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자본주의를 강타하다!
이명박 정부는 결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투쟁의 권리를 짓밟기 위해 시위 강경진압 방침을 내놓는가 하면, 벌써부터 공기업 민영화를 일정에 올릴 태세다. 그들의 경제 살리기란 곧 노동자 죽이기라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우려와 불안을 느낀다. 대선결과를 접한 독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될까요?” “아무래도 여러모로 힘들어지겠죠?” 더욱더 힘든 시절이 다가올 것이라는 점 때문에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위축될 필요는 없다. 두려움을 느껴야 할 당사자는 우리가 아니라 오히려 이명박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의 압박 속에서 차츰 몰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단언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국자본주의는 수출주도경제다. 국내총생산의 70%를 해외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자본가정부의 정책은 세계경제, 특히 한국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해외시장 상황에 결정적으로 좌우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세계경제의 호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연초부터 신문지면을 메우고 있는 기사들은 이명박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그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파장
지난해 미국 굴지의 금융기관인 뉴센트리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내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시작됐다. 이 사업에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들었던 자본가들은 급증하는 연체율에 줄줄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미 50여개 이상의 투자기관들이 무너졌다. 신용체계는 마비되고, 증시는 급락했다.
이 사태가 보여주는 핵심은 미국 내 빈부격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빚을 갚지 못한다. 집까지 압류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업률도 전에 없이 급상승 중이다. 소비시장은 바짝 얼어붙었다. 이것이 전반적으로 미국자본주의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 사태는 여러 방식으로 한국자본주의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미국경제가 위축되면 대미수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한국자본가들의 이윤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최근 사태로 현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금융기관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근래 한국에서 철수하는 외국투자자들은 거의 ‘대탈출’ 수준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국내회사들이 자본금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셋째, 국제적으로 신용체계가 경색되면서, 한국자본가들과 정부가 외국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면초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중국도 그 여파를 받고 있다. 한국 못지않게 대외무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무역의존도는 2001년 38%에서 2005년 64%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아시아 수출품의 최종 소비처 중 60%가 미국인데,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미국시장에 물건을 쏟아 붓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침체는 그 나라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미국 내 사태에 직접적인 관련도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최대은행인 ‘중국은행’은 이번 사태로 증권의 30% 가량을 손실로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세계화’ 덕분에, 미국의 위기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국제적으로 연결된 모든 나라에 파괴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엎친 데 덮친 격
문제는 또 있다. 최근 중국은 과도한 수출전략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과열을 식히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그러면 중국의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린다. 자본동원력이 부족한 회사들은 무너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이미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중국시장이 침체되면 한국자본가들도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은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국가가 되었다.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더욱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건수 중 절반인 15,000여 기업이 중국을 내수 및 수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제 중국시장이 쪼그라든다는 것은 한국자본가들의 이윤주머니가 쪼그라든다는 것과 동의어가 되었다.
기회는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명박 체제는 이러한 객관적 상황의 포로에 불과하다. 포로에 불과한 자들이 구원자 행세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자기를 지지했던 대중의 등에 칼을 꽂은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경제 대통령’ 구호를 믿고 표를 던진 대중의 등에 칼을 꽂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일들이 뒤따를 것인가?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믿음으로 이명박에게 표를 던졌던 대중의 환멸이 뒤따를 것이다. ‘개혁가 노무현’에 대한 환멸에 ‘경제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환멸이 겹치면서 지배계급 전체에 대한 분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위축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당장에는 노동자계급 다수가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거리를 둔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단결투쟁이 대안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다수가 단결투쟁의 편으로 서서히 다가올 것이다. 객관적 현실이 그렇게 밀어붙일 것이다.
물론 자동으로 그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분명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대중은 단결투쟁에 나서는 대신 절망에 빠져들 수 있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고 느끼면서 무관심, 정치혐오, 극우세력 추종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다가올 기회를 확고하게 붙잡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부터 힘을 모아간다면 상황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본격적인 대결은 이제부터다! 그러므로 동지들, 침착하게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의 투쟁대열을 준비해나가자!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