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 나서야 한다!
21대 광주지회 집행부는 ‘외주화는 절대 없다’고 그 동안 공언해왔다. 그러나 외주화까지 합의됐다. 엔진서브와 도어모듈 대부분이 외주화된 데다, 새로 모듈된 부품의 외주모듈까지 인정해준 까닭에 다수의 이른바 잉여인력이 발생했다. 이 잉여인력을 핑계로 지회 집행부는 최근 42UPH로 UPH UP[시간당 생산대수 증가]을 합의해주고 말았다.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유치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백 번 양보해서 인력이 남아돌아 재배치가 거론되고 있다면, UPH를 높이는 것 이전에 인력운영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했다. 이런 합의도 없이 일단 UPH UP부터 시작하는 것은 누가 봐도 노동강도 강화가 목적이란 게 분명했다. 점입가경이라고 외주화와 UPH UP에도 만족하지 않고 기아차자본은 편성율(실작업시간)을 높이려 하고 있다.
현장투쟁이 터져 나오다!
재협의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왔고 현장조직들의 연합체인 현장공투단이 조직돼 재협의 촉구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력운영방안에 대해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회사 측 인원제시안을 갖고 라인을 돌리는 것에 집행부와 2공장 대의원 다수가 합의해줬다. 현장공투단 대의원들이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쇠사슬투쟁이 전개됐다. 현장공투단에서는 인원합의 없이 42UPH로 라인을 돌리는 것은 단협 위반이라며 라인을 잡았다. 이 투쟁에 40여명의 현장공투단 회원들이 집중했다. 그러나 공투단 지도부는 이 투쟁을 끝까지 책임질 결의가 부족했다. 공투단 지도부는 집행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42UPH로 돌리되 생산량이 50%를 넘지 않게 할 것이라는 합의로 쇠사슬투쟁을 접어버렸다.
50%를 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일단 사측 계획대로 42UPH로 돌리는 것을 현장공투단이 인정해버린 것이다. 쇠사슬투쟁에 결합했던 공투단 회원 중 지도부의 결정에 불만을 갖고 있는 동지들이 있었지만, 새로운 지도부를 구축해 투쟁을 이어갈 힘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결국 쇠사슬투쟁은 용두사미가 됐다.
계속되는 자본의 공세
공투단 3인의 의장들과 적극가담자 3인에게 고소고발이 취해졌고, 쇠사슬투쟁에 참여한 나머지 활동가들에게도 고소고발의 위협이 가해졌다. 가동률이 50%를 넘지 않게 하겠다는 집행부와 공투단의 합의도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고 집행부와 2공장 대의원 만장일치로 100%로 라인을 돌리는 것에 합의했다.
집행부와 대의원들은 라인을 100% 돌리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 회사에 인원을 요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단 라인이 돌아가면 현장노동자들의 고통이 아무리 극심해도 회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 뻔하다.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42UPH로는 절대로 돌릴 수 없다며 쇠사슬투쟁에 나섰던 공투단 대의원들도 이 점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회사의 고소고발 위협에 굴복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미래는?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제 믿을 수 있는 대변자들을 잃었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이 난국을 헤쳐갈 수밖에 없다. 1·2공장 현장노동자들의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2공장 모두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따로 감으로써 힘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장의 선진 활동가들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가진 힘을 다 동원해 현장노동자들의 충실한 대변자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노동자들 자신의 주체적 힘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공투단이 쇠사슬투쟁에 돌입했을 때 현장노동자들은 그 투쟁을 마음으로 지지했지만 행동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단 한 명의 현장노동자도 행동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현장공투단이 그렇게 쉽게 꺾인 것인 공투단의 결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현장노동자의 힘을 결집시키지 못한 것이 더 근본적이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UPH UP이 합의됐지만 2개월 동안 인원합의는 이루어지 않았다. 이는 기아차자본이나 집행부와 집행부에 협조적인 대의원들이 현장노동자들 속에 잠재돼 있는 불만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고통과 불만을 마음속으로 삭이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적극적인 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근거부든 잔업거부든 현장노동자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아차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