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이 통제하는 더러운 의료체계
이명박 정부 들어 영리법인 병원 등 의료산업의 민영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각종 신문들은 “건강보험 재정 바닥, 2014년까지 누적 적자 25조 예상” 등의 기사를 실으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둥 떠들어대고 있다. 이에 편승해 민간 의료보험 회사들이 너도 나도 떠들썩한 광고를 쏟아내며 한 몫 잡으려고 안달이 나 있다.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한 건강보험 재정상태
사실 건강보험 재정이 휘청거린 것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2000년 이후 계속 고갈된 상태로 있었다. 그러나 특히 올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작년 실업자 300만을 넘어설 만큼 경제위기의 한파가 거세가 몰아치고, 그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에 따른 보험료 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구조조정의 바람이 본격화되고 실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보험료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거의 0%에 가까운 임금인상률은 보험료 수입이 늘어날 여지를 아예 없애고 있다.
한편 2010년 정부의 예산안에는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금 중 568억 원이 삭감되고, 기초수급 생활자 의료비지원 중에서도 540억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차상위 계층 지원금 연 105만원 있던 것조차 전액 삭감되었다. 긴급복지 예산은 1000억 가량 삭감되고, 한시 생계구호사업에서도 4000억 가량 깎였다.
거짓 대안을 지껄이는 작자들
상황이 이러한데, 의료산업 민영화와 영리법인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건강보험 재정구조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쟁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완전히 빗나간 대안을 얘기한다.
이들이 말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쟁이란 의료산업의 민영화, 특히 민영의료보험을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쟁효과로 인해 의료비가 줄어들 것이고, 결국 국민들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뻔한 거짓말이다. 민영의료기관이나 민영의료보험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는 것이다. 무엇을 통해 가능한가? 더 비싸게 의료비를 받고, 돈 없는 자들은 치료를 거부하는 것이다. 비싼 의료비를 낼 수 있는 가진자들 중심으로 의료산업을 가동시키는 것이다.
해고와 임금삭감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노동자민중에게 사회복지 정책을 대폭 늘려도 모자랄 판국에 그나마 있던 복지마저 빼앗아 가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돈 없으면 죽으라고 협박하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어떤 통제도 없이 마음대로 작동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속셈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건정심은 보험료, 요양급여비용 등 건강보험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관이다. 결정의 공공성 보장을 위해 가입자, 의약계, 공익 대표위원 각 8명씩을 두고 있다.) 위원들 중에서 경실련 등을 제외시키고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장경쟁 이데올로기로 똘똘 뭉친 위원들로 물갈이 중이다.
이들은 이제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거둬들인 연간 30조 규모의 보험료를 병원 자본가들과 제약회사 자본가들에게 보다 손쉽게 퍼 날라 줄 수 있게 되었다. 의료 민영화와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 의료수가 인상을 위한 건강보험료의 인상 등이 빠르게 추진될 것이다.
병들지 않고 치료받으려면, 병든 자본주의를 도려내야!
자본주의는 노동자민중의 건강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엄두를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진료비와 의약품 가격에 대한 노동자 통제와 사회적 무상의료가 실시되지 않는다면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면서 점점 병을 키워가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통제를 누가 할 것인가. 자본가들이 언제까지 노동자민중의 목숨을 담보로 이 통제권을 쥐고 흔들게 그냥 놔둘 수는 없다. 병원산업 노동자들, 건강보험 노동자들의 통제권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와 의료산업 전체를 국유화하여 노동자계급이 사회적으로 통제해야만 한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