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투쟁
더 이상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절벽 끝자락이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과 현장의 불안감
지난 12월 30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우리은행 등 8개 은행)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에 대해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결정했다. 연말에 지급됐어야 할 12월 임금은 여전히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또다시 현장에 정리해고를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설이 나돌면서 조합원들이 크게 위축돼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지회는 아직까지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까지 간 이유는 분명히 금호그룹의 문어발식 확장(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유동성위기)에 있다. 그런데도 경영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다. 모든 곳에서 항상 벌이지고 있는 일이다. 채권단과 금호자본은 노동조합에게 채권단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것, 생산성을 높일 것, 임금축소, 무쟁의 등을 요구해오고 있다.
양보교섭으로 인해 박살난 현장조직력
이 따위 어이없는 공격에 현장이 심각할 정도로 위축되고 동요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지회 집행부의 양보교섭에 있다. 금호타이어지회 1기 집행부는 08년 임단협에서 인원충원 없는 생산량 10% 향상으로 사측에게 양보했다. 2기 집행부는 사측의 706명 정리해고 위협에 임금동결, 생산량 10% 향상, TO/PO 재설정 등 거의 백기투항에 가까운 양보를 했다. 2년간 생산량은 무려 20%나 올랐으며, 신규 인원충원이 없어서 조합원들은 반강제로 휴일근무,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양보교섭으로 인해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87년 이후 여러 번의 전면파업으로 떨쳐 일어났던 이 용맹스럽고 단결된 조합원들이 지회 집행부의 계속된 양보교섭과 투쟁회피 앞에서 이제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단결과 투쟁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 활동가들이 예전처럼 해고를 각오하고 대차게 싸울지 믿지 못하겠다”고 느끼는 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또한 조합원들은 워크아웃이 고임금노동자, 강성노조 책임이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회사는 오히려 더욱 자신감에 차서 현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워크아웃 결정 이후 임금삭감, 단협후퇴, 정리해고, 민주노총 탈퇴 등 회사의 전면적 공세가 공공연하게 현장에 공포영화의 예고편처럼 떠돌고 있다.
시급히 현장을 재조직하고 반격에 나서야
올해 워크아웃으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금호타이어자본의 공세의 강도는 몇 배 이상 심해질 것이다. 심지어 사측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광주공장 폐쇄와 정리해고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이에 맞서는 투쟁을 시급하게 조직해야 한다.
첫째, 고임금노동자, 강성노조 책임, 자본의 책임전가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투쟁의 정당성을 조합원들이 스스로 확보하게 해야 한다.
둘째, 금호타이어지회는 시급히 투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현장조직, 활동가들을 아우르는 확대된 투쟁체계, 그리고 현장조합원들과 밀착하는 노동조합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현장조합원들의 불안감이 “활동가들과 간부들은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이런 투쟁과 실천을 하라”는 아래로부터의 능동적 주문으로 바뀌고, 노조와 활동가들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불신이 “활동가들과 노조간부들은 매일 자기 활동과 투쟁을 우리에게 보고하라”는 능동적 통제로 바뀌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 말고 조합원들의 마음속에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를 되살리고, 그 동안 너무나 병들고 노쇠해진 노조간부들과 활동가들을 새롭게 재탄생시킬 다른 길이 없다.
셋째, 금호타이어지회는 ‘책임전가반대’라는 원칙적인 입장 표명만이 아닌 “민주노조 사수! 정리해고 반대! 단협 사수! 임금삭감 반대!” 등 투쟁의 구체적 목표를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빠르면 2월부터 진행될 금호타이어지회의 투쟁은 경제위기 하 자본의 총공세에 맞선 상반기 투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이미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금호타이어의 상황을 궁금해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투쟁에 모두가 연대투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금호타이어 활동가들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시 힘차게 일어서야 한다!
광주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