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악시도!
진압당할 것인가 아니면 대대적 반격을 준비할 것인가?
3개월 후면 그동안 유보되었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치가 도입된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이 조치들이 최대한 자본가들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들러리삼아 사장들과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도구인 노사정위원회는 ‘과반수 교섭대표제’를 제기했다. 사업장 내 선거를 통해 다수 득표를 한 노조에게만 교섭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를 민주노조들을 고사시키는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해서도, 사장들은 이를 원칙적으로 철저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 박시성 원장은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야 한다”,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연구원 원장이 이런 공격성을 드러내는 마당에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핵심 정부기구들의 수장들은 어느 정도 반노동자적 생각과 공격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노조 말살을 위한 공격
이와 같은 공격은 단지 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향한 직접적인 공격과 나란히 전개되고 있다. 가령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공무원 노조들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결정에 대해, ‘현행법 위반’을 운운하며 대대적인 공격을 예고했다. 발전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맞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자본가들은 조합원들을 출장 보내고 조퇴시키는 등의 야비한 방법으로 투표를 방해하고 나섰다.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와의 교섭을 규칙적으로 진행한다는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집요하게 노조 무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자본가들과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라고 부른다. 쌍용차 공장점거파업이 끝난 후에도 이명박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태를 일회성 사건으로 넘기지 말고 노사문화 선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쌍용차 법정관리인 박영태는 “말로만 해왔던 노사관계 선진화를 몸으로 보여주겠다”면서, 쌍용차지부의 민주노총 탈퇴, 단협 무력화, 5년간 무분규선언 등을 착착 추진하고 있다.
지옥으로 변해가는 현장
쌍용차 현장의 모습은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때 노동자들이 직면하게 될 지옥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공장점거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은 현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노조 사무실은 구사대 폭력에 처참하게 부서진 채 폐쇄됐다. 자본가들에게 고용돼 폭력을 행사하던 용역깡패들은 경비 모자를 쓰고 여전히 출입구를 장악하고 있으며, 근로감독관의 출입마저 봉쇄하고 있다.
시간당 17대 생산에서 22대 생산으로, 노동강도는 비할 바 없이 거세졌다. 잠깐이라도 자리에서 벗어나는 노동자는 즉각 용역들에 의해 ‘채증’된다. 이제 현장의 노동자들은 찍힐까봐 관리자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과반수 교섭대표제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비정규직법 개악 등을 무기 삼아 노동자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마비시키는 것, 한층 더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면서 노동자들을 무장 해제당한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결정적 대결
핵심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위협받고 있는 자본가들의 돈주머니를 지켜주기 위해 착취를 더욱더 강화하고, 이에 저항할 수 있는 노동자 투쟁기구들을 분쇄하거나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자본가들과 정부는 노동자계급을 향해 “분쇄당할 것인가 포섭당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반드시 하나의 질문을 덧붙여야 한다. “아니면 혁명적 투쟁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런 상황은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가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음을 뜻한다. 자본가계급이 살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죽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살기 위해서는 자본가계급의 이윤논리를 거부하고 모든 공세를 박살내야 한다. 둘 중 어딘가를 결정하는 투쟁의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다.
이 결정적 투쟁의 중요성 때문에, 자본가들도 섣불리 전면전을 감행하기보다는, 앞에서 거론한 것과 같은 크고 작은 도발을 자행한다. 노동자들의 준비태세와 투쟁의지를 탐색하면서 결정적 공격의 시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지금 시기에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호한 행동 속에서 한층 더 투쟁의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때 자본가들과 정부는 무엇을 바랄 것인가? 당연하게도, 노동자들 내에서 균열과 동요가 일어나는 것이다. 노동자투쟁의 준비태세를 흐트러뜨리고 투쟁의지를 약화시키는 목소리, “강경투쟁 일변도로 가는 것은 문제다”,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다” 따위의 발언들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노동운동의 지도부라고 일컬어지는 자들이 겁에 질린 채 그런 역할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바로 그런 목소리가 노동운동의 지도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패배주의를 제압하지 않으면 이후 노동자투쟁은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자본가들이 더욱 확고한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들
(1) 우리가 양보하면 자본가들도 신사적으로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저들이 원하는 ‘노사관계의 안정’이란 곧 노동조합의 파괴를 말한다.
(2) 자본가들은 그들 체제의 운명을 걸고 똘똘 뭉쳐 계급투쟁을 벌이고 있다.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상, 한 사업장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전국적인 노동자계급 단결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3) 이를 위해서는 더욱더 ‘강경’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단지 양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자본가체제에 근본적으로 책임을 묻는 요구들(재벌 대기업의 몰수 국유화와 노동자에 의한 산업통제 등)을 전면에 내걸어야 하며, 이를 중심으로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투쟁,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전개해야 지금의 세력균형을 바꿔낼 수 있다.
(4) 이런 투쟁을 위해서는 운동을 말아먹을 뿐인 기존의 관료적 노동운동 지도부를 뛰어넘어야 한다. 안 된다고 말하지 말자. 쌍용차 투쟁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연대행동 조직화가 지체되고 있는 동안에도, 현대차 울산공장의 현장 활동가들은 기존의 소속과 체계에 연연하지 않고 작지만 의미 있는 아래로부터의 행동을 조직했다.
(5) 이러한 행동이 끈기 있게 시도되려면 사회주의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전망 즉 혁명적 강령과, 이 강령을 바탕으로 노동자투쟁에 적극적으로 합류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자당 건설을 향한 투쟁에 함께 나서자!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