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휴업,감원
노동자 희생시켜 돈보따리 지키려는 자본가들
전세계 자동차산업이 공황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다. 벤츠를 만드는 독일 다임러는 12월 11일부터 한 달 동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고, 프랑스 르노는 약 2주간 프랑스 내 모든 공장과 국외 일부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했다. 르노는 유럽에서만 4000여 명을 ‘명예퇴직’으로 짜를 예정이다. 이에 맞서 르노 노동자들은 투쟁을 개시했다(사진 참조).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제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금융만이 아니라 실물경제 또한 공황의 늪으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음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 자본가들도 감산에 채용 동결은 물론이고 공장 가동중단, 비정규직, 정규직 정리해고까지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GM대우, 풀잔업 풀특근에서 휴업으로 급전직하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창원공장은 풀잔업 풀특근으로 노동자들을 혹사시켰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무려 68시간을 공장에 묶여 있어야 했다. 뉴스에서는 단풍철을 맞아 행락객들이 붐빈다지만 노동자들은 일에 묶여 가족끼리 바람 쐬러 갈 시간도 없었다. 축구 동호회 한번 모이기도 어려웠다. 지난 10월 생산협의회에서도 사측은 “12월까지는 생산계획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채 한 달도 못 지나서 상황이 급변했다. 11월부터 잔업, 특근이 전면 취소되고, 12월 말에는 휴업도 예정되어 있다.”(창원공장의 <노동자의 목소리>)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국민경차’ 마티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기침체와 고유가 때문에 판매가 급증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소비자들은 이제 경차 구매 예약도 취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M대우는 재고가 쌓이자 부평, 군산, 창원 공장 등 전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쌍용차, 정리해고(‘희망퇴직’)에 나서다
대형차 중심의 쌍용차는 GM대우차보다 한 발 더 앞서가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량이 32% 가량 급감한 쌍용차에서는 10월 27일 노사가 350명을 내년 9월까지 유급휴직시키기로 결정했다. 나간 사람은 일이 없어 힘들고, 남은 사람은 일이 많아 고통스럽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11월 4일에는 유급휴직자들 가운데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강제퇴직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1시간 잔업을 중단하고 있는 르노삼성도 르노 본사가 유럽에서 4000명을 짜르기로 했으므로 앞으로 인원감축에 나설지 모른다.
뒤따르며 칼을 가는 현대기아차
현대, 기아차는 노조가 없거나 약한 곳부터 공격을 퍼붓고 있다. 미국 앨라바마 공장의 생산량을 1만 5천 대 줄이기로 하고, 이미 10월 24일부터 매주 금요일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면 연말까지 11일 가량 휴무하게 된다.
그리고 현대차는 이미 에쿠스 단종에 따라 115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했고, 에쿠스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면서 3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짜르려 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2공장의 잔업과 특근을 없앴다. 기아차는 소하리공장의 카니발 라인에서 ‘프라이드’를, 화성1공장 쏘렌토 라인에서 ‘포르테’를 각각 혼류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생산라인 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 “GM, 포드의 위기는 노조 때문이었다”는 선무방송이 날마다 쏟아져 나온다. 이것은 현대기아차에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더 거대한 공격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소 부품업체 줄도산 임박
GM대우가 연말 임시휴업에 들어가면 타이어와 부품업체 등 크고 작은 1만여 협력업체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이다. 자동차판매가 줄면서 이미 금호타이어는 장기근속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20~30년간 쥐어짠 다음 악랄하게도 폐물 취급하며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자동차 할부금융사, 캐피털사들도 돈줄이 막히면서 치명적 위기를 맞고 있다. 자금난이 심한 중소 부품업체들의 도산은 앞으로 줄을 이을 것이다.
부메랑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아 감산, 인원감축에 나서면 노동자들의 구매력은 더욱 떨어지고, 경제는 더 꽁꽁 얼어붙어 공황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자동차 관련 산업의 전체 고용인구는 약 2,000만 명이나 된다. 한국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인원도 직간접적으로 약 400만 명에 이른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감산, 인원감축은 공황에 불을 붙일 뿐이다. 결국 자본가들은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고 있다.
자본가 도덕과 노동자 도덕
현대차 자본은 “GM, 포드가 쓰러지면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고 얘기한다. 자본가들의 도덕은 이처럼 비정한 약육강식의 논리다. 그리고 모든 자본가는 공황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다 떠넘긴다. 약육강식, 고통전가, 이런 야만의 세계가 바로 자본가의 세계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도덕은 자본가의 도덕과 완전히 달라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쌍용차, 현대차에서처럼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고용안전판으로 여겨 정리해고에 협조하고,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며 그 자리에서 수년 동안 일 해온 비정규직의 해고를 용인하는 것은 자본가의 약육강식, 고통전가 논리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비정규직이 짤리면 다음 차례는 정규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자본가에 맞서 싸워야 한다. 여기에 부품사 노동자들도 연대해야 한다. 단결이야말로 노동자의 도덕이며, 노동자가 사는 유일한 길이다.
굴종을 거부하고 단호하게 투쟁하자
자본가들은 공황을 노동자를 쥐어짜고, 노조를 길들일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그래서 더욱 공세적으로 나온다. 가령 GM대우는 지난해 매출액이 12조 5천억 원에, 당기순이익이 5500억 원에 이르기에 자동차 조금 안 팔린다고 해서 당장 적자가 나는 것도 아닌데 공세적으로 휴업에 나서고 있다. GM, 포드의 경우 아예 ‘파산’을 신청하는 게 노조를 통제하는 데 더 낫다고 보는 자본가의 시커먼 속셈도 드러나고 있다.
공황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휴업, 임금삭감, 전환배치, 정리해고라는 자본가의 칼을 맞고 쓰러질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안정,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일어서서 싸울 것인가? 선택은 분명하다!
“단 한 명도 해고할 수 없다”. “한 1만원도 삭감할 수 없다”. “우리는 팽이가 아니다. 뺑뺑이(전환배치) 돌리지 마라”, “주간연속2교대를 전면 시행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려라”. 이런 요구를 내걸고 대담하게 싸우자.
자동차산업 몰수 국유화, 노동자통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오바마가 추진 중인 구제금융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 투자증권에서 나왔다.
근본적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려면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져 온 ‘사적 소유’를 건드려야 한다. 하지만 1945년 프랑스 정부가 르노를 국유화한 다음, 정부가 노동자를 직접, 더 가차없이 쥐어짜 경쟁력을 강화시켜 다시 민영화하고, 1975년 영국 정부가 로버 그룹을 국영화한 다음 분할매각했던 것이 과연 근본적 대안이 됐는가?
이제 더 이상 자본가나 그 정부한테 위기를 해결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자동차산업을 몰수, 국유화하고 노동자통제를 해야 한다.
전세계 자동차생산량의 50%는 GM, 포드, 도요타 등 5대 기업이, 80%는 10대 기업이 만들어왔다. 따라서 세계 10대 기업만 몰수해서 노동자들이 통제해도 무정부적 과잉생산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전 세계 노동자가 단결해 노동자 자신의 권력을 세울 때만 가능하다. 공황은 노동자들에게 지금 이 길을 가라고 날마다 강력히 부르짖고 있다!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