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구조조정을 부르는 쌍용차 매각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난해 상하이차의 ‘먹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무려 3천 명에 달하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쌍용차에 매각국면이 찾아온 것이다. 애꿎게도 매각 주간사는 지난해 2,646명 정규직 인원정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던 삼정KPMG. 이 대목에서 매각은 또 다른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5월 28일로 마감된 인수의향서 제출시한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7개 업체다.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닛산, 인도의 농기계제조업체 마힌드라&마힌드라, 박윤배의 서울인베스트먼트 등 해외자본과 투기자본이 주종을 이루는데, 투기자본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의 업체들은 상하이차와 마찬가지로 쌍용차의 기술력에 관심이 있을 뿐이기에, 쌍용차 매각은 제2의 구조조정으로 곧바로 이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르노닛산이 구세주?
쌍용차 인수전에 르노닛산이 전격 참여를 결정하자, 쌍용차 안팎에서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한국에도 르노삼성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르노에 인수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생존권을 먼저 걱정해주는 자본가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르노닛산 역시 4~5천억으로 예상되는 쌍용차 매각대금을 절반 가까이 깎으려 달려들 것이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추가지원, 사실상 특혜를 요구할 것임에 틀림없다. 법정관리의 실질적 주체인 이명박 정부는 매각대금을 낮추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고, 또다시 노동자 세금으로 추가적인 특혜지원에 나서려 할 것이다. 결국 자본가와 대주주들 배불려주는 일에 노동자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투쟁의 깃발을 올리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쌍용차사태가 벌어진다.
투쟁의 깃발을 올리기 위해 분노를 조직하기
그러나 지난해 77일간의 점거파업을 견고하게 사수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부분 공장 밖으로 쫓겨났고, 공장 안은 자본과 어용노조의 일방통행이 진행되고 있다. 정리해고·무급휴직·비정규직 중심의 ‘망명 정부’인 쌍용차지부는, 투쟁의 전열정비를 위해 전국순회투쟁과 점거파업 1주년 집회를 조직해왔지만, 그 기세는 아직 다시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지금 싸울 이유와 근거가 부족해서 나서지 않는 것인가? 파업이 끝난 뒤에도 과로로, 스트레스로, 자살로 죽어간 노동자와 가족들이 부지기수다. 생계는 막막하고 고소고발·손해배상이 여전히 ‘77일 전사들’을 괴롭히고 있다. 싸워야 할 이유와 근거는 충분하다. 다만 아직 투쟁의 결의가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투쟁의 결의를 모아내기 위해 노동자의 가슴 속에 쌓인 분노를 제대로 조직해야 한다. 이를테면 쌍용차 인수전이 시작되자 쌍용차 주가가 급등했는데, 이 틈을 타 상하이차는 5월 28일과 6월 1일에만 무려 110여만 주를 주식시장에 내다파는 사건이 벌어졌다. 마지막까지 ‘먹튀’를 하며 이윤을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의 피도 눈물도 없는 행태를 폭로하고, 다시 한 번 생존권 쟁취를 위해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요구로 ‘77일 전사들’을 재조직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세적 요구를 내건 투쟁의 필수요소는, 당연히 투쟁에 나서는 주체들의 자신감과 기세다. 아무리 논리적 설득력이 있어도 자신감이 없으면 주눅이 들어 공세적 요구 내걸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점거파업 당시 “공장은 우리 노동자의 것”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했을 때, 쌍용차지부는 ‘공적자금 투입과 공기업화’라는 요구를 내건 바 있다. 자본가와 정부의 분탕질로 인해 생겨난 쌍용차사태에 대해, 정부가 직접 노동자의 고용과 생활임금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매각이 필연적으로 제2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면, 올해 역시 쌍용차 안팎의 노동자 전체의 요구는 “자본가와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져라! 정리해고·무급휴직·비정규직 전원 복귀시키고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이 당연한 요구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도 지금 전망의 부재로 인해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정리해고·무급휴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전선으로 모아내기 위해 가슴의 분노를 조직해야 한다. 투쟁전선과 전열이 정비된다면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동자통제 하의 국유화’라는 공세적인 계급단결투쟁의 요구를 기세 있게 치고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쌍용차 노동자들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가 될 수밖에 없기에.
공성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