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맞선 16개 요구안 해설>
경제위기에 맞선 16개 투쟁요구
[편집자 주] 지난 호에서는 ‘공황에 맞선 13개 투쟁요구안’을 제시하며, 현 시기 계급투쟁에서 그 요구안이 갖는 의미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3개 요구를 추가하여 ‘경제위기에 맞선 16개 투쟁요구’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요구에 대해 해설을 달았습니다. 지면 제약으로 해설이 충분치 못합니다. 동지들과의 토론을 거쳐 좀더 충실한 해설을 담아 이후 소책자 형태로 <경제위기에 맞선 노동자 16대 행동강령>을 낼 계획입니다. 동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경제위기에 맞선 16개 투쟁요구
1. 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
2. 임금삭감 반대! 생활임금 쟁취!
3. 노동시간-고용 연동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4. 파산기업 국유화! 노동자 통제!
5.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
6. 공기업 민영화 저지! 구조조정 저지! 공기업 노동자 통제위원회 구성!
7. 교육시장화 반대, 무상교육! 의료시장화 반대, 무상의료!
8. 건설사 몰수 국유화! 무상주거!
9. 정유사, 건설사를 비롯한 모든 대기업의 회계장부 공개!
10. 재벌 대기업들의 투기자금 몰수!
11. 은행 ․ 금융기관의 몰수 ․ 단일 국영은행으로 통합!
노동자통제 하의 금융통제위원회 구성!
12. 완전한 파업권 쟁취! 노동악법 철폐! 노동조합의 전투적 재편!
13. 공장위원회와 전 산업에서의 산업통제위원회 구성!
14.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등 공안기관 해체!
15. 자본가 정당과의 단절! 진정한 노동자당 건설!
16. 경제파탄 주범 이명박 정부 퇴진! 노동자 민중 정부 수립!
1. 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빠르게 퍼지면서, 자본가들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대대적인 인원감축과 해고라는 형태로 노동자들에게 묻고 있다. 건설업과 중소조선사, 제조업 하청사업장의 부도행렬은 곧바로 사업장 노동자 전체의 해고와 실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사무금융 부문에서 벌어지는 희망퇴직, 권고사직의 칼바람이 노동자들의 목줄을 겨냥하고 있다.
자본가들의 공격은 가장 열악한 부문인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이제 정규직, 상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전면화 되고 있다. 우리는 자본가들의 분탕질로 생겨난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을 반대하며, 일차적으로 정리해고 ․ 희망퇴직 ․ 권고사직 ․ 계약해지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모든 해고에 맞서 결연하게 투쟁한다.
공공요금은 대폭 인상되어 필수 생활비는 늘어가고 가계 빚은 폭증하고 있으며, 짤려나가면 아무런 사회보장장치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는 그 형태를 막론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학살’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를 넘어 어떤 형태의 해고에 대해서도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 또는 투쟁조직을 건설하여 맞서 싸우겠다는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직에 앞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결국 정규직 해고를 위한 신호탄이므로,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으로 나서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에 맞서는 것 역시,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더 큰 힘을 만들어 구조조정을 분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IMF 때처럼 비정규직 짤라내고 정규직의 일부 양보를 통해 극복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전면적인 위기이다. 전면적 위기에 맞서 “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라는 요구와 슬로건으로 전체 노동자를 단결시켜 투쟁을 조직하자!
2. 임금삭감 반대! 생활임금 쟁취!
대공황이 전개되면 자본가들은 판매부진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임금동결 또는 심지어 임금삭감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한다. 임금삭감 공세는 대체로 기본급을 삭감하기 전에 상여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등의 형태를 먼저 취한다. 시급제 노동자들에게는 생산물량 축소로 잔업 · 특근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임금삭감을 관철시킨다. 그러다 기업이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면, 자본가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만 회생할 수 있다면서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공세를 본격적으로 펴고 나온다. 특히 파산 위기에 내몰린 기업에서는 해당 자본가만이 아니라 은행 · 채권단 · 정부 · 언론 등 모든 자본가들이 나서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을 받아들여야만 기업을 회생시켜 주겠다며 전방위 공세를 편다.
