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철저히 자본의 노예만을 길러내라고?” - 그건 말이 안 되지
전교조 명단공개 문제가 극우보수 세력을 결집하려던 의도와 달리 오히려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지난 4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 6만여 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논란에 불을 붙였다. 4월 15일 서울남부지법이 전교조의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는데도 이를 무시한 조치였다.
4월 27일 서울남부지법은 “명단 공개를 중지하지 않으면 하루 3천만원씩 전교조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로부터 1주일을 버티던 조 의원은 결국 5월 4일 자정에 손을 들었다.
참담하게 무산된 ‘조전혁 돕기 콘서트’
1억 5천만 원을 전교조에 줘야 할 처지가 된 조전혁 의원. 극우보수 인사 10여 명은 ‘조전혁 대책위’를 만들고, 5월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올바른 교육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한민국 교육 살리기, 희망나눔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조 의원의 전교조 명단공개를 정당화하고, 분위기가 뜨면 모금도 시도해 볼 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날 ‘조전혁 돕기 콘서트’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애프터스쿨, 남궁옥분 등 출연 예정이던 연예인들이 인터넷 상에서 강하게 항의를 받자 “그런 행사인지 몰랐다”면서 모두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나경원·전여옥·정두언 의원 등은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교조 마녀사냥, 생각처럼 쉽지 않네.”
조전혁 의원을 비롯한 극우보수 세력은 명단공개를 통해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시도했다. 그들은 전교조를 “시국선언이나 하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문제집단”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학부모의 알 권리가 (교사 개인의 인권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학부모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도록 부추겼다.
명단공개 찬성 여론이 올라가면서 극우보수의 시도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조전혁 돕기 콘서트’를 둘러싼 인터넷 여론전은 연예인들의 불참을 끌어냄으로써 극우보수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여 버렸다.
우리 아이들을 더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려는 극우보수들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통해 극우보수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극우보수 이데올로기를 확산함으로써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도모하려는 당장의 정치적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아이들을 “더 철저히 자본의 노예로 길러내는 교육”을 만들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기성세대는 세계 어느 곳보다 심하게 ‘생존경쟁’에 몰두하도록 강제당하고 있다. 원래 서로 피터지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자본가들만 그런 게 아니다. 자본의 위기가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전가됨으로써, 그래서 모든 노동자민중이 생존의 기본 조건을 박탈당할 위기 앞에 놓이게 됨으로써, 사회 전체가 미친 듯이 ‘생존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입시지옥에 가둬놓고 끝없는 경쟁을 강요한다. 물론 경쟁의 사다리를 타고 죽어라고 올라가 봐야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을 더 극심한 경쟁 속으로 내몰려는 것이 극우보수들의 목적이다. 그래야만 경쟁의 승자이든 패자이든 더 철저히 자본의 노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노동자가 전교조 탄압에 맞서 싸우자! 우리 아이들을 당당한 노동자로 길러내자!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은 여러 의미에서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다. 일차적으로 전교조 명단공개 압박 자체가 공무원노조 명단공개 요구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을 사실상 부정하는 행위다. 나아가 노동자의 아이들에게서 꿈을 꾸고 단결하고 투쟁할 능력을 앗아감으로써 더 비참하게 자본의 노예로 굴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극우보수 세력은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전교조를 방어하기 위해 함께 나서자. 또한 전교조 노동자들은 우리 아이들을 자본의 질서를 거부하는 당당한 노동자로 길러낼 수 있도록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투쟁하자!
양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