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자본주의의 야만이 옷을 벗고 전면화 되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자 사상 최대의 주식시장 폭락이 이어졌다. 한국 금융시장은 미국의 주식시장 폭락에다 환율폭등 폭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 부르주아 언론들조차 ‘공황’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 공황이다! 자본주의의 야만성이 극에 달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때!
경제위기를 활용해 돈벼락을 맞는 자본가들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안을 발표하면 주식시장이 잠깐 반등하다가도 다음날이면 폭락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잠깐 반등하는 현상은 미국 정부의 조치를 투자자들이 신뢰해서가 아니다. 순진한 소액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의 조치를 믿고 투자를 하면 잠시 반등할 것을 미리 계산한 투기자본 큰 손들이, 마지막 시세차익을 노리며 잠시 돈을 투입했다가 다시 돈을 빼는 투기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황은 시작되었다.
달러화 폭락으로 다른 나라 통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는데, 원화는 달러화와 동반하락하고 있고, 환율폭등을 잡는다고 한국의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무더기로 팔아치우는 상황 - 투기자본은 이 상황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외환시장을 자신들의 '환투기' 놀이터로 만들었다. 최근의 환율폭등에는 환투기 세력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다가도 어떤어떤 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전면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 다시 반짝 반등한다. 노동자들이 더 많이 해고되고 임금이 삭감될수록 열광하고 환호하는 곳! 거기가 바로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 외환시장의 변동에 따라 자본가들은 투기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반면, 곳곳에서 짤리고 벼랑 끝에 몰리는 노동자들의 곡소리가 늘어난다. 주식시장 · 외환시장이 본질적으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자본가들의 투기시장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공황의 대가를 맨 먼저 강요받는 밑바닥 노동자들
이미 한국의 중소기업이 줄도산 사태를 맞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삼성전자 · 현대자동차 같은 거대기업은 이미 초국적 자본, 투기자본화 하여 위기를 활용해 돈벼락을 맞는 반면, 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계열화한 하청 중소기업들은 주식 ·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맞는다. 여기에 최근 한국 금융자본이 환투기 상품인 KIKO를 중소기업에 강요하면서, 환율폭등으로 중소기업 부도사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부르주아들이 중소기업 부도사태를 얘기하면서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부도를 맞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길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얘기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쪽은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인 이주노동자들이다. 최근 이명박 세력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5년 이내에 국가가 이주노동자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 가능한 10% 이하로 감소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 줄도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해고되는 이주노동자들이 속출하여 불법체류의 신세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비열하게도 최저임금제를 손질하여 이주노동자들 최저임금에서 숙박비 · 식비를 제하겠다고 한다. 이 결과는 뻔하다. 이주노동자 부문부터 시작하여 최저임금에서 숙박비·식비를 제하는 대상은 한국 노동자로 확대시킬 것이다.
잃을 것이 없는 노동자들의 저항
올해 7월1일부터 주40시간제가 2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기본급삭감 · 연월차통폐합 · 잔업수당축소 · 토요무급휴가 · 생리휴가무급화 등으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명목임금조차 삭감되었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상승률은 역대 최소치인 6.1%로, 물가상승에도 못 미치는 실질임금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수많은 중소기업 줄도산으로 고용마저 위기에 처했다.
이제 더 잃을 것이 없는 이들 노동자들은 서서히 노동조합과 저항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놀랍게도 전국 곳곳에서 주40시간제에 따른 임금삭감에 분노한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조결성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영남권의 지역노조 한 간부는 “솔직히 노조결성을 원하는 ‘수요’에 ‘공급’이 못 따라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까지 말한다. 경제위기로 인해 새롭게 조성되는 정세를 오히려 조직된 노동자운동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영세기업 노동자들은 촛불투쟁 정국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잔업·특근을 하거나 투잡, 쓰리잡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촛불 한번 들기도 어려웠던 이들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대가를 가장 먼저 치르도록 강요받는 과정에서, 이들의 저항 또한 촛불처럼 확산되고 번질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 길게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이런 생각도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져버리면, 과연 전국의 병원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일어서기까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우리가 이기면 그들도 빨리 일어 설 텐데요. 마음에 갈등이 많습니다."
집단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조합원의 말이다. 일어서기가 매우 힘들어서 그렇지 밑바닥의 미조직 노동자들이 한번 나서게 되면, 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직접 대표하는 조합원들보다 더 넓은 노동계급의 이해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진출은 이런 방식으로 올라올 것이다. 문제는 올라올 이들의 운동과 호흡하고 함께 밀어올릴 기존 운동진영의 준비와 결단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