이처럼 대공황 시기에 자본가들이 펴는 임금삭감 공세에 노동자들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나아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 즉 표준생계비에 해당하는 임금이다. 2008년 민주노총이 발표한 표준생계비에 따르면 가족 수 평균치인 3.6인 가구에서 표준생계비가 4,164,254원이다.)
첫째, 공황은 자본가들의 잘못 때문에 필연적으로 빚어진 사태일 뿐이다. 임금은 노동자의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버팀목인데, 노동자들이 자기 삶을 후퇴시켜 가며 공황을 책임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아가 IMF 때도 보았듯이, 공황 시기에 노동자들에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닦달하면서 자본가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쌓아 올린다. 또 다시 속을 수는 없다.
둘째, 기업이 수익성 악화 또는 위기로 내몰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의 무정부성 때문이다. 시장에서 밀려나 파산 위기로 내몰린 기업은 임금을 삭감해봐야 잠깐 동안 연명할 수 있을 뿐 결국 회생하지 못한다. 이 경우 임금삭감에 동의하며 투쟁력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은 기업이 파산하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지만, 임금삭감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함으로써 조직력과 투쟁력을 세워 낸 노동자들은 기업이 파산하는 상황에서도 생존권을 최대치로 지켜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은 파산 위기에 내몰려 있지 않으면서도 위기를 과장하여 이참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자본가들의 이윤을 유지하거나 늘리려 한다. 그런 사기 술책에 당해서는 안 될 일이다.
셋째,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될수록 공황은 깊어지고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파산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공황이 야기된 중요한 한 원인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 생산된 상품 양에 비해 그것을 사들일 구매력이 훨씬 모자란 데 있기 때문이다. 공황에 올바로 맞서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공황의 책임과 고통을 노동자에게 돌려 이윤 폭을 필사적으로 지켜내려 하는 자본의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공황 시기 생활임금 쟁취투쟁은 결국 자본주의 자체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
"임금삭감 반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데 있어서 크게 다음 세 가지 점에 입각해야 한다.
첫째, 비정규직을 비롯하여 모든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임금만 지키려 하다가는 사회적으로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자신의 임금도 지켜낼 수 없게 된다. 비정규직 등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투쟁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자신의 임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둘째, 생활임금 쟁취 투쟁은 정부로 하여금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즉각 보장하도록 강제하는 투쟁과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고용된 모든 노동자에게는 생활임금의 50%(약 208만원)가 법정 최저임금으로 즉각 보장되어야 한다. 미취업 청년 실업자를 포함한 모든 실업자에게는 생활임금의 40%(약 167만원)가 최저실업수당으로 즉각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이것은 당장의 긴급한 조치를 위한 투쟁목표이며, 우리의 보다 근본적인 투쟁목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이다.
셋째, 생산물량에 상관없이 8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임금형태를 쟁취해야 한다. 시급제 · 일당제 노동자들은 생산물량에 따라 실제 임금 총액이 춤을 추는 임금 구조 때문에 그동안 무리한 과도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이제 생산물량이 격감하면서 임금도 격감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임금 격감에 따른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분노를, 월급제 등 생산물량에 상관없이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임금형태를 쟁취하는 투쟁의 동력으로 반전시켜야 한다.
