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파업 관철시키겠다는 이명박정부에 맞서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자!
지난 2월 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5대 국정지표, 21대 전략, 192개 국정과제를 밝혔다. 조선일보 사설에서조차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할 정도다. 국정과제는 핵심과제, 중점과제, 일반과제로 구분되어 있다. 핵심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은 한마디로 말하면 자본가들에게 선물보따리를 풀겠다는 것이다.
자본에겐 날개
국정지표의 핵심과제란 게 전부 다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감세방안,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출자총액제 폐지 및 지주회사 규제완화, 금산분리 완화와 산업은행 민영화, 전략적 규제개혁,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영어공교육 완성, 예산 10% 감축, 공공기관 경영혁신 등이 핵심과제에 속한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감세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법인세 인하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면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1,000대 기업은 충분한 이윤을 창출할 곳을 찾지 못해 360조에 달하는 돈을 사내유보금으로 금고에 썩히고 있다.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부가 자본가들에 의해서 한쪽에서 썩고 있으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자본주의 모순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세계경제는 위기에 처해 있다. 불투명한 세계경제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할 경우, 기업은 투자를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 고통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법인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금은 5년간 8조 4,540억 원에 이른다. 결국 간접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세금 부족을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다시 노동자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서 재벌의 사회적 영향력을 더욱 키워주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경영혁신은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뜻한다. 이명박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서 기업 가치를 높인 후에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산업은행, 남동발전 등 6개 자회사, 가스공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다시 몰아치고 있다. 공공부문을 필두로 한 구조조정 가속화는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정부정책에 따라 대기업을 비롯한 사기업에서도 판을 칠 것이다. 300만개 일자리 창출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고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싸워야 할 판이다.
노동자에겐 철퇴
이명박에게 노동자는 죽도록 일하는 존재일 뿐이다.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한 이명박은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말해달라는 노동자에게 “일자리가 있으면 서민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해고 안 되고 일할 수 있으면 그냥 잠자코 일이나 하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모든 공장이 24시간 맞교대로 일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 노동자는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노동(년간 2500시간 이상)을 한다.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것은 일하다 산재로, 과로사로 죽어나자빠지라는 소리다. 자본가들을 만난 자리에선 “법을 어떻게 바꾸더라도 수지가 안 맞으면 비정규직을 쓰는 거다”고 했다. 선거에서 비정규직을 위할 것처럼 떠들더니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사기로 드러나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저항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한 탄압이 예상된다. 강성노조와 불법파업을 없애겠다고 공언해온 이명박은 온건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과의 만남마저도 취소했다. 취소 사유는 경찰출두를 하지 않아서다. 경찰은 집회·시위에서 폴리스라인을 넘을 경우 모든 사람을 체포할 것이며, 전자총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1일에는 파업전야제를 앞둔 도시철도 노동자들에게 새로 시행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에 따라 필수업무유지 범위(기관사의 경우 출근시간 100%, 그 외 시간 80%, 일요일 50%)를 때림으로써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려는 노동자에게 사실상 ‘파업금지 통보’를 했다.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소리다. 심지어는 고용보험기금마저 지역별로 무파업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할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실업자들의 생계비를 무파업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은 ‘파업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투쟁전열을 가다듬자!
이명박이 당선되자마자 민주노총은 중집을 투쟁본부체계로 전환하여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 직격탄을 맞을 공공운수연맹도 대의원대회를 통해서 투쟁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첫째, 정부나 자본은 각개격파를 통해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싸우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넘어서는 것은 우리가 먼저 공세적으로 투쟁을 치고 나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별 단사에 가해지는 공격을 전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대처하고 싸워나가야 한다. 둘째, 정부의 강공에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만 피해 가면 된다는 단사주의 경향이나, 적당히 타협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서는 정부나 자본의 공세에 맞설 수 없다. 일부 개량주의 지도부나 협조주의자들이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이에 맞선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
노조와 파업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에 맞서 더 대담하게 투쟁을 밀고가자.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자!
박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