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고용은 모바일이 아니다!
공장 폐쇄에 맞서 싸우는 이탈리아 피아트 노동자들
지난 2월 3일, 이탈리아 최대 완성차 메이커인 이탈리아 피아트의 5개 공장 3만여 노동자들이 일제히 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시칠리아 섬의 테르미니 공장을 내년에 폐쇄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강행될 경우 테르미니 공장의 1,400여 노동자들과 이곳에 납품하는 부품사 노동자들이 모조리 실업자 신세가 된다.
피아트는 지난해 미국의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를 인수해서 몸집을 엄청나게 불렸다. 피아트 CEO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크라이슬러의 CEO이기도 하다. 늘어난 것은 자산만이 아니다. 세계대공황은 덩치를 불린 피아트의 연간 손실액도 부풀려 놓았다. 지난해에만 대략 8억 유로의 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제 그 대가를 공장 폐쇄라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저항의 최전선에 서다
다른 모든 나라의 자본가들처럼 피아트 자본 역시 비열하게도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들부터 공격하기 시작했다. 1월 중순에 사측은 테르미니 공장에서 청소와 폐기물처리업무를 담당하는 20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그러나 피아트 자본의 예상과 달리, 해고된 비정규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들은 1월 하순에 이 공장의 가장 높은 곳인 조립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우리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전까지는 내려가지 않겠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 공장 전체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인 “공장폐쇄계획 철회”를 전면에 내걸었다.
자연스럽게 공장 노동자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고공농성에 환호했다. 조립공장을 박차고 나온 노동자들은 정문 앞에서 이 공장에 부품을 실어나르는 트럭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1월 말까지 1주일 동안이나 생산은 중단되었다.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가족들도 공장 안으로 들어와 함께 지지농성을 전개했다.
테르미니 공장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은 곧바로 이탈리아 본토에 퍼지기 시작했고, 피아트의 다른 4개 조립공장 노동자들도 연대파업을 결의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에는 사업장별로 여러 개의 노조가 존재하는데, 현장 노동자들의 들끓는 열기에 힘입어 여러 노조들의 공동의 파업찬반투표를 통해 2월 3일 4시간 파업을 가결시켰다.
유럽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 불어닥치는 정리해고 칼바람
공장 폐쇄 소식은 이탈리아에서만 들려오는 것은 아니다. GM은 2,600명 노동자들이 일하는 벨기에의 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유럽에서만 총 8,300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진델핑겐 공장의 주요 생산도 내후년이면 미국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대량해고가 예고되고 있다.
이렇게 유럽의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공격받고 있는 배경에는, 점점 더 야만적으로 치달아가는 세계대공황의 전개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 후, 세계자본주의 맏형이었던 미국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해 저달러 고유로 현상을 활용하여 유럽,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럽의 노동자들로부터 대가를 받아내려는 것이다. 심지어 피아트 CEO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부의 세제지원이 없으면 국내생산을 지속적으로 감축할 수밖에 없다”며 테르미니 공장 폐쇄를 협박수단으로 하여 정부보조금, 그것도 노동자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만간 한국으로 상륙할 대규모 고용공격
피아트 자본의 행태를 보자. 지속적으로 국내생산을 줄이고 해외생산을 늘려왔으며, 이탈리아 내수시장 독점을 기반으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얻어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크라이슬러 인수로 몸집을 불리면서 국내공장 폐쇄와 정리해고 단행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탈리아 피아트 자본의 행태는 놀랍게도 한국의 현대기아차와 매우 흡사하다.
이는 유럽에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공격이 조만간 한국을 향해 상륙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피아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먼나라 얘기로 보지 말고 한국 노동자들이 연대할 길을 찾아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간의 시간차만 있을 뿐, 자본의 공격은 점차 세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