3. 노동시간-고용 연동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한국의 노동자들은 연간 2357시간을 일해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일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노동시간이 적은 네덜란드(연간 1391시간)에 비해 966시간을 더 일했다. 적은 임금을 잔업과 특근, 휴일근무로 만회하며 살아왔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일벌레처럼 일하는 동안 한국의 자본가들은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00조원에 이를 정도로 한국의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피땀을 짜내 돈을 벌었다. 노동자들은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이제는 해고의 위협에 직면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공격하고 있다. 임금삭감 및 동결, 복지축소, 희망퇴직, 외주화, 정리해고 등 노동자들에게 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모조리 전가하려 한다. 이윤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일자리는 이윤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이윤이 적어지면 노동자들을 가차 없이 일자리에서 쫓아낸다. 이명박 정부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자본가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는 그야말로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일자리다. 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이 순순히 일자리를 늘리려 하지도 않거니와, 유지하는 데 관심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는 총노동시간을 전체 노동자들의 숫자로 나누어 그 시간만큼 노동자들이 일하면 된다. 이를 통해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자리가 골고루 분배되어야한다. 이것이 노동시간-고용 연동제다. 이를 통해서 실업을 해소하고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지난 IMF 시절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자, 주 35시간 노동으로 일자리를 나눠 해고에 맞서자”는 운동을 펼친 바가 있다. 이를 더욱 근본적인 방식으로 발전시켜 투쟁해야 한다. 그럴 때만 경제위기의 참화에서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그럴 때만 정규직의 일자리를 위해서 비정규직이 희생당하는 현실을 넘을 수 있다. 그럴 때만 취업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청년실업자들의 일자리 확보와 충돌하는 현실을 막을 수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실업노동자들이 하나의 상호책임 연대망으로 묶여 전체노동자의 요구를 걸고 투쟁할 수 있는 길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실업률은 3%지만 고용률(15세 이상 노동 가능한 인구의 고용비율) 은 60%에 지나지 않는다. 1일 6시간, 주 30시간 노동제로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1일 6시간, 주 30시간 노동제는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일체의 노동강도 강화가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4 이상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의 새로운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자본가들과 국가가 져야한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자본가들과 이명박 정부가 주장한다면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 것과 사회 운영을 노동자계급이 하겠다는 도전장을 내밀고 투쟁해야 한다.
4. 파산기업 국유화! 노동자 통제!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부도 · 폐업 · 파산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산업 ‘빅3’가 파산 위기로 몰리면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파산을 볼모로 하여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임금삭감을 강요하기도 한다.
자본이 파산한다고 노동자까지 함께 파산해야 하는가? 자본가들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을 왜 노동자들이 모조리 떠안아야 하는가? 파산한 기업을 즉각 국유화하고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일자리를 보장하는 길이 있다.
이 체제를 지키려는 자들은 ‘국유화’라는 수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파산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하는 등, 자본가들 스스로 이러한 대안이 있음을 더 이상 가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국유화 조치는 철저히 ‘자본가 살리기’에 맞춰져 있으며, 국유화와 동시에 임금삭감 ·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이 수반된다.
우리는 이와 반대로 ‘노동자 살리기’의 관점에서 파산기업 국유화를 제시한다. 자본가들이 부당하게 은닉해온 투기자금을 몰수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생산물에 대한 계획을 세워 운영한다면, 오히려 낭비되는 자원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국유화를 통해 사회적 공동소유물이 된 생산수단들은 직장별, 산업별 수준에서 노동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통제해야 한다.
5. 일터의 광우병 비정규직 철폐!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이요 항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핵심적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오히려 밑바닥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우려 한다. 일체의 노동기본권 박탈로 노조 결성조차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 자본가들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인해 생존권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심화는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자본가들은 소비가 위축되고 생산이 줄어드는 것이 경제위기를 가속시킨다고 떠드는데, 노동자들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최소한의 소비라도 할 것이 아닌가? 비정규직을 쫓아내고 임금을 삭감하는 공격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경제를 회생시킨다는 말인가?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모든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쟁취하지 않고서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 우리는 경제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한 핵심 과제의 하나로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한다. 비정규직 철폐라는 과제는 개별 비정규투쟁을 넘어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와 투쟁을 확대하는 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개별 비정규투쟁에 대해서조차 자본가들은 총단결하여 십자포화를 퍼붓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정규직 철폐는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 ․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단결과 공동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확산은, 끊임없이 정규직노동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함으로써 비용절감 ․ 노동유연화를 추구해온 자본가들의 공격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개별 비정규투쟁의 성과를 더 낮은 곳의 미조직 비정규직 부문으로 확산시키고, 정규직 ․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단결과 공동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전국적 투쟁전선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6. 공기업 민영화 저지! 구조조정 저지! 공기업 노동자 통제위원회 구성
