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에서 정규직으로 옮겨 붙은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은 하청과 정규직을 구분하지 않는다.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이미 진행되어 왔다. 지난해 말부터 소리 소문 없이 수천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해고되었고, 올해 초부터 기본급 10% 삭감, 수당 50% 삭감, 토요일 무급화 등을 추진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대중공업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의 전초전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정규직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전환배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신 못 차리는 정규직 노조
그러나 전환배치에 대한 정규직 노조의 태도는 정말로 가관이다. 정규직 노조는 노보를 통해 이 전환배치가 ‘일자리 나누기’라며 희망자를 접수받는다는 공고를 했다. 감히 자본가들조차도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데 노조가 나서서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일자리 나누기라고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노조로부터도 버림받은 조합원들은 전환배치 앞에서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전환배치 발표 초기에는 “일거리가 좀 있는 다른 사업부로 가는 게 차라리 낫다”, “이 지긋지긋 힘든 조선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지금 뿐이다”라며 서로 먼저 가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환배치자 명단이 이미 사측에 의해 대략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배치가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현장의 분위기는 초반과 다르게 뒤숭숭하다.
소중한 씨앗
노조로 조직되어 있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은 개별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생존을 해결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미 수천 명이 해고된 상황에서 “임금삭감이 싫으면 나가라”고 협박받은 하청노동자들은 대부분 울며 격자 먹기로 임금삭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도 나타났다. 회사가 아무리 협박을 해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임금을 삭감할 수 없고, 그걸 갖고 해고도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현장에서는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를 거부하고 버티는 노동자들이 생겨났다. 한 발 더 나아가 업체 노동자들이 연서명을 하고 자신들의 대표를 뽑아 업체 사장과 면담하고 임금삭감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저항들 속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전체를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자본의 공격에 맞서는 노동자 단결투쟁의 싹들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어떻게 싸움을 시작해 나가야 하는가?
현대중공업은 하청노동자들을 먼저 공격했다. 여기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무런 연대도 하지 않자 원·하청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이 거의 없음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와 반대로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원·하청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함께 싸워야 한다는 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이제 현대중공업은 원·하청 가릴 것 없이 동시에 더 큰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16년간의 무쟁의, 8년간의 어용 집행부라는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겠는가’라는 패배감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원·하청 모두 조그만 단결의 씨앗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삭감에 맞선 조그만 저항들이 단결의 씨앗이 될 수 있듯이 정규직 노동자들도 조그만 단결의 시작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전환배치를 거부하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하청 노동자들의 작은 흐름들을 모아내 더 큰 단결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이다. 이 싸움은 원·하청으로 구분될 수 없는 ‘자본가 대 노동자’의 싸움이다.
현대중공업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