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8시간 일하고 싶다
소박하지만 100년의 노가다 인생을 바꾸는 투쟁에 나서다
덤프트럭과 굴삭기를 운전하는 울산지역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조직했다. 관과 민 할 것 없이 공문을 발송해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준수하고 아침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8출5퇴’)하는 8시간 노동제를 지킬 것을 요구한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돈 몇 푼 올리는 투쟁이 아니다. 100년의 노가다 인생을 바꾸는 투쟁이다”라고 얘기한 건설기계 노동자의 말처럼, 일제 시대부터 고착화되었던 하루 10시간, 12시간 노동을 거부한 울산지역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침 8시 출근해서 자녀들과 아침 먹는 아버지, 5시 퇴근해서 취미 생활하는 노동자가 되자!” 정말 소박한 요구조차 보장되지 않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이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운반비 총액 중 유류비가 30% 정도여야 최소한 생계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그 두 배를 훌쩍 넘는 67%에 달하니 어떻게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조합원의 37%가 신용불량자로 살아가도록 내몰렸다.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시작했다.
임대료 삭감 없는 8시간 노동제를 쟁취를 위한 파업투쟁!
2월 19일 500여명의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울산시청 남문 앞 집회를 통해 8시간 노동제 쟁취투쟁을 결의하고 3월부터 아침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투쟁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8시간 노동제가 대세라는 흐름을 만드는데 성공하며 일부에서는 임대료 삭감 없는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시작했다. 이런 투쟁의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4월 12일 총파업에 돌입, 80여개 현장에서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는데 성공했다.
한 조합원은 “아파도 일 끝나고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이제는 병원에 갈 수 있다”면서 “8시간 노동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국책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우정동 혁신도시 사업주관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 KCC 건설은 건설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한 채 여전히 9시간, 10시간 노동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5월 7일부터 울산건설기계지부 김낙욱 지부장은 우정동 혁신도시 공사현장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울산 건설기계지부 총파업투쟁 승리! 건설노동자 결의!
울산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싣기 위해 건설노조는 지난 5월 12일 전국의 확대간부들이 울산으로 집결해 ‘울산 건설기계지부 총파업투쟁 승리! 건설노동자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건설노조 김금철 위원장은 “울산지부의 모범적인 투쟁을 통해 건설현장 분위기가 달라져 미조직 노동자들도 8시간 노동제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건설기계지부 김낙욱 지부장은 “지역의 작은 건설업체들은 8시간 요구사항을 들어줬는데 또 파업이냐며 아우성이다. 그 이유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8시간 노동을 이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단식 6일차에도 불구하고 힘찬 목소리로 투쟁 결의를 다졌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꿈틀거림이 느껴져서일까? 이날까지 일체의 교섭에 불응하며 꿈쩍도 하지 않던 저들이 교섭장으로 나왔다. 애초 각 지구별 하청업체 소장들이 나설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의외로 토지주택공사의 사업단장이 직접 소장들을 대동하고 교섭에 응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건설노동자들이 원하는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향후 교섭과 대화를 통해 풀어보자는 ‘말’ 뿐이었지만 적어도 그들이 교섭장에 나온 것은 건설노동자들의 힘 때문임에 분명하다. 일단 농성과 단식을 접고 향후 교섭과 선전·홍보에 주력할 계획이지만, 6월에 재파업을 통한 투쟁이 아니고서는 토지주택공사와 KCC 건설을 무릎 꿇릴 수 없다는 사실을 건설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잠시 호흡 조절일 뿐이다!
현중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