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총파업 -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끈기 있게 현장을 조직하며 달려가는 것
이명박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딴청을 피우면서 중립적인 척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노골적으로 공권력을 동원해 공장을 틀어막고 점거파업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방문하는데도 저들은 ‘외부세력 개입’ 운운하며 봉쇄하고 있다. 이것이 ‘중립’인가?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서는 여야 자본가 정당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라도 있는 듯 설쳐대고 있다. 비정규직법을 유예하든 통과시키든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도처에서 파리 목숨처럼 잘려나가고 있었다. 이것을 못 본 척 하고, 이런 사태를 만들어온 당사자들인 자본가 정당들에게 “당신들은 쇼를 하고 있다”고 말해주어야 마땅하다. 쇼가 상영되는 이 순간에도 공공부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이 해고는 결코 쇼가 아니다! 잘려나가는 노동자들에게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총체적인 공격
저들의 공격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국선언을 한다는 이유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탄압하고,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경의선 조기개통에 항의하던 철도노동자 122명을 강제 연행했다. 지난해 시위에 나섰던 ‘촛불유모차 부대’ 40여명이 또 다시 소환되고, 대학생들도 끌려가고 있다. 이명박의 독사 같은 혓바닥에서는 ‘실용’과 ‘중도’가 튀어나오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곤봉은 지금도 정신없이 노동자들의 머리를 내리치고 있다.
노동자 단결투쟁의 조직적 무기인 노동조합들은 이제 결정적인 갈림길로 내몰렸다. 현 상태를 개선하기는커녕, 유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채 만신창이가 되어갈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를 죽여 생존을 도모하려는 자본가체제에 맞서 결사항전의 각오로 공세적인 투쟁에 나설 것인가!
이 갈림길 앞에서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는 가장 단호한 자세로 노동자를 밀어붙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노동자들이 저들을 능가하는 결의로 단호하고 대담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방향은 정해졌다
노동조합 지도부들도 지금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느끼고 있다. 지난 4일 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국회에 상정하거나 쌍용차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분명하게,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총파업이라는 노동자의 강력한 무기를 동원하지 않은 채 이명박 정부와 자본가들의 공격에 더 이상 맞설 수 없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쌍용차 공장에 공권력 투입이 안 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미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공장에 고립시킨 채 고사시키려 마음먹고 행동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자본가들과 정부를 위해 시간을 벌어줘야 한단 말인가? 또한 비정규직법 개악안이 상정되지 않더라도, 비정규직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노동자는 끔찍하게 고통스럽다. 이미 기존 비정규직법 하에서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의 한 번 못해본 채 가차 없이 잘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자본가 정당들의 정치 쇼를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만약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만약 개악안을 상정한다면” 등의 “만약”이라는 쓸데없는 조건을 떼버려야 한다. 그런 조건에 연연하면 현장에서 총파업 준비를 긴장감 있게 해나갈 수 없다. 그런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본가 정당들은 항상 “만약”을 관철하고 말았지 않은가? 그 시기에 이미 ‘엎질러진 물’을 되담는 것은 몇 배 이상 어렵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제 “만약”이란 엄포는 더 이상 적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우리 노동자에게도 전투의 긴장감을 높여내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의 현실로부터 절박하게 제기되는 요구들, 가령 모든 종류의 해고 금지, 비정규직 철폐, 쌍용차 몰수 국유화와 정리해고 철회, 노동자 다 죽이는 구조조정 분쇄를 내걸고 즉각 실질적인 연대총파업을 준비해나가는 것, 바로 이것이 나아갈 길이다. 정부와 국회일정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의 투쟁일정을 주체적으로 세우고 현실화해나가야 그들을 벌벌 떨게 하고, “만약”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연대총파업은 단지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자본가들의 전 방위적인 노동자 죽이기 공격에 맞서 우리 노동자 모두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다. 또한 쌍용차 노조파괴부터 시작해 노동자운동 전체를 죽이려는 자본가들과 정부의 공격에 맞서 노동자운동 전체를 지켜내는 가장 명쾌한 방안이다.
연대총파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연대총파업 조직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과연 그게 되겠냐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특히 현대차 지도부가 내려앉은 상황이어서 연대총파업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돌았다. 그렇다. 만약 진짜 연대총파업이 위로부터 내려지는 ‘명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비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부대에서 ‘명령’을 내릴 사령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싸우지 않는다면 전체 부대가 깨진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전투를 지휘할 참모부는 건설할 수 있다. 쟁대위, 비대위, 대대 등 갖가지 형식으로 전투를 조직해나갈 수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현장에서는 배신적인 지도부 사퇴에 굴하지 않고 아래로부터 연대의 물결을 만들어나간 현장투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기울여졌다. 그 결과 울산공장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와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는 연대총파업 2,252인 선언이 이루어졌다. 전주공장에서도 3,000여명이 연대투쟁 서명을 했으며, 1,088만원의 투쟁기금을 모아 쌍용차 동지들에게 전달했다.
설혹 상층 집행부가 머뭇거리더라도, 아래로부터 기층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행동과 의지를 조직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진짜 민주노조가 아니던가?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운동 상층 지도자들이 배신하고 동요하더라도, 활동가들과 전투적 조합원들이 이 비상한 시기에 노동운동의 운명을 “우리가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영웅적 결단으로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주공장에서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아래로부터 개시한 작은 행동을 더욱더 크게 확대해나가자. 우리 모두가 이런 의지로 주먹을 움켜쥐기 시작했다는 점을 서로 확인하는 순간, 연대총파업의 불길은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조로 조직된 모든 노동자들이 자본가들과 정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파제가 될 것이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결단인 것이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