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앤트워프 공장 폐쇄 그리고 폐쇄에 맞선 벨기에 노동자들의 투쟁
GM의 공장 폐쇄 발표
지난 1월 21일, 닉 라일리(현 GM유럽 사장)은 오펠 브랜드의 아스트라(Astra)를 생산하는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 공장 노동자 수는 총 2,606명. - 지난해 쌍용차에서 짤려나간 노동자들의 수에 육박한다 - 이들 모두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완성차 공장의 폐쇄는 곧 주변의 부품사 노동자들의 실업으로 이어진다. 앤트워프 공장 폐쇄로 고용에 위협을 받는 노동자 수는 대략 3만명에 달한다.
공장 폐쇄의 이유
닉 라일리는 폐쇄 대상으로 벨기에 공장이 선택된 이유에 대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종이 이미 다른 곳에서도 생산되고 있어서 생산 이전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오펠의 아스트라 소형차는 독일의 보쿰 공장과 폴란드의 글리비체 공장에서도 생산되고 있으며, 영국의 엘즈미어포트(Ellesmere Port) 공장에서는 오른쪽 운전석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벨기에 노동자들의 공장 봉쇄
GM이 앤트워프 생산공장을 폐쇄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벨기에 노동자들은 공장 일부에 대한 경영진의 출입을 봉쇄했다. 노동자들은 이 공장을 폐쇄할 경우 벌어질 2,600여 노동자들 해고를 피할 수 있는 다른 계획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공장 봉쇄는 주로 신차들을 세워놓은 장소에 대한 경영진의 출입 차단으로 나타났고, 봉쇄는 지난 주말까지 이어졌다. 금요일부터는 사측이 사실상의 휴업을 단행하여 공장은 조용한 침묵에 들어갔다. 마치 공장이 폐쇄되면 벌어지게 될 ‘유령 공장’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처럼.
앤트워프 공장 폐쇄는 시작일 뿐
닉 라일리는 GM이 유럽에서 8,3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며 생산량을 2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독일에 있는 오펠 4개 공장에서 총 4,000명을 짜르고, 스페인 공장에서는 900명의 노동자가 해고될 예정이다. 또한 오펠은 매년 노동자들로부터 2억 6,500만 유로의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삭감·복지축소·희망퇴직 등을 노동조합들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자본의 공격은 시작일 뿐이며, 향후 벌어질 GM 노동자들의 반격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세계 GM 노동자들의 연대망을 짜기 위한 노력도 시작되어야 한다.
GM대우 창원공장 활동가
벨기에 공장 후속차량은 한국의 GM대우로?
GM은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에서 아스트라 후속 모델로 소형 SUV를 생산하기로 유럽 오펠 노동자위원회와 2007년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공장 폐쇄 발표는 그 협약을 깬 것인데, 닉 라일리는 예정되어 있던 SUV 생산을 한국의 GM대우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공장 폐쇄 소식과 함께 생산이 한국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말에 벨기에 노동자들은 더욱 분노했다.
벨기에 공장 폐쇄는 GM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1. 합의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2. 언제든지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면 생산물량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린다.
신모델 확보에 박수칠 것인가?
벨기에 노동자들의 물량을 빼앗아 온다는 것을 우리가 기뻐해야 하는가? 타국 혹은 다른 공장의 모델을 가져와서 우리의 고용을 지키려한다면 그러한 선택은 꼭 대가를 치르게 된다. “벨기에보다 한국이 더 경제적이어서 물량을 옮긴다”면, 마찬가지로 “한국보다 인도, 중국이 더 경제적이어서 물량을 옮긴다”고 할 것이다.
물량확보 경쟁에서 생존권지키기 연대로!
물량확보와 신모델 확보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없다. 라세티, 젠트라, 마티즈의 해외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GM은 공장간 경쟁을 더욱 조장할 것이다. 우리가 선택할 대안은 물량에 관계없이 노동자의 고용과 복지를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공장간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한국을 뛰어넘어서도 말이다.
GM대우 창원공장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