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 테러 vs 야만
사회주의자들은 테러에 반대한다. 테러는 노동계급 고유의 저항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소수 몇몇의 사람들이 테러와 같은 저항으로 개인적 분노를 표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것으로 다수 노동자들의 근본적 저항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인 20일 신문들은 일제히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바마드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체코 대사를 비롯, 60여 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고 그 끔찍함을 전했다. 반면 같은 날 위 신문들은 동시에 중국의 멜라민 분유 사태 또한 보도했다. 5만 3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는 확산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명경시 풍조를 보이는 중국병’이라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러나 피해규모가 테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이 같은 사건은 ‘단순한 중국병’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인류를 상대로 벌이는 야만적인 파괴행위 중 일부이다. 비단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자본주의 하에서 항상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혹자는 얘기할지 모른다. 그것은 일부 부정직한 자본가들 몇몇의 소행이라고. 그러나 ‘이윤’이란 이름 하에 대대적으로 앞 다투어 도입되고 있는 비정규직들을 보라. 한 해 10만에 육박하는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보라. 정리해고 당해 파탄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을 보라. 자본주의가 가하는 무지막지한 야만성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업자들을 놓고 ‘경쟁에서 밀려난 무능력자’로 매도하는 파렴치한 거짓말을 지껄이면서 자본가들은 야만의 피해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가 가하는 위협이 이것뿐이랴. 자본주의가 불러일으킨 경제위기의 파괴적 속성은 그 자체로 이미 노동자 서민들에 대한 테러 이상이다.
멜라민 사태 앞에서 알카에다의 테러는 극히 왜소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멜라민 사태를 놀란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이 사건으로 자본주의가 점차 키워가고 있는 야만성의 극히 일부만이 드러났을 뿐이며, 이 야만성은 더욱 파괴적인 형태로 노동자 서민들을 공격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가? 자본주의가 가하는 전방위적 위협에 맞서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은 테러라는 무의미한 방식에 호소할 수 없다. 현장으로부터 노동자들의 대중운동과 대중투쟁을 차분히 조직해 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대비책은 없는 것 같다. 자본주의 야만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강령을 현장에서부터 세워 나가자.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