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뻥파업을 반복할 것인가?
1년에도 수십번의 천안함 사태를 겪는 노동자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천안함 장병들의 장례일정과 국민정서를 고려해, 숙의에 숙의를 거쳐 투쟁일정 일부를 변경한다.” 민주노총이 4월 28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유보하면서 낸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산별연맹들이 총파업을 조직해온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천안함 문제가 아니라, 총파업 투쟁동력 자체를 제대로 조직해오지 못했다는 것이 실제 유보의 이유라는 사실을.
왜 투쟁동력 조직화가 지체되는가?
대중의 절실한 생존권 요구가 아니라 전임자임금 등 개악 노동법에 초점을 맞춘 총파업 조직화가 현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금호타이어, 대림자동차, 한진중공업 등에 불어 닥친 정리해고 구조조정 광풍에 맞선 생존권 사수투쟁을 방치한 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심위) 참여와 상층 교섭에 치중한 ‘전임자 생존권’ 투쟁에 현장 노동자들이 어떤 용기와 각오를 보여줄 수 있겠는가! 재적대비 과반 찬성을 겨우 넘긴 금속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의 파업 유보는 4월 28일로 예정된 건설노조의 총파업투쟁, 장기화되고 있는 MBC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까지 했다.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투지까지 꺾어버린 총파업 유보라는 악조건 속에서, 28일 벌어진 건설노조 총파업과 상경투쟁 참여 규모와 기세도 예상보다 줄어들고 말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변경된 투쟁계획’ 또한 근심위 최종 결정시한(5월 15일)에 맞춘 5월 14일로 정해졌다. 근본적인 오류가 어디에 있는지를 자기 성찰하기보다,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 살리기 정치총파업을 향해
“건설노조는 천안함 희생자와 노동자 모두를 추모합니다. 그리고 하루 2명씩 현장에서 죽어나가는 건설노동자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606명(노동부 2009년 산재사망통계)의 건설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떨어져서, 자재에 맞아서, 타워가 넘어져서, 장비에 깔려서, 2만2천9백 볼트 활선 작업 중 감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건설현장 누군가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모든 것이 ‘원천봉쇄’된 상태에서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살리려면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죽음이라도 그 누군가에겐 슬픈 일이고, 그 무게도 다르지 않습니다.”
건설노조의 4.28 총파업 돌입 성명서 내용이다. 그렇다! 출발점은 바로 여기여야 한다. 1년에도 수십 번의 천안함 사태를 겪고 있는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대중의 가슴을 움직이는 절실한 생존권 요구로부터 출발해 자본가들의 이윤을 직접 공격하는 공세적 요구를 내건 노동자 살리기 정치총파업!
올바른 한 걸음을 내딛자!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현재의 흐름을 단박에 바꿀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이 예상보다 낮은 상경투쟁 참여율을 스스로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8시간 노동제 쟁취”라는 대중의 절실한 요구를 더욱 분명히 하면서 다시 투쟁의 전열을 정비하려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투쟁 조직화 과정을 냉철히 평가하며 올바른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 바로 노동자 살리기 정치총파업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