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휴업열풍? - 손놓고 당해선 안 된다!
11월 초 GM대우가 휴업을 발표한 이후 많은 기업이 경제위기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휴업에 들어갔고, 들어갈 예정이다. 창원지역에서는 10월 말부터 건설기계를 만드는 볼보기계건설,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을 시작으로 휴업 혹은 순환휴직에 들어가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경남지역에서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314곳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이 지원금을 신청한 곳은 단 36곳으로 나타나 무려 10배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12월 초 금속노조 경남지부에서 3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 중 12개 사업장이 휴업 또는 휴업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일주일이 다르게 변하고 있어서 정확한 통계를 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 중 1/3가량이 휴업할 처지에 있으니 미조직 사업장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휴업의 확산을 판매량의 감소에 따른 문제로 단순하게 봐서는 안 된다. 휴업은 노동자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시발점이다. 회사가 휴업을 실시하고 휴업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면 정리해고를 위한 법적 요건 중 하나인 “해고회피노력”을 선행했다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후 자본은 법적인 문제없이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게 된다. 즉 휴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다.
그리고 휴업을 하더라도 자본은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는다. 휴업을 하게 되면 노동자들은 평균임금의 70%(혹은 통상임금 100%)를 휴업급여로 받는데, 이 휴업급여의 2/3(대기업은 1/2)를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한다. 자본은 휴업급여 1/3만 부담하면 된다. 어차피 줄어든 수요만큼 생산량을 줄이려는 상황에서 비용부담 없이 감산을 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노동자가 절반을 부담한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로 노동자가 낸 돈을 돌려받는 것일 뿐인데, 자본가들은 휴업급여를 선심 쓰듯 온갖 생색을 내고 있다.
또한 휴업은 위기의식을 부추겨 노동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주택융자금, 퇴직금 중간정산, 학자금 보조 등의 복지 혜택을 중단했다. GM대우는 연말성과금 지급 연기, 퇴직금 중간정산 잠정유보, 단체협약 중 복지후생 유보(연료비, 검강검진 등), 군산 사원아파트 건립 취소 등을 하겠다며 노동조합에 협의을 요청했고, 성과급 100% 지급을 3월로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자본은 이번 기회로 노동자들이 수년에 걸쳐 쟁취해온 것들을 단번에 강탈하려고 덤벼들고 있다.
자본은 경제위기를 최선의 기회로 삼으려하는 반면 안타깝게도 노동자들의 태세는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어...어”하다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휴업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며 자포자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을 통한 자본의 이데올로기 작업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는 휴업열풍은 자본의 직접적인 어려움보다 심리전의 성격이 짙다. 내년 상반기 예상되는 대대적인 공격에 앞서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무장해제 시켜 양보와 희생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이데올로기 공격이다. 우리의 싸움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데올로기 전투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
휴업을 거부하자.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이 문제라면 생산량을 줄이고 라인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노동강도를 확실히 낮추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어렵다고 엄살을 피운다면 “회계장부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산처럼 쌓아올린 이윤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본가들이 독점해온 이윤을 토해낼 것을 요구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책임은 수요와 관계없이 이윤을 위해 생산에 몰두하고, 그것도 모자라 주식, 부동산, 파생상품에 대한 투기를 일삼은 자본가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자! 노동자들이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자본과 싸우자! 자본이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쌓아올린 사내유보금 400조, 금융기관에 쏟아 붓고 있는 수조원의 정부지원금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사용되도록 강제하자. 자본이 경제위기를 자신들의 기회로 삼으려 하듯, 우리 노동자들도 위기를 기회로 돌리자! 회사가 잘 될 때는 잔업 ․ 특근에 중노동을 해야 하고, 회사가 어려우면 휴업, 희망퇴직, 정리해고로 생존을 위협받아야 하는 미친 자본주의 사회를 뒤집어야 한다.
창원지역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