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하자!!! 주간연속2교대투쟁의 의미를
회사의 일관 제시안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자 조용했던 현장이 일순간 술렁거렸다. 술렁거림은 그 동안 회사의 제시안이 전혀 없던 상황에다 휴가 기간 실무협의가 진행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주간연속2교대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던 조합원들의 일정한 기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근무형태변경위원회의 실무협의 내용이 현장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정황까지 감안한다면 조합원들의 궁금증, 기대감을 이해할 수 있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노사협상은 시종일관 주간연속2교대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쟁대위 속보에 따르면 사측은 단계적 도입, UPH UP, 편성효울 상승 등 노동강도 강화, 생산량 만회를 위한 실노동시간 연장 -- 휴게시간, 조회시간, 안전교육시간, 공휴일 축소, 중복휴일 제도 개선 등 -- 요구, 생산량 만회에 따른 차등임금 보존 등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자지부 역시 8/8 직도입, 노동강도 강화 반대, 생산직 완전월급제, 생산설비 확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외형상으로 본다면 주간연속2교대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는 열차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파국열차로 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기에 현자노동자들은 근무형태변경위원회의 교섭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국이냐 아니면 물 건너 간 거냐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의 일괄제시안 제출 소문은 새로운 국면전환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사측의 노림수
회사는 막무가내로 버티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발생하는 생산량을 완전보전하는 것,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통해 현장통제를 강화, 이를 통해 최대이윤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윤여철 사장은 ubc방송에서 생산량만 보전한다면 임금보전 할 수 있다고 했으며, 노사전문위원회도 보고서를 통해 사측은 생산량 보전, 노측은 임금보전이 핵심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자본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자본은 조합원들에게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단지 임금보전의 문제로 축소시키고자 한다. 사측은 임금보전을 위해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건강권 포기, 공장신설 및 설비확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노조가 혹은 조합원들이 생산량 만회와 임금보전의 맞바꿔치기에 동의하는 순간 교섭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상기하자
노동시간 단축분 만큼의 생산량을 만회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현자지부가 3무 원칙--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삭감 없는, 고용불안 없는--으로 제시했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공장신설 및 설비확충, 신규 인원충원 하는 방법, 아니면 사측의 요구를 대거 수용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안이란 없다. 실무협의가 파국으로 치닫기보다 장기화되는 것은 제 3의 방법을 찾기 때문인데, 제 3의 안은 상호 양보해 절충안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상호 양보해 만든 절충안이라는 게 어느 측이 본질적인 것을 양보했느냐에 있다. (생산량 만회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 지부와 조합원들은 실노동시간 연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사측은 본질적인 것을 양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자지부의 양보가 없다면 결론은 총파업을 통해 쟁취할 수밖에 없다.
주간연속2교대제를 공세적으로 돌파하자
98년 정리해고의 경험은 ‘있을 때 벌자’는 심리를 극대화했다. 시급제는 장시간 노동으로 우리를 내몰았다. 정리해고의 안전판으로 비정규직을 늘리는 데 동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오류도 범하도록 강제했다. 더 이상 심야노동에,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 쓰러져 죽을지 모르는 파리 목숨과도 같은 처지에 놓인다. 우리에겐 더 이상 늦출 수도, 더 이상 양보할 것도 없다. 오직 되찾을 것만 있을 뿐이다.
세계 노동자투쟁의 역사에서 노동시간단축, 심야노동철폐 투쟁은 일자리 나누기투쟁이다. 노동강도 강화 없고, 고용불안 없는 근무형태 변경을 위해선 줄어든 시간만큼의 생산량을 만회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조합도 강화될 수 있다. 그 창출된 일자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으로 채우자. 우리가 모르고 저지른 범죄, 마음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죄스러움을 이번 기회에 갚자. 현대자본을 상대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자. 이렇게 할 때 주간연속2교대제의 의미가 오롯이 되살아난다.
정원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