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선 덕양산업 노동자들의 투쟁
세계경제가 기나긴 공황의 터널에 들어섰다. 자동차산업도 공황의 여파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자동차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축소하고 있는 사태는 자본가들의 이윤을 축소시켜 더 큰 위기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가들의 위기는 완성차와 부품업체 수백만 노동자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본가들의 위기극복 전략이 경제파국의 모든 책임을 IMF 때처럼 또 다시 노동자들에게 덮어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덕양산업이 그러한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덕양산업은 현대차 1차 직서열 부품업체로서 자동차 운전석 모듈부품을 생산한다. 최대주주는 포드자동차 부품사업부에서 외주화한 비스테온 자본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덕양자본의 공격은 포드자본의 위기와 현대차자본의 감산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덕양자본의 소심한 공격
덕양자본은 11월 27일 50명 희망퇴직을 공고했고, 12월 8일까지 신청하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기간 내에 12명만 신청했으나 덕양자본은 정리해고를 강행하지 않고 2차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2차에서는 개별면담을 통해 정리해고자 명단까지 들이밀며 “희망퇴직하지 않으면 위로금도 없다”고 협박하며 권고사직을 강요했다.
개별면담으로 권고사직을 강요하자 덕양지회와 금속지부는 12월 15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과 확대간부파업에 돌입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면파업을 앞둔 12일 덕양자본은 11명의 신청자를 더 받는 것에 만족하고 한 발 물러섰다.
금속지부 상층관료들의 소심한 태도
덕양자본이 “더 이상 희망퇴직자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금속지부 상층관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파업계획을 철회했다.
1차 희망퇴직을 공고했을 때 금속지부 상층관료들이 보인 태도는 “기다려보자”였다. 2차 때에는 희망퇴직 신청자들 전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서 비정규직 9명과 정규직 22명이 실업자가 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통근버스 4명 지입차주, 식당 5명 외주업체)했다. 그런데도 금속지부 상층관료들은 “정리해고는 막아냈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덕양산업 노동자투쟁이 보여주는 교훈
우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황초기에 노동자들은 IMF의 경험을 상세히 되살려 주는 선진 활동가들의 선전선동이 진행되면 결코 쉽게 생존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양산업 노동자들도 IMF때 108명이 희망퇴직(권고사직)당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50명 중 50% 이상이 끝까지 투쟁하고자 했다.
다음으로 공황초기에 자본가들은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쉽게 전면전을 불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은 이윤을 타격함과 동시에 그것을 진압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부담 때문에 회사가 망하는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자본가는 파국을 피하고자 한다. 이번에 덕양자본이 보여준 소심한 태도는 자본가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황초기에 파산이 명백하여 생존불능상태에 처한 자본가가 아닌 한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은 승리를 보장하는 유력한 무기라는 것이다. 자동차 직서열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은 2~3시간 후면 완성차 조립라인을 멈출 수 있어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기에 부품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하여 투쟁에 나서고, 더 나아가 부품업체의 모든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전선을 구축하여 전면파업에 나서면 엄청난 파괴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자본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투쟁이 승리를 향해 단호히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그들은 바로 자본가와 적당한 타협을 일삼으며 파업을 잠재우는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상층관료들이다. 이들을 제쳐버리는 투쟁은 노동운동의 대의와 비타협적 투쟁으로 공황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모든 선진 활동가들의 긴급한 과제다.
강진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