘어 숨고르기를 하면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든든한 날개까지 생겼으니 거칠 것이 있겠는가. 자본이 발톱을 벼리고 있다면 우리도 이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준비해야 한다. 개별화되어 있는 현장 활동가들이 공동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결집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자본의 융단폭격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죽을 각오로 맞서 싸울 것인가!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적이 아니라 우리의 준비 태세임을 잊지 말고 한 판 싸움을 정말 제대로 준비해 보자!
GM대우 창원공장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