집권 전부터 대대적인 공기업 사유화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이명박 정부는 예기치 못한 촛불정국에 밀려 그 계획을 유보해야 했다. 물론 그것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유보에 지나지 않았다.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던 저들의 말마따나, 촛불 소나기가 주춤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공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전면화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3년에서 5년의 주기로 공기업 경영을 점검해 민영화할 부분은 민영화하고 나머지는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저들이 말하는 구조조정이란 다름 아니라 인력 감축을 뜻한다. 최근 한국농촌공사가 정원의 15%를 줄이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범적인 사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여러 공기업들이 앞 다투어 인력 감축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공기업들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전력은 정원의 10%인 2,000여명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스안전공사 역시 10%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며, 석탄공사는 16%를 줄이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고 시간 날 때마다 떠들어왔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최고의 복지가 아니라 최악의 복지, 아니 복지의 파괴를 우리에게 선사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지금 있는 일자리를 지킬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아직 민영화가 안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정부는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밀어붙였다. 공기업 노동자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길거리로 쫓겨나게 생겼다. 이명박 정부가 꿈꾸는 공기업 경영 효율화란 결국 가난한 서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을 털어가려는 계획이며, 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인 노동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려는 비열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 노동자들이 단결 투쟁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통제위원회를 구성해 공기업 운영에 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사장들과 이명박 정부에게 공기업을 맡겨놓는 한 이런 터무니없는 사태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7. 교육시장화 반대, 무상교육! 의료시장화 반대, 무상의료!
집권 전 한나라당은 수년 간 ‘반 값 등록금’ 법안을 아주 중요한 민생법안으로 내놓았었다. 집권 후 한나라당의 입에서는 더 이상 반 값 등록금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정권이 손에 쥐어지자마자 민생법안 따위는 더 이상 실질적인 고려 대상에 끼지도 못하고 있다. 자본가와 지주로 구성된 부자 정당에게서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을 것이다.
그러나 가중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막대한 교육비 문제는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점점 더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자를 갚지 못해 그 대출마저 끊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미 빚더미에 올라 있기 일쑤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대책이란 단지 일부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고등학교 및 유치원의 수업료 동결뿐이다. 눈앞이 안 보이는 경기한파 속에서 이런 조치들이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보다 확실한 대책이 즉시 도입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국가가 교육에 관한 재정을 책임지는 무상교육 정책이다.
무상의료 정책 역시 현 시기에 중요한 과제다. 올 해 설문조사에서는 암 발병 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12%)보다 치료비 부담이 더 큰 걱정(67.5%)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병원 안 간다”는 제목의 뉴스가 종종 보도된다. 가중되는 생계고 때문에 의료비 지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 의료법인만이 허용되고 있는 현재의 의료산업 구조 내에서조차 병원들은 사실 이윤만을 위해 운영된다. 돈벌이가 잘 되는 진료과목으로만 의사들과 투자가 몰리고, 병원수입에 도움이 안 되는 환자는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조기퇴원을 강요당하곤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장비를 이용한 불필요한 검사도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의료시장화’를 추진하면서 병원을 더욱더 추악한 돈벌이의 진흙탕으로 만들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환자가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를 원천 봉쇄하는 의료시장화 반대한다! 무상의료 쟁취하자!
교육, 의료, 주거 등 기본 생활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효과를 갖는다. 즉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거를 요구하는 것은, 복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면 좋은 것이 아니라, 생활임금 쟁취요구와 나란히 가장 중요한 생존권적 요구에 해당된다.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가령 즉각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데 대략 13조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부자를 위한 감세’만 철회하더라도 충분히 남아도는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재원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문제다.
8. 건설사 몰수 국유화! 무상주거!
한국의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시점이 2002년이다. 2007년 기준으로는 이미 100만 채가 남아도는 실정인데도, 국민 10명 중 4명이 셋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한다. 주택을 부의 축적수단으로 삼는 투기꾼들이 절반의 주택을 독식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왔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집을 갖고 있는 자가 1,083채, 2위가 819채, 3위가 577채이며, 상위 100명이 1인 평균 155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경기활성화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역시 건설사업”이라며,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주는 건설업 부양책을 거듭 내놓았다. 이는 안 그래도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을 더욱 부풀릴 것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거품 때문에 노동자 서민들의 가계대출과 이자 부담이 막대하게 상승해왔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년 전 222조원에서 현재 236조원으로 6.3% 늘어났다. 2005년부터 크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내년부터 집중될 것인데, 이에 따라 이자 부담뿐만 아니라 연체율 상승 우려가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졌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즉 노동자대중의 파산사태가 언제 이 나라에서 되풀이될지 모르는 상태다.
