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신종플루 임금동결, 현자지부까지 확산되다
계급투쟁적 노동운동이란 백신이 필요하다!
23일 임금동결을 기본으로 한 잠정합의안이 62.12%로 가결됐다. 조중동을 비롯한 인터넷 신문들조차 15년만의 무쟁의 타결을 ‘노사가 윈-윈’한 게임으로 칭찬일색이다. MB를 등에 업은 MK(정몽구)는 임금동결을 밀어붙여 09년을 마무리한 것이다. 시기가 2010년 임단투로 이어지는 시점임을 고려한다면, 2010년 한 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미 예산안으로 제출된 공무원의 임금동결, 그에 따른 공공부문 임금동결이 기정사실이며 이는 바로 민간부문의 임금동결 공세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3조원 순이익에 금속노조 현자지부라는 최강노조에서 수용한 임금동결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결선동 그러나 결과는 참패
잠정합의안이 나오자마자 제 조직 활동가들은 본관 항의집회에 이어 노조 앞 항의집회를 조직했다. 이는 현장조직들의 부결선동과 1, 2, 3, 4, 5공장 의장부 대의원회의 공동대자보 선동, 순식간에 조직된 225명 대의원들의 부결선동 유인물 제작 배포로 확산됐다. 전주공장 역시 현장동지회, 차별 없는 노동자 학습모임 등의 주도로 부결운동이 빠르게 확산됐다. 언론에서조차 제 조직의 부결선동에 대해 부담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주공장(341표 차로 부결), 아산공장(9표차 부결)의 부결을 제외하면 압도적인 가결로 나타났다.
압도적 가결의 이유, 부결운동 패배의 진정한 원인
노사상생, 노사 윈-윈을 퍼뜨리는 사측과 이경훈 집행부, 부르주아 언론은 최대성과급과 일시급 지급이 압도적 가결의 이유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제 조직 선동유인물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이 기본급 동결 자체가 성과급, 일시급 최대인상 효과를 상쇄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손실이다. 그것을 모르는 조합원들은 없다. 그럼에도 왜 가결됐을까?
첫째, 연내 타결됐으면 좋겠다는 조합원의 심리를 최대로 이용한 집행부의 전술이다. 이경훈 집행부는 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연내 타결을 위해 가결을 유도할 수 있었다.
둘째,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이명박이 현대차의 임금동결을 강요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임금동결 분쇄투쟁이 바로 MB정권과의 투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조건임을 뜻한다. 전국적으로 쌍용차의 패배에 이은 금호타이어지회의 구조조정을 포함한 일방적인 양보, 캐리어의 정리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투쟁전선을 치고 있는 공공부문도 철도파업 패배 후 공공투쟁 전반이 위축돼있는 것처럼, 현자지부 조합원 역시 MB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조합원들은 여전히 ‘귀족노동자’ 공세를 두려워하고 있다. 1차 부결 후 2차에서 가결을 한다면 그나마 성과급에서 좀 더 나은 양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좀 더 나은 양보’로 인해 여론에서 집중포화받기 싫은 점이 작용했다.
넷째, 제 조직들과 대의원들의 일상활동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는 점 역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조합원들의 의식과 행동을 조직하는 것은 일상적이고 꾸준한 현장활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활동이 바탕에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되는 부결선동만으론 MB를 등에 업은 MK에 맞서 임금동결 분쇄투쟁을 결의할 만큼 조합원들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불어넣기 힘들다.
금속노조 현자지부의 09년 임단협 가결은 이후 현자 노동조합운동을 어떻게 할지 진지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자지부는 갈림길에 서 있다. MB에 대한 두려움이 이경훈 집행부의 실리주의와 결합돼 2년간 지속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막강한 현자지부의 힘을 노동자계급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새 장을 열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해야만 MB에 맞서 맞짱을 뜰 수 있는 힘과 지지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제 현장조직들은 노동자계급 전체를 대변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에 입각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현장조합원들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실천해야 한다.
정원현
