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공조코리아 투쟁에 부쳐
해외원정투쟁의 원칙을 되돌아본다
공장폐쇄와 청산에 맞선 발레오공조코리아 동지들의 공장사수투쟁이 70일차를 넘기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11월 30일자로 결국 전원이 해고통보를 받았지만 ‘Die Together Valeo!’(함께 죽자, 발레오!)를 외치면서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발레오 동지들은 계열사 순회투쟁, 부산 르노삼성 앞 집회 등 지역과 전국을 순회하며 다양한 투쟁을 벌여왔다. 또 지난해 말 일본과 프랑스 원정투쟁을 각각 한 차례씩 진행하고 1월 19일자로 2차 프랑스 원정투쟁을 앞두고 있다.
훌륭한 의도, 그러나 효과는?
초국적자본은 지구촌 곳곳에 생산거점을 형성하고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한국에도 수많은 외국자본이 진출해서 걸핏하면 공장매각․폐쇄 등 자본철수를 앞세워 노동조합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 주도로 외국자본에 맞선 투쟁의 대안으로 해외원정투쟁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발레오만이 아니라 콜트․콜텍, 라파즈한라, 기륭전자 등 상당수 사업장이 해외원정투쟁을 진행된 바 있다.
해외원정투쟁을 통해 외국자본을 직접 압박하고 투쟁을 국제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정당한 의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현실은 어떨까? 실제 프랑스 원정투쟁에서도 원정투쟁단과 프랑스노총(CGT)등 상급단체가 발레오 자본에게 교섭을 통해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저들은 “한국에서 해결할 사안”이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그리고 여러 노조들이 발레오자본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고 결의했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얼마나 발레오자본을 압박할 수 있을까?
프랑스 발레오자본과 한국의 삼성, 현대자본 사이에 차이는 아무것도 없다. 노동자의 투쟁과 연대의 힘이 동원되지 않는 한, 사회적인 비난여론 따위는 발레오자본이 이윤을 포기할 만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결코 아니다.
투쟁의 방향
물론 해외원정투쟁이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상급단체 중심의 상징적인 연대나 그 실체가 불분명한 사회적 여론 따위에 기대서는 안 된다. 프랑스와 한국의 투쟁사업장 연대 등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확대하는 것 중심으로 해외원정투쟁을 조직해야만 어느 정도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또한 당장의 성과와 무관하게 이후 노동자 국제연대를 확대하는 소중한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소수 간부 중심의 해외원정투쟁은 자본에 맞선 여러 투쟁 중 보조적인 수단의 하나로 배치해야지, 그것을 중심으로 투쟁전술을 배치해서는 안 된다. 상급단체와 소수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원정투쟁에만 매달린다면, 자칫 국내에 있는 조합원대중을 투쟁의 주체가 아니라 수동적인 관객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게다가 프랑스와 한국의 상층 노동조합기구 사이의 제한된 공동캠페인이 가져올 수 있는 미미한 효과가 나중에 확인될 경우, 오히려 실망감으로 투쟁동력을 갉아먹을 위험도 있다.
무엇을 무기로 전진할 것인가?
발레오자본을 타격할 진정한 무기는 무엇인가? 바로 발레오 동지들의 헌신적인 투쟁을 바탕으로 지역총파업의 전망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노동조합의 관료화가 강화된 만큼이나 아래로부터의 연대파업의 전통 또한 그만큼 약화됐다.
하지만 지역총파업이야말로 진정으로 자본을 무릎 꿇릴 수 있는 대안임이 너무나 분명하지 않는가! “발레오 노동자의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다!”라고 함께 지역공동파업에 돌입해야만 자본과 정부를 압박해, 그 압박하는 만큼 노동자의 요구를 강제해낼 수 있다. 한국정부는 이 총파업의 압력 앞에서 발레오자본에게 이렇게 주문할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싶다면 노동자의 요구에 신경 써야만 할 것이다! 우리 한국정부가 공격당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발레오자본에게 실질적인 압력이 될 것이다. 발레오자본이 이 압력을 거부하더라도 지역총파업은 이렇게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발레오자본을 불러들인 것은 바로 정부다. 정부가 책임져라! 발레오 철수에 따른 고용문제를 해결하라!”
설사 결과적으로 지역총파업이 불가능하더라도 연대파업을 이런 정신으로 아래로부터 조직해간다면 최소한 현재보다 더 큰 힘을 모아내지 않겠는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가계급의 총공세에 맞서 노동자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노동자계급 연대투쟁의 힘도 그 과정에서 성장하지 않겠는가? 이 힘을 키우는 것 말고 발레오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다른 길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충남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