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 첫째, 대출만기 연장과 대출이자 폐지, 차압금지 등의 조치들을 통해 자본가체제가 빚어낸 손실을 노동자대중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1가구 1주택을 초과하는 소유를 금지하고, 초과분을 몰수하여 무상으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택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이미 10만 가구를 넘어선 미분양 아파트 역시 서민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함으로써 주택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9. 정유사, 건설사를 비롯한 모든 대기업의 회계장부 공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했던 올 초에 잠재되었던 대중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 유가, 교육비, 하물며 분유 값, 아이들 과자 값까지 삶의 목줄을 조여 왔기 때문이다. 대중은 사회주의자들의 선동 없이도 분양가 원가 공개, 폭리를 취하는 정유사의 회계장부 공개와 더불어 과자업체에 대해서까지 항의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정유사 국유화를 통한 값 싼 기름 제공, 정유사의 폭리 사회환원 요구도 제기했다. 대중은 이중의 고통을 질머매야 했다. 자본가들은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며 원자재 값 인상 타령을 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는 유통 영역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늘 서로 더 많은 이윤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핵심은 대기업들이 중소사업장에게 납품단가 인하(CR)를 요구하며 중소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전자, 조선, 건설, 정유, 유통 등 대부분의 산업이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체계로 수직계열화 되어 운영되는 한국사회에서 독과점 대기업들의 횡포는 극으로 치닫고 있다.
100년만의 경제위기가 ‘탐욕’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그 근본인 자본의 탐욕을 통제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세계 도처에서 국가에 의한 규제를 강화하자고 하고 있지만 이는 매우 불명료하다. 자본에 대한 전면적 통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한 술 더 떠 규제완화에 목숨 걸고 있는 실정이다.
올 초보다 경제위기가 심화된 상황, 스태그플레이션도 아닌 이제 디플레이션으로 대량부도 사태 ․ 대량해고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생산영역과 유통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노동자계급에게 고통전담을 강요하고 있다. 경영권 ․ 소유권을 근거로 노동자 죽이기를 통한 회사 살리기를 강요할 것이다. 이제 자본에 맞선 투쟁을 위해선 유통영역에서의 회계장부 공개, 영업비밀 철폐가 아니라 모든 산업, 특히 생산영역에서의 회계장부 공개, 영업비밀 철폐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유통, 생산 영역에서 자본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계급은 해고와 더 비싼 생활필수품이라는 이중의 고통으로 허우적댈 것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이 자본의 영업비밀을 철폐해 자본에 통제를 가할 수 있을 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유일하게 지킬 수 있으며 사회혁명으로의 일보전진을 꾀할 수 있다.
10. 재벌 대기업들의 투기자금 몰수!
100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400조원에 이른다. 그 중 10대 재벌이 약 200조 원이다. 이윤율이 하락하니 생산에 재투자 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금고에 현금으로 넣어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외의 각종 금융상품 투기나 환투기 등 투기자금으로 굴리고 있는 중이며, 그 과정에서 이번 미국 거대 투자은행들의 파산으로 인해 수천억 원을 날리는 일도 있고, 환차익으로 떼돈을 벌기도 한다.
