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기 노조법 개악과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결합시키자!
1월 1일 새벽,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를 축으로 하는 악법이 국회에서 강행통과 되었다. “강행시 총파업”을 내걸었던 민주노총과 각급 산별조직들은, 이틀 전인 12월 30일에 2010년 3말 4중 총파업으로 맞서자며 일찌감치 투쟁을 중단시켰다. 총파업은 또다시 ‘뻥파업’이 되었으며, “새롭게 투쟁을 조직하자”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선언은 여전히 공수표처럼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뻔뻔하게도 그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던 임원들이 자기반성은커녕 차기 선거에 모조리 재출마했다는 사실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수차례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출마했다가 사퇴하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직까지 내놓은 상태이다. 입만 열면 총파업을 운운했던 이가 말이다. 대중운동 지도부는 민주노총 임원 선거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이다.
저들이 기를 쓰고 노조법을 개악한 진짜 이유
“위기는 끝났다” “출구전략을 써야 할 때” 운운하며 경제 상황이 호전되는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사실 지금부터 진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각국 정부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붕괴를 막아왔지만, 그로인해 쌓인 천문학적 재정적자는 그리스를 비롯한 나라들을 국가부도로 내몰고 있다. 달러 가치의 하락과 엔화·유로화의 상승으로 인해 유럽과 일본 경제도 침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중국이 드디어 긴축정책을 사용하며 세계 경제를 암흑으로 몰기 시작했다.
노조법이 개악되는 상황은 자본주의 체제를 무덤으로 보내버릴지 모를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위기 앞에서 스스로 포기한 노동자들도 있지만, 반대로 쌍용차 노동자들처럼 목숨 건 점거파업으로 맞서는 노동자들도 있다. 비록 정리해고는 관철시켰지만 자본가 정부는 77일간의 점거파업이라는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유럽·중국·인도·터키에서도 자본의 공격에 맞선 노동자투쟁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렇다! 앞으로 더 큰 위기 속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와 외주화, 임금삭감, 단협해지, 복지축소의 공격을 퍼부어야 하는 저들은, 노동자들이 저항으로 일어설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저항을 꽁꽁 묶어놓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 즉 노동조합의 모든 투쟁을 불법으로 몰아넣을 수단이 필요했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들은 그 답으로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문제를 밀어붙였다.
어떻게 투쟁을 조직할 것인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공식 노조기구 지도부를 믿고서는 전망이 열리지 않는다. 그들이 3말 4중 총파업을 외치는 이유는, 4월 중으로 타임오프제 관련 노사정 협상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즉, 대중운동 지도부는 여전히 정부 및 자본가들과의 교섭에 목을 매고 있다. 이번 임원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그들은 교섭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총파업 조직을 위해 교섭에 들어간다는 헛소리들을 지껄이면서 말이다.
게다가 모든 노조들에게 특별단체교섭 돌입을 명했는데, 여기에도 하나의 함정이 숨어 있다. 7월 1일 법 시행 당시의 단체협약은 그 유효기간까지 효력이 발생되기 때문에, 관료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7월 1일 이전에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이것은 양보교섭의 여지를 폭넓게 열어주고 말 것이다. 자본가들은 급할 것이 없기 때문에 교섭장에 나온 관료들에게 온갖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투쟁을 조직하는 방식은 상층관료들의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국노동자계급이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을 보장받았던 것은 바로 87년 대투쟁과 96~97 총파업을 통해서였다. 사회 전체를 들썩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이 올라왔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불가피하게 전임자임금과 노조사무실, 초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등을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짧은 기간의 준비로는 어림도 없다. 게다가 교섭장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타임오프제를 비롯한 악법조항을 사실상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노사정 협상에 연연하지 말고 7월 1일로 예정된 악법의 시행 전까지 5~6개월 현장을 달궈올린다는 각오와 결의를 다져야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총파업은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되는 것이다. 우선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위기상황, 그리고 노조의 힘을 꽁꽁 묶어버리려는 악법의 실체를 놓고 현장 조합원 교육과 토론, 그리고 초보적이라 할지라도 출투·선전전·리본·서명운동부터 출발하자. 민주노총과 산별 조직들이 이를 담보하지 않는다. 현장 선진노동자들이 공식기구에 기대지 말고 직접 조직해야 한다. 그러한 독립적인 투쟁 조직화로부터 노조 공식기구들을 투쟁적으로 재편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자.
또한 악법의 내용, 즉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문제만을 내걸고 거대한 투쟁을 조직한다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현장 노동자들은 악법 조항들 자체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의 경우 노조 관료들에 대한 현장의 불신으로 인해 오히려 전임자 문제만을 내걸 경우 역효과가 발생한다.
투쟁 조직화의 가능성은 바로 위기, 즉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엄청난 구조조정 폭풍에 맞서는 것에 더 넓게 존재한다.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조선업종·자동차업종·석유화학산업에 불어닥칠 고용공격 피바람에 맞선 투쟁을 결합시키는 것만이 대중투쟁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