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특별 사면 - 법과 국가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역시 법과 국가는 자본의 편이다. 지난 12월 31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단독 사면․복권된 것이다. 선고받은 지 불과 4개월만의 일이다.
가증스런 거짓말!
이유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여 국익을 증진하라’는 것이다. 오로지 경제성장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만을 중시하는 이명박의 방향성에 딱 맞다. 원래 형량이 낮았던 이건희를 사면 복권까지 시킨 것은 노동자 민중의 가슴에 또 하나의 비수를 박는 짓이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의 철의 법칙을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경제성장의 필요성’이고, 그 뒤 ‘경제성장을 통해 노동자의 생존을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 뒤따른다. 결국 노동자들을 위해서 사면 복권시켜준다는 말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가 담겨 있다. 대자본가가 열심히 경영을 하고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임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거짓말이다. 진실은 이렇다. 대자본가의 투자가 확대되는 호황기에는 노동자들은 대자본가의 이윤을 높여주기 위해 죽어라고 일할 권리를 얻는다. 그 대가로 실업자가 되는 최악의 경우는 모면하고, 쥐꼬리만한 임금인상을 이룬다. 물론 최대의 수혜자는 자본가들이다. 이윤의 천문학적 증가로 그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자본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자본가들의 투자가 축소되는 불황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그들은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임금을 축소한다. 이것이 그들이 하는 짓거리다. 결국 사면 복권된 이건희의 역할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는 대립적인 것이다. 그는 대량 해고를 하거나 기껏해야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증가시켜 자신의 재산을 늘릴 뿐이다. 이 따위를 위해 이건희 사면 복권에 대해 노동자들이 잠자코 있어야 한단 말인가? 살인청부업자, 착취자의 사면 복권은 노동자에게는 재앙일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알고 있다. 반도체는, TV는, 도로, 건물은 이건희가 감옥에 있든 해외여행을 떠나든 아무 문제 없이 잘 만들어진다. 자본가와 경제성장은 아무 관계가 없다. 자본가들 자신이 이미 경제에 불필요한 존재, 다만 그 경제성장의 결과물을 혼자 빨아먹는 기생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동계 올림픽 유치 - 또 하나의 사기극
그동안 이명박의 경제성장은 삼성, 현대 등 대재벌만을 살찌워왔을 뿐,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희생만을 강요해왔다. 2008년, 2009년 벌어진 일들이 모두 그러하다. 2년 동안 뉴스를 장식했던 말은 인원감축, 임금삭감, 복지축소, 단협해지, 구조조정, 구속, 연행, 살인진압, 민주주의 탄압 따위뿐이다. 동계올림픽 유치 또한, 자본에게는 광활한 이윤추구의 장을 열어주겠지만, 그 곳에는 최소한의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을 것이 불 보듯 훤하다. 베이징올림픽이 중국의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된 것이 무엇인가? 서울올림픽이 한국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선물했는가? 아직도 그들은 극도의 착취와 억압 아래 신음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노동자에게는 동계올림픽 유치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이건희를 사면한다는 것 역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동계올림픽 유치, 그리고 그것을 통한 이른바 경제성장이 중요한 것은 오직 자본가들과 땅부자들일 뿐이다. 그들은 동계올림픽 유치로 건설 특수를 누리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구속, 자본가는 사면
자본주의 법질서는 자본가에게는 이토록 무한한 관용을 베푸는 반면, 노동자에게는 숨 쉴 공간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건희를 사면한 바로 그날,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를 경찰은 연행해갔다. ‘반올림’은 그동안 삼성에서 일어난 백혈병과 회사의 산재 은폐 시도를 밝히기 위해 노동자 상담, 백혈병 사망 노동자 추모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 감옥에는 용산 철거민,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을 포함해 1백여 명의 노동자 민중이 수감돼 있다. 2008년 촛불투쟁 이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속자들을 포함하면 더욱 많은 수일 것이다.
게다가 2009년 2월 1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출범 이래 노동자에 대한 실형선고가 1.6배가 늘고, 법정구속은 3.33배 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양심수의 존재를 인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면은커녕 법 규정에 따라 일정 형기만 채우면 가능하도록 돼 있는 가석방에서조차 노동자 투사들과 양심수들을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건희 특별 사면에 대한 찬성이 44%로 반대 27%보다 높았다. 국익과 경제성장이라는 자본가들의 거짓 논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짓말에 현혹되지 않아야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조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