재벌/자본가들은 이런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기자금을 굴리면서도 경영 악화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자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모든 산업에서 정리해고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금융에서 시작한 해고바람은 건설에서 폭풍이 되었으며 자동차산업에선 해일을 동반한 태풍으로 발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1000대 대기업들은 98년 정리해고를 기반으로 대량 비정규직화에 성공 한 후 8~10년간 장기 호황을 영유했으며 그로 인해 최대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에 봉착하자마자 임시직, 일용직, 사내하청 가릴 것 없이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자행하고 있으며 사기업, 공기업 할 것 없이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동결 및 삭감에 나서고 있다. 경제위기가 좀 더 심화되면 정규직에게도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불 것이다. 자본가에게 경제위기의 해결을 맡겨 놓는다는 것은 모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소수 자본가의 이윤이라는 괴물의 아가리에 밀어 넣는 자살행위와 같다. 자본가들은 자신의 감기를 낫기 위해 노동자들의 심장을 도려내는 작자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그 동안 쥐어 짜이며 빼앗겨온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투기자금으로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 자금으로 돌려져야 한다. 대기업의 투기자금을 몰수하라! 당장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200조원을 몰수해서 경제위기로 죽어가는 노동자 서민들을 살리는 데 투입하라! 더 나아가 노동자는 재벌 대기업의 몰수 국유화를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3~4대에 걸쳐 회장님 가계를 책임졌던 착취 받는 노동자들, 이제 우리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본에게 요구하자. 너희들의 자본을 우리가 가져가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쓰겠다고.
11. 은행 ․ 금융기관의 몰수 ․ 단일 국영은행으로 통합!
노동자통제 하의 금융통제위원회 구성!
경제위기는 산업, 업종, 지역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경제위기로 기업은 부실화 되고, 부도나고 있으며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다. 경제위기 바로 직전 은행과 금융기관은 돈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주식, 펀드, 주택담보대출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자 챙겨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대출 사냥에 나섰다.
은행과 금융기관은 기업이든 가계든 상관하지 않고 전국을 주식, 펀드, 부동산 투기의 광풍으로 몰아갔으며 이자로 떼돈을 벌었다. 거품이 꺼지고 경제위기를 맞자 은행과 금융기관의 태도는 180도 선회했다. 이제 자금 경색으로 돈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에겐 부도와 파산을 강요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돈맥을 장악하고 있는 은행, 금융기관을 통제하지 않고선 경제위기로 가장 고통 받게 될 노동자, 서민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은행과 금융기관이 국가 차원의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를 위해 내년 2~3월부터 시작할 선제적 구조조정 작업은 다수의 중소기업을 부도로 내몰고,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할 것이다. 결국 직격탄은 중소기업,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떨어진다. 게다가 대출로 주식, 펀드에 투자하거나, 부동산 대출로 집 장만에 나선 모든 노동자, 서민들에게 이자와 원금 상환을 강요할 것이다. 수십, 수백만의 노동자, 서민들은 해고, 임금삭감에 이어 높아진 이자율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부도난 사업장, 부실기업의 노동자들은 자기 사장과의 투쟁을 넘어 생존권을 위해 은행, 금융기관과 투쟁할 수밖에 없으며 투쟁해야 한다. 파산한 개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전과 같이 은행과 금융기관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헌납하는 방식 -- 정리해고, 대폭적인 임금삭감, 죽지 못해 살 만큼의 노동강도 강화 수용 등 -- 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를 이렇게 만든 은행과 금융기관을 통제할 것인가? 은행을 불 지르고 약탈하는 그리스 노동자, 청년들의 투쟁은 우리가 은행과 금융기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단초를 보여준다. 은행과 금융기관의 폐해에 맞서 투쟁하지 않고선 노동자, 서민이 실업자로 쫓겨나고 끝내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행과 금융기관에 대한 즉자적인 대응으로서의 방화와 약탈이 아니라 사회적 통제다.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투기자금을 몰수하고 은행을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린 이 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 노동자통제 하의 금융통제위원회를 구성해 경제, 사회에 대한 운영과 통제를 시도해 보자.
12. 완전한 파업권 쟁취! 노동악법 철폐! 노동조합의 전투적 재편!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일체의 요소를 제거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아예 노동자의 기본적인 파업의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을 기세다. 이번 철도 파업에서 보듯 파업 돌입 전부터 선제적인 ‘불법 파업’ 협박으로 초동 진압을 해버리겠다는 태세다. 파업의 파급력이 큰 지하철과 철도 등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안 그래도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해 파업권이 심각하게 제약당하고 있는 마당에 노조 지도부들이 이러한 협박에 굴복함에 따라 이젠 파업을 해보지도 못하고 무너져버릴 위기 상황이다.
