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 은폐된 진실과 지배계급이 노리는 것
천안함이 두 동강 난 채 바다 속으로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모든 정보가 엄격히 차단된 가운데, 함미와 함수가 인양되었지만 사고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도 모른 채 죽어간 젊은 병사들의 장례식에는 추모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는가?
유가족과 국민들은 젊은 장병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짓고 있다. 자본가체제가 노동자들을 착취와 야만의 늪으로 밀어 넣듯이, 자본가들의 국가는 노동자의 자식들 또한 자본가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며 군사적 대결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결국 지금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은,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 젊은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눈물,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의 눈물이다.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한 절망의 눈물이다. 유가족들은 분노의 대상도 찾지 못하고 눈물지어야 하는 무기력함에 다시 한 번 한탄해야 했다.
분노를 이용하려는 자들
모든 방송과 언론매체들은 한 달 간 천안함 관련 소식으로 채워졌다. 모든 국민이 이 사건을 두고 안타까워했고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애도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자본가정권은 국민들의 눈물과 분노를 이용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건 초기 북한의 개입 근거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여권은 이제 북한의 개입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조중동은 북한의 소행임을 기정사실화했다. 북풍을 조장해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군부 또한 군비 증강의 필요성을 더욱 목소리 높여 주장하고 나왔다. 군사 관료들의 수중에 국가지배의 막강한 권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주적’ 개념을 복구해야 한다며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려 혈안이 돼 있다. 이런 시기마다 한 번씩 등장하곤 했던 ‘간첩사건’ 역시 어김없이 다시 터져 나왔다.
강요된 침묵
한편 진상규명을 미루고 은폐를 더욱 조장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의 발언이 그것이다. 안상수 의원은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가장 큰 적은 근거 없는 억측과 날조된 유언비어 유포였다”고 말했다.
이로써 그는 더 이상 어떤 의혹도 제기하지 말고 체제에 순종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군 당국과 정부의 대처에 수많은 허점을 드러냈던 것은 유언비어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건의 은폐에 맞서 진상을 규명하고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알리고자 했던 무수한 노력들을 ‘분열과 갈등의 조장’이었다고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안상수와 같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본가권력의 시각에서는 의혹 제기가 갈등을 조장하는 큰 적으로 보였을 수 있지만, 영국의 자본가매체인 <파이낸셜타임즈>조차 “한국인들의 눈에 진짜 괴물은 정부”라며 일침을 놨다.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초기 항의하던 실종자 가족들에게 무장한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눈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진상규명을 넘어서
자본가체제는 오직 자신들의 지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그것도 취사선택해서 정보를 공개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현혹시킴으로써 체제 안정을 위한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본가들이 모든 정보기관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결국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밝히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실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관료적이고 기만적인 자본가들의 정보기관과 언론을 깨뜨릴 때에만, 우리는 더 이상 지배자들을 위한 희생양으로 농락당하지 않게 될 것이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