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라? 아니, 우리는 더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뜬금없이 촛불시위에 대한 비난의 나팔을 불었다. “아무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뱀의 혓바닥
한창 촛불이 타오르던 2년 전 이명박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모두 저의 탓”이라고 반성했다.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이명박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며 자책”하기도 했다.
물론 이명박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동시에 행동으로는 컨테이너로 대로를 틀어막고 대화를 거부했다. 모든 광장과 큰 길은 이명박이 보낸 시위진압 경찰이 점령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몽둥이와 군홧발을 휘두르며 촛불을 꺼뜨리기 위해 혈안이었다. 결국 이명박의 혀끝에서 흘러나온 ‘모두 저의 탓’이나 ‘뼈저린 반성’ 따위는 한마디로 투쟁을 잠시 잠재우기 위한 헛소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최근의 “아무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발언은 대정부 투쟁이 소강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이 정부가 대놓고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겠다는 의지표명 이외로 해석될 수 없다.
반성
많은 사람들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대통령의 발언에 치를 떨었다. 당시 투쟁에 나섰던 촛불들은 이명박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그리고 이어서, 진지한 반성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동안 촛불을 잊고 살았다. 다시 기억나게 해줘 고맙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과 함께 살고 있다는 데 책임을 느낀다.”
정말이지 이명박은 우리로 하여금 한 시도 나태함에 빠지지 않고 다시 또 다시 저항과 투쟁의 의지를 곧추세우게 하는 놀랄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싸워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투쟁을 회피하고, 지난해 쌍용차처럼 목숨 걸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동료노동자들과 단호한 연대행동을 조직하지 못한 결과, 이명박이 저토록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것 아닌가. 이명박 자본가정부의 반성은 불가능하다면, 결국 투쟁의 회초리로 더 이상 날뛰지 못하게 묶어둘 수밖에 없다. ‘반성하라’는 오만한 발언은 더 강력한 반동 정책의 예고편이다. 이에 맞선 투쟁의 반격을 체계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