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통신노동자들, 경제위기에 움츠리지 않고
공세적으로 싸워 승리하다!
투기화된 자본이 만들어낸 국제유가와 곡물가 폭등이 소비자물가를 급등시키면서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가난한 나라일수록 그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 아프리카의 일부 나라들에서는 곡물가가 600%나 치솟았다. 이로 인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은 물가폭등에 항의하며 연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35% 임금인상, 계약직 8천 7백명 ‘정규직화’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수세적인 투쟁을 넘어서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통신노동자들의 투쟁은 경제위기 국면에서도 그 책임을 과감하게 자본가들에 물으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당당하게 관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005년 9월에 민영화된 파키스탄통신 소속 노동자들은 7월 16일부터 시작한 무기한 파업투쟁 끝에 지난 7월 29일에 파업의 주요 요구들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사측은 ‘노동자연대회의’(United Workers Alliance)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즉각 실시하기로 했다. 협약 내용은 35% 임금 인상을 즉각 적용하고, 8천 7백 명의 계약직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면서 동시에 인상된 임금을 이들에게도 적용하는 것 등이다.
비정규직이 촉발시킨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행동
파업투쟁은 관리자들뿐만 아니라 노조 지도부 또한 놀라게 했다. 파업은 말 그대로 운동이었고 노동자들의 분노가 반영된 폭발적인 운동이었다. 노동자들은 지도부가 투쟁에 나서도록 강제했다. 2005년 6월 11일 하루에만 317명이 연행된 민영화 저지투쟁에서 노조 지도부가 보여준 배신 때문에 현장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은 실망했다. 또한 이러한 실망감을 이용해, 사측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했고, 노조지도부는 그것을 정당화했다. 노조지도부는 노동자들이 투쟁에 관심이 없으며 사측의 공격에 맞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경찰과 군대의 감시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몇 번에 걸쳐 자발적인 파업을 벌여왔다.
이번 싸움은 계약직노동자들이 정규직계약 운동에 착수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행동위원회를 조직하고 집회를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어떤 노동조합도 이들 계약직노동자들의 운동에 결합하지 않았다. 사측은 계약직노동자들의 협상요구를 거부했고 260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계약직노동자들은 곧바로 통신회사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규직노동자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노동조합 간부들은 그때부터 이들의 투쟁에 결합하기 시작했다.
협조주의와 관료적 통제를 뚫은 과감한 파업
구조조정 정리해고와 임금억제 정책이 정규직노동자들 사이에서 만들어낸 분노는 이번 파업투쟁의 배경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수세적인 투쟁으로는 생존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으며 과감한 투쟁을 원했다. 전투적인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긴밀하게 결합하는 한편 총파업을 선동했다.
이에 부응하여 현장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받아 안는 한편, 지도부를 압박하여 파업에 돌입하도록 했다. 7월 16일 파키스탄통신 본사 앞의 집회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경찰봉을 휘두르며 잔인하게 진압에 나서면서 16명의 노동자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하자, 수천 명의 노동자들은 곧바로 본사와 콜센터들을 점거하는 완전봉쇄와 파업에 돌입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5만 명의 파업투쟁으로 확대되었다. 주요 도시들은 통신이 중단되어 마비상태로 빠져들었다.
파키스탄인민당(Pakistan People’s Party)과 연결된 노조 지도부는 끝까지 파업을 관료적으로 통제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진정한’ 대변자처럼 행세하면서 정부장관들과 교섭을 추진했다. 그들은 파키스탄 사회의 특징인 광범위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정당의 선을 이용하여 노동자들을 갈라놓기 위해 갖은 시도를 다했다. 파키스탄인민당은 중재자로 행세하며 해고자 복직을 대가로 파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는 민영화와 친자본가 정책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선언하고 언론과 경찰을 동원하여 파업 파괴에 나섰다.
그러나 파업노동자들은 타협적 지도부에 단호하게 맞서면서 파업 중단을 거부하고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또한 경찰 투입 시 즉각 전국 통신네트워크를 차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노동자들은 ‘노동자연대회의’와 함께 행진했고 타협주의자들을 패배시켰으며 또한 사장들에게서 커다란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파키스탄 통신노동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수세적으로 움츠리지 않고 과감한 요구를 내건 대중적인 투쟁을 통해 자본가들에게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투쟁의 힘을 배가시켜 물가인상분 이상의 대폭적인 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쟁취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러한 승리를 만들도록 분투하자!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