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아래로부터 공공노동자 단결투쟁의 힘을 모아나가자!
이명박 정부의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는 41개 공공기관의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2차 계획에는 30개 내외의 공공기관 통폐합, 5~10개 기관의 기능조정 방안이 들어간다. 9월 중으로 공개될 3차 계획에서는 철도와 전기 등 정부 표현대로라면 ‘민감한’ 사업장들에 대한 공격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저 ‘공기업 선진화’란 사실 자본가 살리기이자 노동자 죽이기임을 계속 주장해 왔다.
계속되는 노동자 죽이기
노동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추진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 자체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란 결국 ‘정원대비 5% 인원감축, 10% 예산절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8월 12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2, 3차 발표에서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모든 공공기관은 자동적으로 경영효율화 대상으로 편입된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남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조직 및 인력감축, 효율성 10% 향상, 예산 10% 절감 등 경영효율화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게 된다.”
촛불시위가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 이명박 정부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며 민영화 공격의 칼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은 “촛불 같은 일에 주눅 들지 말라”, “이제 행동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촛불시위가 다소 주춤해지자 정부는 이제 소나기가 그쳤다고 보는 것이다. 공기업 노동자들은 명시적으로 민영화·통폐합·기능조정을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인력감축(즉 해고와 그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효율성 10% 향상(이것 역시 노동강도 강화), 예산 10% 절감(실질임금 삭감과 복지예산 축소) 등의 구조조정 공격을 뒤집어써야 한다. 이것을 정부는 ‘선진화’라고 부른다!
현상이 아니라 실체에 맞서기
우리가 ‘매각 여부’ 중심으로 현 사태를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기업 매각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이전이든 이후든 자본가들의 이윤을 늘려주기 위해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다.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로부터 더 많이 쥐어짜려고 한다. 민영화라고 부르든 선진화라고 부르든 혁신이라고 부르든 다른 무엇으로 부르든 이러한 노동자 죽이기 정책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의 노동자 죽이기에 맞서 공기업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함께 맞서 싸워야할 필요성 역시 그대로다. 일부 공기업 노동자들은 정부가 민영화라는 타이틀 대신 선진화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자 ‘이제 매각은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일부 공기업들에 대해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매각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자들의 목을 자르기 위한 날카로운 칼이 준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판단은 섣부른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안이한 믿음이 아니라 즉각 철저한 투쟁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최근 철도에서는 ‘철도 사유화 저지, 구조조정 분쇄, 비정규직 철폐 철도공동투쟁위원회’가 결성됐다. 이 시도는 현 시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에 관해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부터 ‘민주노총 총파업’ 국면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에서도 공동투쟁을 일궈내기 위한 노력이 공투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총파업 수준의 공동투쟁을 일궈내지는 못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공동투쟁의 기반이 될 아래로부터의 투쟁역량을 내실 있게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후 공공노동자 공동투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공투본과 같은 조직을 명실상부한 단결투쟁기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현 시기에 핵심적으로 움켜쥐어야 할 실천과제는, 공투본과 같은 상층기구의 유지에만 매달리는 방식이 아니라, 바로 기층 현장에서부터 다시 한 번 투쟁역량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철도공동투쟁위원회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유명무실해진 상층기구에 더 이상 의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놓은 채 무기력하게 당해서도 안 될 때, 아니 다시 한 번 공공부문 공동투쟁의 기운을 기필코 되살려나가야 할 때, 결국은 기층 현장에서부터 스스로 투쟁동력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
조건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철도의 방식을 다른 사업장들이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공동투쟁위원회, 파업선봉대, 순회선동대 등 여러 형식을 활용해, 무엇보다도 아래로부터 단결투쟁력을 키워나가는 것만이 현 시기 공공부문 공동투쟁을 성사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교두보임을 잊지 말자. 그것만이 공투본을 ‘실제로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전투기구’로 부활시킬 수 있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