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은 4대강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각종 환경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4대 종단이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살리기’ 삽질을 강행하고 있다. 저들이 준비한 답변은 이런 것이다. “보를 쌓고 물길을 바꾸는데 환경피해가 아예 없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그 정도 피해쯤은 감수하자.”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그러나 벌써부터 곳곳에서 이와 반대의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낙동강 인근에서 골재 채취를 하는 노동자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대부분이 대형건설사에 낙찰되면서 유관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는 바람에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물길이 바뀌면서 일터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주민들도 부지기수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가 32만 명의 신규고용 창출효과가 있다고 선전하지만, 전문가들 다수가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뒷동산에 화단을 조성하는 사업만 벌여도 일자리가 몇 개는 생기니 고용창출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포크레인·레미콘·덤프트럭 등 주로 건설장비와 관련된 것들, 즉 장비를 다루는 일자리와 이 장비를 생산하는 일자리다.
그나마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장시간에 저임금
그러나 장비를 다루는 건설노동자들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24시간 장비를 풀가동하며 주야맞교대를 할뿐만 아니라, 민간공사에 비해 임대료가 낮기 때문에 4대강 사업으로 늘어나는 일자리 대부분이 ‘장시간 저임금노동’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는 3년 후면 모조리 사라지는 일자리일 뿐만 아니라, 건설장비 과잉공급으로 인해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끔찍한 재앙이 벌어진다. 장비를 다루는 노동자들 다수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상태에 빠지고, 장비들은 폐기처분되거나 저개발국가로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100만호 건설’을 내건 노태우정권의 아파트 대규모 건설사업이 끝난 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과연 이것을 두고 고용창출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일자리 창출은 이렇게!
일자리 창출의 길은 다른 곳에 있다. 현재 건설노조가 벌이는 ‘임대료 삭감 없는 8시간 노동제’ 쟁취와 자동차산업 노조들이 벌이는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 등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일자리를 나누고 늘리는 길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 노동자들이 잔업·특근 없이 주간 8시간, 야간 8시간 노동을 한다고 할 때 1년에 자동차 생산대수는 140만대 수준인데, 현대차의 올해 생산계획인 170만대에 30만대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30만대 생산규모의 신규 공장을 설립해야 생산목표를 채울 수 있는데,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이라면 대략 5천명 가량의 신규고용이 창출된다. 완성차에 납품하는 부품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가 독점한 4대강 사업에서 채취되는 골재량만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소모될 분량이라 한다. 24시간 주야맞교대 뺑이치며 레미콘 차량이 시멘트를 처바르며 보를 쌓는다니 그것이 미칠 환경 피해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수준이다.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통해 수십만·수백만 개의 안정적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노동자의 길이라면,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저임금 장시간 시한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이명박정권과 자본가들의 길인 것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