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4조2교대 추진의 실체 - 질 높은 일자리 창출, 어떻게 가능할까?
지난 1월 26일 보수언론들은 앞다투어 포스코가 현행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근무체제 전환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보수언론의 논조 속에는, 실질 실업자 수가 400만을 넘어설 만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안이 된 상황에서, 포스코를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로 추켜세우는 기대와 격려가 잔뜩 담겨 있었다. 또한 바로 닷새 전인 21일, 이명박이 매달 열겠다던 ‘국가고용전략회의’의 첫 회의를 열자마자 일자리 창출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 시범 실시에 들어간다는 포스코의 4조2교대 전환은 일자리 창출에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게 되어 있다. 현행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할 경우 근무일은 줄어들지만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면서 1인당 연간 근무시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 일자리 축소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포스코의 4조2교대 전환은 사내하청을 놓고 보자면 오히려 일자리를 더욱 축소시킬 위험성이 담겨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는 1만2천의 정규직과 함께 그 두 배가 넘는 2만5천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재 4조3교대 근무를 하는 것과 달리,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3조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렇듯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극심하게 차별해 온 포스코 자본이 정규직과 함께 사내하청도 4조2교대로 전환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내하청은 3조2교대 또는 2조2교대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3조2교대의 경우 현 인원을 그런대로 유지하겠지만 2조2교대의 경우 오히려 대량해고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포스코가 4조2교대로 전환하는 실제 목적은 일자리 창출보다는 세계경제 위기의 만성화에 따른 구조조정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앞에서 철강산업 또한 과잉생산 해소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을 때, 자본가들은 과잉생산을 해소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또한 축소하기 마련이다. 포스코의 교대근무 전환은 일차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미래의 정리해고를 준비하는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들의 거대한 투쟁만이 질 높은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할 수 있다
질 높은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실업자란 결국 노동자들의 가족이거나 친척이거나 친구이며, 실업자들의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가 나누어 져야 할 부담과 책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자본가들이나 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는 그나마 노동자가 갖고 있는 고용과 임금마저 빼앗을 궁리만 끊임없이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죽느냐 사느냐 위협으로 내몰린 개별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과 임금을 공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생존의 가능성과 시간을 벌려고 발악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개별 자본가들이 생존을 위해 발악하면 할수록 고용이 축소되고 임금이 하락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 전반의 위기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다시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전가된다.
개별 자본가의 생존에 빌붙으려 하고 자본가의 이윤을 공격하는 데 주저하는 한,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앞에서 노동자들은 고용과 임금을 공격받고 또 받으며 끝없이 고통당할 수밖에 없다. 세상 어떤 것보다도 노동자의 생존권이 소중하며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책임질 수 없는 체제라면 자본주의 체제를 갈아엎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질 높은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려면, 제조업부터 공공부문까지 실질노동시간을 주 35시간 정도로 낮추면서 그만큼 노동자들을 새로 고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임금총액을 최소한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또는 생활임금을 보장하게 하고,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해야 한다. 그러한 목표를 갖고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거대한 투쟁에 떨쳐나설 때에만, 질 높은 일자리들을 대규모로 창출하는 것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양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