파업권이 이렇게 무력화되면, 결과는 고통을 떠넘기기 위한 정부와 자본의 적반하장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밖에 없다. ‘경제위기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웬 파업이냐’는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파업권마저 이렇게 짓밟히면, 노동자들이 경제위기의 고통을 온통 뒤집어쓰는 일만 남는다.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복지후퇴, 단협개악에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만 남게 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가 말 그대로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선 파업권을 사수해야 한다. 나아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라고 했듯이 필수유지제도를 무시하고 언제든 전면파업을 감행해야 한다. 필수유지제도를 활용해서 ‘합법 파업’을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경제위기에 제대로 맞서 싸우기 위해 노동자가 일차적으로 거머쥐어야 할 필수 무기는 ‘온전한 파업권”임을 잊지 말자.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고, “완전한 파업권 쟁취!”하여 자본의 고통전가 공세를 박살내자!
파업이 무력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또한 노동조합을 전투적으로 재편하는 과제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관료들의 협상기구로 전락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대중투쟁기관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노동자를 방패막이로 삼아 조합원의 고용을 지키겠다는 관료들의 반동적인 발상은 지금 몰려오는 자본의 고통 전가 공격 앞에서 위험천만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관료주의를 분쇄하고,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을 넘어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단결투쟁기관으로 노동조합을 바로 세워야 한다. 사업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하는 정규직만의 노동조합으로는 그 어떤 파업도 필수유지 인원을 남겨놓고 하는 파업과 마찬가지의 무력한 파업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제조업 대공장에서 정규직노조의 파업이 필수유지인원 남겨놓고 하는 공공부문 파업만큼이나 무력화 되기란 시간문제다. 노동조합을 재편하고 비정규직노동자를 포괄하는 투쟁의 상과 방향을 담보할 공장위원회 건설을 일정에 올려야 한다. 경제위기를 기화로 한 자본의 총공세가 몰아치는 비상한 상황에서 통상적인 노동조합으로는 다가오는 일대결전을 치를 수 없다. 노동조합을 관료들의 주도가 아닌 평조합원 주도의 대중투쟁기관으로 재편하고 공장위원회를 건설하자.
13. 공장위원회와 전 산업에서의 산업통제위원회 구성!
자본의 경제 살리기에 맞서 노동자 살리기를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선 노동자투쟁, 노동자조직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노동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나마 민주노조라면 회사 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를 하겠다고 할 것이다. 일관된 노동자 살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경제위기 시기의 노동자 살리기는 단위사업장에선 개별 자본의 이윤을 침해해야 하고 사회적으론 은행, 금융기관과의 투쟁을 해야 하며, 국가적으로는 정부에 맞선 투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부르주아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노조관료와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들도 일관된 노동자 살리기 투쟁을 전개하지 못한다.
왜냐면 일관된 노동자 살리기는 자본을 극복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공황을 눈앞에 둔 경제위기 시기 --자본과 노동조합의 운신 폭이 축소된다-- 에 노동조합이 전투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해도 전략적으로 경영참가가 아닌 노동자통제, 영업비밀 철폐, 노동자 산업통제, 은행 •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를 내걸고 투쟁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자본을 전제로 하여 노동조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 게다가 비조합원의 희생 위에서라도 조합원의 고용보장, 임금, 근로조건 보장이 된다면 최선을 다 한 것이라는 노동조합에 내재된 보수성으로 인해 노동조합이 투쟁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경제위기 하의 노동자투쟁이 구조조정에 맞선 전면투쟁으로 업종, 지역을 불문하고 거대하게 터져 올라올 때, 노동자 내부의 분열을 넘어 정규직-비정규직의 단일한 투쟁으로, 단일한 투쟁체로 자본과의 전쟁을 시작할 때, 그 때 공장을 장악하고 사회에 대한 통제로 나아갈 때 공장위원회운동과 전 산업에서의 산업통제위원회 구성(예컨대 자동차산업에서 정규직-사내하청-부품사 노동자를 아우르는 전체 자동차산업 노동자통제위원회의 구성)은 가능할 것이다. 사업장에서 자본을 통제하는 공장위원회에 기초하지 않고선 전산업에서의 산업통제위원회는 말장난일 것이다. 경제위기로 단위사업장 차원의 생존권 사수가 어려워진 상황, 대부분의 사업장이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을 전개해야 할 상황은 관료화된 산별노조와의 내부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제 그 투쟁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14.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등 공안기관 해체!
