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주의와 기회주의 세력의 정치적 투기로 얼룩지고 있는 6.2 지방선거
- 참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희망은 무엇인가?
6.2 지방선거가 지난 14일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입후보자 평균재산이 전체 국민평균 대비 3배, 병역면제 비율은 6배에 달한다고 한다. 실로 지방선거가 오직 출세욕에 사로잡힌 소수 부자와 특권층의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런데 노동자민중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른바 진보정당 세력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무엇인가?
거꾸로 가는 진보정당 운동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열망으로 탄생한 민노당은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공공연히 자본가정당과 손을 잡았다. 반MB 투쟁전선 구축이라는 미명하에 야당과 시민단체와의 선거연합을 추진하는 소위 4+5 구상을 마침내 현실화시킨 것이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정권시절 총리를 지낸 한명숙을 서울시장 후보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했다. 재임시절 불법폭력시위 엄단을 외치고 국민연금 개악과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인 작자들을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이제 민노당은 도저히 노동자당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타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제발 당명에서 아예 ‘노동’이라는 글자는 빼고 차라리 민주당으로 개명하시오!
진보신당의 행태 역시 민노당과 오십보백보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반대한다며 4+5 회의에서 탈퇴했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가령 부산시장선거에서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단일화에 합의했고 경기도지사선거에서도 심상정은 선거 당일 전까지 유시민과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지금도 정치플레이에 여념이 없다.
진보대연합은 대안일까?
일각에서는 민노당의 민주대연합 노선에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진보대연합 노선을 제출하고 있다. 가령 최근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진보연구교수모임, 다함께, 사회진보연대, 전진 등이다. 일정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큰 틀에서는 진보대연합 기치 아래 진보정당과 기타 좌파 정치세력을 망라한 지방선거 공동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사노준)도 이런 시도에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정치적 수사를 덧붙이고 있지만 사실상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조직이 개량주의 당과 선거에서 공동전선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의 선거강령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진보대연합 추진세력들은 현재 진보정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공동의 선거강령(무상급식, 4대강 반대 등에 제한된 강령)이 철저히 개량주의 강령이라는 점에 대해 모른 척 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만일 이런 정도의 개량주의 강령이라면 그 이름이 진보대연합이든 민주대연합이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혹자는 진보대연합이 합의되면 나중에 선거강령은 논의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시간적인 우선 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에서 개량주의 정당과 공동전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조직의 선거강령을 먼저 전면에 제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선거강령은 당면의 노동자투쟁의 핵심 요구들을 전면적으로 담아야만 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대담한 요구를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주의, 의회주의의 덫으로부터 벗어나 노동자투쟁의 기폭제가 될 수 있고, 그 결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든 개량주의 정당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폭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없다면 그 실체가 모호한 반신자유주의 공동전선에 머물거나 최악의 경우 충남 사노준처럼 개량주의 정당이 주도하는 진보진영연석회의에 참가해서 그들의 들러리를 서다가 철수하는 비극적인 해프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대안
참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열어젖히기 위해 선진노동자들은 민주대연합만이 아니라 진보대연합 따위의 수줍은 개량주의 노선도 확실히 넘어서야 한다. 또 자본가정당과의 단절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혁명적 강령으로 무장해야 한다.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의 길, 바로 여기에 참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희망이 놓여있다.
오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