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동자들, 이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잘못하면 국가적 문제가 된다”고 다뤄진 바 있는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징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공부문 노조의 중심인 철도노조에서 2만5천 조합원의 반을 징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공사 경영진, 그리고 그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공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평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량징계는 최근 철도노조의 계속되는 투쟁의 원천인 현장의 힘을 파괴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대량징계는 과거에는 파업에 준하는 현장투쟁으로 정면대응해서 돌파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징계위 대응 정도의 수세적 대응에 머무는 틈을 파고들어, 공사는 구조조정과 탄압을 무자비하게 밀고 나가고 있다. 작년 임단협 때 공사 측이 개악안으로 제시했던 구조조정의 내용들을 노조가 받아들이든 말든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막가파식 형국이다.
반격의 기운
하지만 철도노동자들이 그냥 밀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사의 탄압과 구조조정에 맞서 철도 곳곳에서 현장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전기와 차량분야는 일방적 일근화에 맞서 천막농성 및 규정검수투쟁을 진행 중이다(일근화는 야간근무를 축소하는 것인데, 공사는 이를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다이아(근무형태) 개편에 따른 일방적 전환배치에 대응해 수도권 열차지부는 규정 지키기 투쟁을 진행했다. 경춘선 외주화 및 인력감축에 맞서 성북시설, 청량리시설, 서울건축지부도 총회와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전조차장역 산재·장애 노동자 부당인사 철회를 위한 대전역지부의 투쟁이 진행됐고, 과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조합원을 폭행한 부산정비단의 투쟁이 있었다. 그 외에도 서울, 대전, 순천 등 곳곳에서 선전전을 꾸준히 진행하며 3차 파업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제대로 싸우면 우리가 진짜 강하다
무자비한 징계와 현장탄압과 현장통제 앞에서도 이러한 크고 작은 현장투쟁들이 끊이지 않는 것, 그리고 민주노조 사수, 해고·징계 동지 구호를 위한 규약개정 조합원 총투표에서 나타난 높은 찬성률은 현장조합원들이 투쟁의 절박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철도노동자들에 대한 공사의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구조조정과 탄압을 중단시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바로 우리 철도노동자의 단결투쟁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조합원들은 “제대로 싸우면 우리가 진짜 강하다는 사실”을 결코 놓치지 않고 있다.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하지만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가 이길 수 있을 만큼 진짜 강한지”에 대해 회의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다. 이것이 사활적인 3차 총파업투쟁을 가로막는 암초다.
이런 패배적 분위기는 공사와 정부의 서슬 퍼런 탄압만을 주목할 뿐 현장에 널리 포진해있는 조합원들의 투쟁열망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이 패배적 분위기는 투쟁조직화 대신 교섭을 통한 타결에 집착하려 한다. 그런데 자본의 서슬 퍼런 공세 앞에서 교섭을 통한 타결이란 사실상 굴종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 패배적 흐름에 맞서 철도의 선진노동자들은 공사와 정부의 태도 변화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니라, 현장투쟁을 확산시키고 강력하게 조직하는 데 달라붙어야 한다. 현장의 아래로부터의 힘에 의해 패배주의적 굴종의 흐름을 꼼짝 못하게 제압해 나가야 한다. 그 힘으로 일치단결한 위력적인 파업을 벌여내야 한다.
물론 ‘노동자 죽이기’를 통해 ‘자본가 살리기’ 정책을 확실히 챙겨가려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물러섬 없이 투쟁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싸움을 만들어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번 철도파업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총자본’ 대 ‘총노동’의 전면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장투쟁의 힘을 모아나가야만 위력적인 총파업도 가능하다. 또한 우리 주위에 전국의 모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모아내야 한다. 철도파업을 전체 노동자투쟁, 노동자 살리기 정치총파업의 일환으로 배치하고, 거기서 승부를 보기 위해 연대를 확산하고 그 선두에 서는 것, 이것이 전선을 제대로 치는 것이다.
철도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