격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자본가 정부의 공격과 탄압이 전방위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회적 ․ 민주적 권리들과 성과물들에 대한 공격이 또한 집요하게 펼쳐지고 있다. 촛불투사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사노련, 실천연대 등 운동진영에 대한 공안탄압은 이후 대대적인 노동탄압의 단지 예고편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고통 떠넘기기 공격으로 터져 나올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의 싹을 자르고, 미리 손발을 묶어놓기 위한 공안정국 조성을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다. 이러한 공안정국 조성에 공안기관(국정원, 경찰청 보안수사대, 검찰 공안부 등)이 적극 나서면서 탄압의 칼날을 벼리고 있다. 또한 18대 국회에 ‘제2의 국가보안법’ (국정원법, 통신비밀보호법, 테러방지법,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비밀보호법 등)을 들이밀며 탄압의 그물망을 촘촘히 짜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전담 공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이것이 완료되면 이제 거침없는 경제 살리기/ 노동자 죽이기 전면 공격이 착수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 정치조직 등 운동진영에 대한 탄압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노동자 죽이기 공격에 맞선 투쟁과 공안탄압에 맞선 투쟁은 별개의 투쟁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등 공안기관 해체!”를 위해 노동자가 앞장서서 투쟁하자.
15. 자본가 정당과의 단절! 진정한 노동자당 건설!
위 요구 중 그 어느 것도 노동자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형태로 쟁취할 수 없다. 그래서 정치권력 쟁취를 위해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적인 노동자 정당이 필요하다. 또한 경제위기에 맞서, 그리고 이명박과 자본가들의 고통 떠넘기기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당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열망을 업고 만들어진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이해와 정치적 독립을 반이명박 전선/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자본가 정당에 팔아넘기며 계급협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배신에 맞서 노동자들은 “계급 대 계급으로 싸울 노동자 단결투쟁전선”이 필요하며, 대중행동강령의 깃발 아래 이러한 노동자 공동투쟁전선을 이끌고 갈 진정한 노동자당이 필요하다. 새로운 진짜 노동자당, 노동자계급의 혁명정당만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으며, 위 요구들을 위한 투쟁을 단 하나의 올바른 목표, 노동자계급의 정치권력 장악을 위한 투쟁으로 이끌 수 있다. 조직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서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철회시키고,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짜 노동자당 건설 투쟁에 나서자.
16. 경제파탄 주범 이명박 정부 퇴진! 노동자 민중 정부 수립!
위 요구들은 대공황과 다가오는 파국 속에서 노동자 민중들이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쟁취해야 할 요구이다. 그러나 경제파탄 주범 이명박 정부는 이 요구들을 받아서 실시하기는커녕 대공황의 모든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적반하장 공세를 취하고 있다. 강부자 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부 이명박 정부가 격화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자본가계급의 정부임을 더욱 더 노골화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명박에 반대하는 투쟁과 분리될 수 없다. 이제 지난 5-7월의 촛불투쟁과 같은 이명박 반대투쟁과 조직노동자들의 경제위기에 맞선 투쟁이 결합되어야 할 상황이며,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결합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 노동자 총단결투쟁 전선 아래 미조직노동자와 조직노동자가 단일한 투쟁으로 합류하여 이명박정부를 퇴진시키고 노동자 민중의 정부를 세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를 퇴진시키는 것이 민주당 정부나 민주대연합 정부 등 또 다른 자본가 정부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기관들, 노동자 정당방위대, 공장위원회, 투쟁하는 노동조합, 파업위원회, 지역평의회 등에 기반하고 여기에 책임지는 혁명적 노동자 정부만이 노동자 민중의 생존의 위기를 해결하고 경제위기 주범들을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