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현대차 노동자들이 벌인 비공인파업
체코 오스트라바 시 인근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체코공장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i30와 i30cw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불과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함께 유럽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공장에서 지난 12월 2일, 조립노동자들이 1시간여 비공인파업을 전개하면서 자신의 노예 같은 처지를 전 세계에 고발했다.
노동(강제)수용소 같은 공장의 현실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시간외근로(잔업)가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에만 잔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체코 노동법 규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병원에 가거나 병가를 내야할 때면 임금삭감의 처벌을 받는다. 노동자들은 하루에 2회 이상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에게 허용된 휴식시간은 단 10분인데, 그 사이에 노동자들은 화장실을 가야 할지 물이나 음료수를 마셔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 여름에는 공장 내 온도가 너무 높아 노동자들이 탈수 증세를 보여 한 노동자가 쓰러지기도 했다.
징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잔업을 할 것인지 여부가 정취근무가 끝날 무렵에 통보되는 일이 잦다. 공장 안에서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갑작스런 잔업을 해야 할 때면 가족에게 알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강제잔업 중단!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일손을 놓다
비참한 현실을 감내해오던 노동자들의 분노는 12월에 터져 나왔다. 12월 2일에 노동자들은 작업거부를 결의했다. 잔업이 시작되려 하자 조립공장 한 라인의 노동자들이 생산을 중단했고, 몇 분 안에 다른 모든 라인의 노동자들도 동참했다.
전체 노동자 2천명 가운데 대략 400명의 노동자들이 강제잔업, 현장에서의 가혹행위에 맞서 일어섰다. 노동자들은 구내식당에 모두 모였다. 경영진 측은 노동자들을 대표해 교섭할 대표자를 뽑아오라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그 제안을 거부하고 경영진 측이 직접 식당으로 와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교섭을 하자고 주장했다. 한 시간여 교섭이 진행된 후 노동자들은 오늘의 근무를 종료하고 다음날 교섭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다음날 잔업은 없을 것이며, 파업을 벌인 시간 동안의 임금도 지급받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얻어냈다.
다음날인 12월 3일, 이번에는 현대차와 동반 해외 진출한 현대차 하청업체인 다이모스 체코공장에서 한 개 근무조(대략 100명)가 역시 1시간 동안 비공인파업을 전개했다. 파업의 이유가 된 것은 잔업 강요와 함께 무리한 노동 강요 및 열악한 근무환경이었다.
두 개의 파업 모두 형태는 비공인(unofficial) 파업이었다. 왜냐하면 노동조합 지도부는 자신들이 파업을 주도할 경우 현대차가 고소·고발과 징계를 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심한 노조 지도부, 그러나 힘차게 일어선 평범한 노동자들
노동조합은 파업을 경고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는 별 의미 없는 국제적 해결 운운하며 실제로는 파업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노조 지도부는 1시간 동안 벌어진 비공인파업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벌인 비공인파업의 위세에 놀란 현대차 사측은 일정한 양보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사측은 12월 내내 잔업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내년에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쟁의 주역이었던 평범한 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하기 오래 전부터 공개적인 온라인 포럼을 만든 바 있다. 이 포럼은 미디어 웹사이트에 나온 기사들과 함께 그들이 정보를 나누고 자신의 처지와 현재 벌어지는 사건들을 설명하는 좋은 공간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자신의 거대한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을 수 있었고,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모든 이들, 그리고 온라인으로 기사를 검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명료하게 밝힐 수 있었다.
체코만이 아니라 현대차 인도공장에서도 올 들어 2차례의 파업이 있었고, 해고자 복직과 노조 인정 문제로 3번째 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공장 생산을 줄이고 해외생산을 늘리고 있는 현대기아차 자본이 강요한 노예와 같은 삶, 이제 전 세계 노동자들의 저항 앞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