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차 투쟁의 전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단일 노동사건으로 최대인 80여명 구속, 수백억의 손배가압류와 구상권 청구, 수백명의 정리해고·무급휴직과 2천명 가까운 강제퇴직, 각종 합의서 불이행 …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이 겪어온 탄압목록의 일부이다.
노조운동의 투항적 부위들은 “저렇게 싸워도 못 이기니 대화·타협·양보를 통해 조합원 고용이라도 지키자”는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500여명의 정리해고자·징계해고자·무급휴직자·비정규노동자들이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지난 2월 5~7일 이들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으며, 함께 투쟁했던 원·하청 노동자들이 단일조직으로 통합하는 ‘1사1노조 규약변경’까지 97%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다시한번 현장에 밀착하여 투쟁의 기운을 모아나가자!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정리해고·무급휴직·징계해고·비정규 동지들을 모아내기 위해 각종 간담회·설명회·체육대회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술 한 잔을 먹을 때에도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접근하기 어렵긴 하지만, 가능한 모든 촉수를 현장으로 들이밀자. 체불임금은 없는지?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각종 법 위반사항들은 없는지? 산재사고나 휴업이 벌어지지는 않는지?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강제회생 절차에 따른 일정, 매각 관련 사항은 어떻게 되는지? 신차 C-200 문제는? 기술유출 관련 법적 처리절차가 어찌되고 있는지?
속속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 현장에 거짓말을 폭로하자!
최근 쌍용차에서 SKD 형태로 부품을 수출하여 러시아 솔레스라는 업체에서 렉스턴·카이런 등을 최종 조립하고 있다. 부품수출로만 연간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되었지만, 회사는 최근 50여명의 연구개발인력을 계약직 인턴사원 형태로 신규채용했다. 게다가 KD 부서는 지난해 자본가들이 핵심적으로 분사화를 통해 비정규직화를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다시 말해 끊임없이 비정규직화가 단행되고 있으며, 2차 구조조정은 다시한번 희망퇴직과 분사화를 통한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 만들기’를 향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측이 했던 거짓말을 속속 폭로하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현장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이 다시 노동조합으로 결집할 수 있는 객관적 토대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출근투쟁에서도 준비된 선동문과 선전물을 통해 한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출근선동을 진행하자. 그 과정에서 선전물을 읽어보는 현장노동자들의 표정, 힘찬 구두선동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체크하자. 선전물을 들고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을테니, 퇴근선동과 선전전도 검토해볼만 하다.
더 넓은 계급단결 투쟁에서 전망을 찾아나가자!
다시한번 건방진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승리하기 위한 방향은 분명하다. 쌍용차 투쟁의 전망은 기본적으로는 쌍용차 정리해고·무급자·징계해고자를 조직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쌍용차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투쟁, 종국적으로는 쌍용차 사업장을 넘어선 더 넓은 계급단결투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엄두가 나지 않을 거대한 과제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쌍용차투쟁이 끝난 뒤 곧바로 대림자동차·캐리어·발레오공조·한진중공업·금호타이어 등의 사업장에 정리해고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는 사실에서 역설적으로 쌍용차 투쟁의 2라운드를 준비할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쌍용차 동지들이 투쟁사업장·구조조정사업장·자동차산업사업장 중심의 전국 순회투쟁을 비롯해, 다수 사업장에 불어오는 구조조정 광풍에 맞선 단결투쟁의 기운을 전국으로 전파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다수 구조조정사업장 지도부들이 “쌍용차처럼 싸워도 안되더라”며 양보교섭을 고민하는 지금, “우리는 진 것이 아니다, 여전히 희망을 갖고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투쟁의 기운을 고취시키자. 금속노조·민주노총의 공식 체계에만 기대지 말고 쌍용차 노동자들이 직접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겠다는 결의와 각오를 다지자.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시켜 나가자!
이러한 순회투쟁은 다시한번 쌍용차 현장에 기운을 불어넣기 위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예를 들면 메이데이 전야제인 4.30 집회·문화제를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초대하겠다는 기획 하에 순회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동지들의 호소에 숭고한 의무감으로 답할 것이다. “그거라도 반드시 하겠다!”
이러한 전망은 ‘더 넓은 계급단결투쟁’의 상을 세우고 접근할 때 완전해질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정리해고·구조조정 광풍에 맞선 ‘노동자살리기 정치총파업’이라고 주장한다. 비록 지금은 그 가능성이 낮아보일지 모르지만, 금호타이어·한진중공업 등 전국적으로 불어닥치는 해고 열풍, 여기에 양보교섭이 끼치는 해악적인 결과가 전국의 노동자들 눈에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 분명한 만큼, ‘노동자살리기 정치총파업’은 점차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유일한 탈출구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77일 점거파업의 쌍차 전사들은 여전히 패배하지 않았다. 다만, 쌍용차를 비롯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자살리기 정치총파업’의 전위로 한 걸음 더 전진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되리라 믿으며, 그렇게 되기 위해 그들과 한몸으로 실천할 것이다.
공성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